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배고프다
배고픈 사람에게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배가 고픈 예술가는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낸다.
누가 이 할아버지의 노래에 점수를 매기겠는가.
점수를 준다면 어떤 기준으로 채점해야 하는가.
기준을 만든다면 그것이 옳다 증명할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노래가 완벽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많은 이들은 바빴고 늘 있는 일이기에 지나갔다.
사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이미 한참을 지나쳐왔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뒷모습이나마 남기게 된 이유는
그의 노래가 나의 가슴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떨리는 음성으로, 그리고 너무 멀리가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것 같은 희미하고 아련한 목소리로.
그랬기에 더 가슴에 스며들듯이 마음을 녹이던.
길거리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물론 모두가 감동의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의 결과물에는 품질등급처럼
결코 순위를 매기거나 가격을 정할 수 없고
그래서 예술가는 배고프다.
배고픈 사람에게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지만
배가 고픈 예술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 소리없이 가슴에서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낸다.
능력있는 예술가는 눈물도 재물도 얻을 줄 알지만
나는 그 방법조차 모르는 무능한 예술가였다.
언제까지 무능하게 살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간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빛이었으면.
"네가 이겼다. 너는 여기로 연주한다" 라고 하시며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던,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옛
은사의 그 말씀이 오늘까지 나에게 위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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