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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ytowin Sep 30. 2019

독서 토론 - 뭐예요? → 뭐예요! 「헨젤과 그레텔」

독서토론 수업을 할 때에 내가 꼭 다루는 텍스트가 있다. 수업을 시작하면 커리큘럼은 따로 만들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다루는 텍스트는 조금 수준이 낮은, 이해하는 데에 부담이 적은 텍스트로 수업을 한다. 그때에 「헨젤과 그레텔」을 다룬다.


Hänsel und Gretel; Alexander Zick (1845 - 1907)




토론이 필요한 이유

텍스트는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토론하면서 읽으면 매우 유익하다.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텍스트가 확장이 되는데, 이것을 경험하게 되면 텍스트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기대감은 자연스러운 독서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독서는 이해력을 강화시킨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헨젤과 그레텔」 중에서




학생들의 반응

수업이 시작되면, 지난주에 작성한 글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논평한 것을 확인하다. 그런 후에 새로운 텍스트로 수업을 진행한다. 나는 이번 시간에는 「헨젤과 그레텔」을 함께 읽자고 했다.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서 진부하다는 듯한 말투로) 이게 뭐예요?

나: (이미 그런 반응은 수차례 겪어서 알고 있는 말투로) 「헨젤과 그레텔」이죠. 유명하잖아요? 모르는 사람 없을 걸요?

학생들: (똑같은 얘기하기 귀찮다는 말투로) 그러니까요. 옛날에 다 읽어봤다고요.


수업을 마무리할 때

학생들: (텍스트가 확장된 것을 경험한 후에 매우 놀라며) 이게 뭐예요!

나: (너희들이 놀라는 것보다 내가 더 놀랍고 기쁘다는 말투로) 그러게요! 「헨젤과 그레텔」이 이런 얘기였어요!

학생들: (눈에서 빛을 내고 격양된 목소리로) 와, 장난 아니네요. 완전 쫄깃해요!

나: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감정으로) 맞아요. 함께 토론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근사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수업 준비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을 재밌다고 여기게 만들기 위해서는, 질문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반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많은 선생님들의 노고가 담겨 있지만, 그 노력은 학생들을 향해 있는 것보다는 교사들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번 글에서 다시 하겠다.) 질문지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화의 방향과 흐름을 제한한다. 질문은 텍스트를 읽는 사람이 스스로 하는 데에서 빛을 발한다.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필요한데, 나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헨젤과 그레텔」에 대한 논문을 검색하면 24개의 논문이 나온다. 논문 중에서 KCI 등재지는 9개인데, 관련된 논문은 전부 꼼꼼하게 읽는다.


전자도서관을 열람해 보면, 「헨젤과 그레텔」에 대한 학술논문만 24개가 있다.


철학적 해석학으로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은, '텍스트와 대화하는 것'인데, 이 과정은 여러 차례 반복한다. 그리고 같은 텍스트를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다루게 되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수업 진행

다양한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학생들이 제기하는 모든 질문을 다 담고 싶지만, 매번 수업을 할 때마다 질문은 다양하고 다채롭게 나타나서, 질문을 모두 담는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얘네들 나이가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림 형제가 뭐예요?"

"엄마는 어디 있어요?"

"자기네들이 쫓겨날 줄 알면서도 왜 얘기를 안 해요?"

"아무리 마녀라지만 죽일 수 있는 거예요?"

"언제 쓴 소설이에요?"

"지은 사람을 모른다고요?"

"동물들이 왜 나오는 거예요?"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얘기가 뭐예요?"

"그레텔은 정말 힘이 세요. 말이 되나요?"

"왜 이 사람들은 가난하죠?"

"자녀를 버리는 게 말이 돼요?"


나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답을 미룬다. 질문에 대답을 하는 과정도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데에 집중한다. 나는 학생들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는다. 질문을 한 사람에게 내가 다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과정을 취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질문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나의 대답에 수긍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려준다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질문을 해결되고 나면, 나는 이렇게 묻는다.

나: "도대체 「헨젤과 그레텔」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요?"

학생들: "그러게요. 이게 도대체 뭔 이야기죠?"


우리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친다. 왜냐하면 주제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 글쓰기 과제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보다 내가 더 기쁘고 즐겁다

나는 한정된 수업 시간을 활용해서 최대한 성과를 내려고 애를 쓴다. 가장 설득력 있고 가장 명쾌하며 가장 정확한 해석을 내리는 작업을 돕는다. 가장 높은 성과란 학생들이 해석의 기쁨을 경험하게 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은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격하게 반응한다. 그게 나의 가장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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