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더듬거리고 어눌한 행동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남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결국 남자에서 마무리 짓는다. 희한하게 이 불편한 편의점은 불편한데 계속 발길을 그쪽으로 돌려놓게 만든다. 알 수 없는 묘한 흡입력과 몰입감으로 요 근래 보기 드물게, 한 달 가까이 읽고 있는 책을 뒤로하고 집중해서 빠른 속도로 읽었다. 역시 난 소설 체질이다.
사실 이 책은 거의 두 달 정도 장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얼른 사서 읽어야지 하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책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게 한 건 나의 글선생님이 앉은 자리에서 3시간 만에 읽었다고 하길래 따라쟁이인 나는 재빠르게 주문을 했다. 마침 장바구니에 담겨있기도 했고.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말도 전한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며진 소설에서도 깊은 빡침(?)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소설 속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웃고 울고 감동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가슴팍을 팍 때리는 한 대목이 있었으니. 아이들의 말을 얼마나 귀담아 들어주고 있는지 되새겨 보게 했다.
한 번도 아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만 바랐지, 모범생으로 잘 지내던 아들이 어떤 고민과 곤란함으로 어머니가 깔아놓은 궤도에서 이탈했는지는 듣지 않았다. 언제나 아들의 탈선에 대해 따지기 바빴고, 그 이유 따위는 듣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엉킨 실타래처럼 풀어내기 막막하다가도 그게 또 풀리기 시작하면 술술 풀리듯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사는 게 재미없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 꼭 한번 펴 보시길. 잔잔하게 쓰라린 마음을 다독여 줄 것이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