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1일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 차이콥스키 컨서바토리 (우리학교 이름은 너무나 길다!) 홀에서의 연주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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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르가니스트나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학교에서 공짜로.. 배웠고 띄엄띄엄.. 다녔다..
전공 교수님보다 더한 애정을 쏟아 부어주신 오르간 교수님 덕분에, 연주를 기피하듯 하던 나 같은 사람을 서랍 속에서 꺼내듯, 편곡한 곡을 연주하는 추억을 선사해 주셨다.
첫 번째 공연 몇 주 전
추적추적 녹아내리는 눈비가 오던 차갑고 깜깜하던 겨울, 칭찬만 받는 게 당연한 듯 거만했던 내면이, 태어나 처음으로 뭉개지면서(교수님이 두 마디 정도 음정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셨다...) 렛슨 뒤 마키오에게 "너 먼저 가라"며 목 끝까지 복받쳐 실랑이를 벌였다.(부끄럽다..)
먼저 가라 싫다 먼저 가 싫어 난 지금 누구와도 같이 가고 싶지 않다 혼자가게 해 달라 싫다 내가 가면서 좀 울어야겠어서 그러니까 혼자 가라고!!! 할 때 나는 이미 울고 있었고 같이 안 가면 너랑 절교할 거라는 말에 결국 같이 갔다.
(어차피 같은 길)
그런 모자라고 부족한 나를 데리고 첼로를 맨 채, 30분 내내 웃겨주려고 필사적 노력을 한 친구 덕에, 눈물 콧물 흘리며 걷던 나는 결국 웃음이 터졌고, 그렇게 마음을 추스렸다.
연말 공연 하루 전
공연은 12월 31일 12시. 여느 외국이 그러하듯, 0부터 24시가 익숙한 나에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점심 12시로 이해됐는데, 연말 공연이란 말에 대망의 첼리스트는 0시로 받아들인 채 12월 30일 자정을 넘기며 엄청 놀고 마시다.. 신의 가호로 깨닫게 되어 밤새 놀 계획을 뒤늦게 철회, 당일 이른 아침 잠이 부족했는지 택시를 순순히 타고 학교에 도착.
리허설 뒤 첼리스트는 복도 소파에서 패딩 점퍼를 뒤집어 쓴 채 잠을 자고, 나는 패딩을 앞으로 입어 얼굴에 모자를 쓴 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뒤...
프로필 사진으로 인터넷에 올리며 흡족해 하고...
같이 연주해 놓고 나 먼저 휙 들어갔다 휙 나오고..
그런 말도 안 되지만 말이 됐던, 나의 길고 춥고 화려했던
학창 시절을 마무리 했던 추억.
Be Thou my vision
Traditional hymn from Ireland
Alas! and did my Savior bleed Huge Wilson
Arranged by Hyunsung Lee 이현성
Cello - Makio Horie 堀江牧生
Organ - Hyunsung Lee 이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