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적인 꿈을 꾼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였다.
모든 사람이 그런 꿈을 꾸는 줄 알았다.
8살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누군가
개꿈을 꾼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남의 꿈이 내 것과 다름을 알게 되었다.
내 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영적인 세계를 보고 경험한 나로서는
신의 존재를 의심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나 내가 보는 것은 오직 꿈이었다.
영이 단 두 종류라는 것도 자연히 알았다.
Holy Spirit (Holy Ghost)
Evil Spirit (Satan)
나는 줄곧 후자와 싸우느라 열일했고
깨고 나면 무서워 소름이 돋았다.
맨 처음에는
"예수의 이름으로 마귀사탄은 물러갈지어다!"
라고 외치는 즉시 귀신이 도망갔지만
언젠가부터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 대기하다
그 말을 하지 않을 때 금방이라도 다시 올 듯
얼쩡대는 모습을 보고 나니 꿈을 꾸기 싫었다.
"하나님, 마귀 꿈 안 꾸게 해 주세요."
이것이 취침 전 초딩의 기도였다.
"예수님 꿈꾸게 해 주세요"
그러나 예수님은 출연하지 않으셨다.
"하나님, 꿈을 아예 안 꾸게 해 주세요."
이 기도도 먹히지 않자 기도를 바꿨다.
"저도 제발 개꿈 꾸게 해 주세요."
겁 많던 나는 간절히 개꿈을 기도했고
몇 년의 꾸준한 요청 끝에 정말 나도 드디어
일반인이 꾸는 '그 개꿈'을 꿔보게 되었다.
나의 강점은 어쩌면 꿈을 경계하는 태도였다.
한 번도 꿈을 의지하지 않았다.
내가 이 꿈을 의지할 때 악한영도 꿈을 통해서
악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아, 참고만 할 뿐
무조건 믿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늘 지켜져 왔다.
마치 돈처럼, 자녀에게 준 하나님의 입장에서
아마도 '부작용 없이 잘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던 것인지 한 번도 틀림없이 전부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신이 보여주신 것들을 경계했다.
이제 이런 꿈은 안 꾸나 했는데 아주 가끔,
이전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도 나타났다.
초등학생 막바지 즈음까지 갈등했다.
더 기도 할까 (전부 거둬달라고)
아니면 이 정도는 그대로 둬야 할까.
꿈에서 본 일은 반드시 실제로 일어났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미리 보여주는
패턴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그에 대하여
어떤 기도도 하지 않다, 말을 꺼내었다.
"하나님, 중요한 일 있을 때에는 괜찮아요.
아예 안 꾸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보여주세요"
하나님은, 정말 그렇게 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