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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e May 14. 2020

처음 '권한'이 생겼다.

자동차 멀티미디어 시스템 기획

 2020년도가 되면서 상품기획 및 PM(Project Manager)이란 직무를 처음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맡게 된 내 첫 프로젝트는 화물트럭에 들어가는 AVN 제품이었다. 친구들에게 이번에 AVN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고 하니 '그게 뭐야'라는 친구 반, '내비게이션 말하는 거지'라는 친구 반. 맞는 말이다. 나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기 전까지 AVN의 용어조차 들어본 적 없었고 그냥 내비게이션이라고만 불렀으니 말이다. 


# 자동차 멀티미디어 시스템

 AVN은 차량의 오디오(Audio), 비디오(Video),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말한다. 예전에는 시각적인 화면 없이 라디오, CD 플레이어 정도의 청각적 재미만 제공하였다. 하지만 요즘 차량에서는 공조 시스템에서 차량 주행까지 제어하는 멀티 컨트롤러 역할을 하며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계기판에서는 차량 속도와 RPM, 주요 경고, 주행거리 등의 차량 상태에 대한 피드백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하지만 Digital Cluster(계기판) 사용이 확대되면서 계기판에서는 내비게이션도 나오고 듣고 있는 음악 리스트를 표출하기도 한다. 게다가 오토 크루즈를 통해 지정해놓은 속도로 운행할 수 있기에 계기판의 최우선 정보였던 속도와 RPM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었다.

Tesla Model 3

심지어 테슬라는 계기판과 공조 버튼도 없이 넓은 디스플레이 하나만 있다! 19년도에 업데이트된 시스템인 NOA(Navigate on Autopilot)는 고속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자율 시스템이다. 목적지를 찍으면 차선 변경까지 하며 알아서 주행하는데, 계기판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게다가 전 세계적 이슈인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드라이브 스루가 큰 관심을 끌었다. 그에 맞게 이번에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현대 카페이'는 주차장과 주유소에서 차 안에서 결제시스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차 안에서 디스플레이 하나로 주행뿐만 아니라 공조,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 제어를 할 수 있어 더 큰 편의성과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 제네시스_ 카페이


# 그중에서도 화물차

 AVN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건 알겠다. 그런데 내가 맡은 차량은 일반 차량이 아닌 화물 트럭(상용차)이다. '상업적 용도로 이용되는 차량'이란 뜻을 가진 상용차는 관련 법규부터 일반차량과 많이 달랐다.


첫째, 화물차 통행 제한 도로 및 시간이 존재한다. (https://www.smpa.go.kr/user/nd51395.do)

서울 도심권 및 기타 구간에서 화물차 통행을 제한하는 곳이 있다. 일반적인 화물차 기사님들도 그 사실을 모르고 주행을 했다가 범칙금을 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화물차 통행제한은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존재한다. 인천 송도 같은 경우도 화물차 소음과 위험성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고, 아파트 밀집지역은 화물차 통행제한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_ 통행제한 구역 

 

둘째, 속도제한장치(자동차 중앙제어장치-ECU에 속도제한 프로그램 설치)

현행법상 버스를 포함한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는 시속 110km, 총중량 3.5t 초과 화물차 등은 시속 90km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속도제한장치를 의무로 장착해야 한다.


셋째,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는 2.5톤 이상 영업용 화물차를 대상으로 의무화된 제도이다. 1년마다 차량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차고지로 등록할만한 주차공간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공영 차고지 등 대부분의 주차공간이 외딴곳에 위치하여 실주거지와 거리가 멀어 골목 불법주차가 성행하고 있다.

 

넷째, 영업용 화물차량은 DTG(디지털 운행기록계)를 매월 교통안전관리공단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단말기를 다루기 쉽지 않은 데다 제출에 번거로움이 커 잘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운행기록 전송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다섯째,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22조(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는 4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전한 후에는 최소 30분 휴식해야 한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15~'19년) 고속도로의 교통량에 비해 화물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48.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화물차는 장거리/장시간, 야간 운전이 많아 그 위험성이 크다. 유럽 체코의 경우 디지털 운행기록계에 자신의 운전면허증 IC를 꽂아 4시간 주행시간을 체크하여 휴식시간이 되면 알람이 뜬다. 의무 휴식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운전기사도 벌점을 받고, 운수회사도 벌금을 내기 때문에 잘 지켜지고 있다. 


여섯째, 화물차 휴게소가 따로 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는 33개소 화물차 휴게소가 있고, '24년까지 12개소 휴게소를 추가 확충할 것이라 한다. ‘ex화물차라운지’란 화물차 운전자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 휴게소 내 별도로 건설된 전용 시설이다. 그 안에는 샤워실, 수면실, 세탁실, 휴게실, PC룸, 체력단련실, 안마의자 등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 도움 주신 분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매일 만나 뵙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 덕분에 화물차 운전자분들의 생활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바로 화물 운전 유튜버분들이다. 화주들의 무리한 요구에 나도 같이 화가 나고, 5톤이 넘는 화물차가 시골 농로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며 내가 다 철렁거린다. 어느 날은 즐겨 보는 화물 운전 유튜버가 차 안에서 경양식을 먹는 영상을 시청했다. 이때의 경양식이란 건 차 안 전자레인지로 데운 3분 함박스테이크였다. 간편식으로 이루어진 음식을 먹으며 울컥하는 모습에 그 복합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까지 코끝이 찡해졌다. 시간은 부족하고, 지켜야 할 의무는 많고, 코로나 때문에 샤워실/수면실 등도 문을 닫은 상황에 화물자 운전자 분들의 어려움이 더욱 클 것이다. 그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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