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했을까요?
어쩌면 겁 없이 덤볐던 게 더 나았을까요?
엄마, 아내, 며느리 하나라도 순조로운 게 없었습니다.
그중에 제일은 엄마였습니다.
머리는 따라주지 않아도 손끝이 야무져서 손으로 하는 일은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작을 패고 불을 때고 구석기시대도 아니고 가스만 연결하면 화력이 끝내주는데 요즘은 인덕션이라는 것도 있는데, 채소는 모두 본인 손으로 길러서 먹어야 하고 쌀도 돈 주고 사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노모의 살림법은 생각도 많아지게 했지만 몸이 고되어 쉽게 고꾸라졌습니다.
어느 날 눈 떠보니 남자와 결혼이라는 걸 했는데 둘만 있는 게 아니고 시부모님, 아주버님 네와 한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북적북적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어쩌다가 나는 지옥문을 연 것일까요? 내가 먼저 도망쳐야 했는데 아무리 내 부모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절대 나와 피를 나눈 관계는 될 수 없었습니다. 자식은 품 안에 있을 때 자식이지 머리 굵어지면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지금 이 순간에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나는 현명하고 자애롭고 어진 어미가 될 거라고 자신감에 넘쳤습니다. 정말 잘 해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사회생활하는 거보다 낫겠지? 놀면서 육아에만 전념하면 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는지 차라리 밭일을 택하고 마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분명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인데 이 아이는 대체 어디서 왔는지 낮과 밤이 바뀌어서 잠도 안 자고 잘라치면 입에 엄마 젖을 물어야 하고 기저귀 갈아주려고 엉덩이 들면 토하고 가만있어도 토하고, 왜 그렇게 잘 쏟고 잘 넘어지는지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이상한 아이를 낳았나?' 아이가 울 때 같이 엉엉 운 적도 많았습니다. 분명 아이는 정상인데 내 눈에는 다른 아이보다 못한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아서 참 많이도 다그쳤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어미였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딱 그만큼이 내 세상이었습니다. 내가 정해 놓은 기준점에 잣대로 대고 그어 나가기만 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남편 탓만 하면서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부질없는 원망만 했습니다.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고 같이 일어나고 같이 잠들고 같이 한다는 그것이 환상인걸, 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는지. 처음이라 경험이 부족해서 문제였는데 몰랐습니다.
그런데 육아를 어떻게 경험해 보란 말입니까? 간접 경험 말고는 실제로 내 아이를 낳아 보기 전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땐 시중에 널린 육아서를 보도록 추천하고 싶습니다. 거기에는 별 희한한 아이들이 다 있습니다. 고수들의 친절한 가르침도 있습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힘듭니다. 정답이 아니니까요.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인생 책 한 권을 만나게 됩니다. 막무가내 육아법으로 버티던 나에게 딱 맞는 교과서를 만들게 됩니다. 맨몸으로 전쟁터에 뛰어나가 피 터지게 싸우다가 아군이 던져준 창 하나로 적을 제압한 기분이라고 할까요. 육아는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다가올 나의 일입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가짐, 자세가 문제였습니다. 결혼 전 간접 경험을 통해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확고한 신념만 있다면 누구나 육아 베테랑이 될 것입니다.
육아는 고통이 아닌 사랑입니다. 육아는 불행이 아닌 행복입니다. 더불어 결혼은 행운이었으면 합니다. 세상에 모든 엄마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