이번 글은 지난번 글에서 다루겠다고 이야기한 부분을 다루려고 한다. 독서토론 수업의 접근법에 관한 것인데, 이 글은 교재 집필 부분과 관련한다.
독서토론 수업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서 진행한다.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곤란한 점을 겪는데, 그 이유는 독서토론 수업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은 거의 없고, 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끌려온 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끌려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수업에서도 집중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 수업에서 집중력을 더 떨어뜨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교재이다.
나도 대형학원에서 교재 집필한 경험이 있다. 내가 근무했던 학원은 출판사가 있는 학원이었는데, 출판사에는 한 달에 한 번 교재를 출간한다. 그 출간 일자에 맞추어서 교재를 집필한다. 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에 많은 선생님이 모여서 책을 선정하고, 책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주제를 다룬 후에는 질문을 만들고 완성된 원고는 출판사로 보낸다. 출판사에서는 후속작업(목차나 일러스트 등)을 진행하고 출간된 교재는 학원의 각 지점으로 발송된다.
교재는 수업을 위해서 만든다. 교재가 없이는 수업이 어렵다. (여기서 말하는 교재는 질문지가 있는 교재를 말한다.) 왜냐하면 철학적 해석학에 따르면, 텍스트의 크기는 우주보다 크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에 텍스트의 모든 것을 다루기는 매우 어렵다. 교재는 제한된 수업 시간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교재에 있는 내용을 따라가면 교사나 학생이나 학부모는 수업료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교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교재는 수업을 위한 것인데, 교재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학부모는 아니다. 왜냐하면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학생일까? 아니면 교사일까? 나는 교재로 수업을 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은 교사라고 생각한다.
독서토론 수업은 텍스트를 다루는 수업인데, 질문지가 있는 교재는 텍스트의 범위와 크기를 제한시킬 수 있다. 텍스트를 꼼꼼하게 다룰 필요도 없고, 예상되는 모든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할 필요도 없다. 학원에서는 수업 시간에 맞추어서 질문지의 양도 정해져 있는데, 질문지를 작성하다 보면 수업 시간의 전부를 사용하게 된다.
내 수업의 방향
나는 질문지를 만드는 시간을 더 좋은 텍스트를 찾기 위한 시간으로 사용한다. 서점에 나가서 책을 확인하고, 단편소설과 고전을 찾는다. 90분의 수업 시간 동안에 다룰 수 있는 유익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몫이다. 다양한 텍스트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텍스트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질문지를 보는 순간 텍스트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 왜냐하면 답을 달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