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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Jun 02. 2024

첫 꿈

생애 첫 번째 꿈

태어나서 가장 처음 꾼 꿈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생애 첫 꿈을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물론, 영적인 꿈이었다.

내용은 짧고 명료한데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여 그럴 수도 있고
영적인 꿈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나는 늘 후자에 더 힘이 실린다고 믿었고
어쩌면 그래서 꿈 얘기를 잘 안 했을지도.

내가 꾸는 꿈은 사람의 일상 같지 않아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편이었고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 나올 때에는
그것을 정확히 나타낼 형용사가 부족했다.

국어 실력이 유학 전보다 낮아 딱 poor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그래도 남겨보려 한다.
이것은 소설도, 과장도, 변개도 없는 참이다.


당시 우리 집은 교회 맞은편 집에 세 들어 살았고,

나의 나이는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현관문에서부터 교회까지 뛰어가면 30초 걸릴까.

집 앞 교회의 달란트 시장에서, 그동안 모아뒀던

달란트로 우리 엄마가 만드신 떡볶이도 사 먹고

물건을 하나 샀다.


십자가


내 손보다 조금 크고 가벼운 분홍색 십자가였는데

야광이라, 밤이 되면 에메랄드 녹색으로 빛이 났다.


이제 나의 첫 꿈은 이러했다.




암흑이었다.


이 암흑을 설명하기 참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내가 보았던 그 암흑은 이 세상에 존재치

않는 암흑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찌 설명하겠나.


그리고 공간이라는 개념이 다르다.

서 있지만, 바닥이 있다는 뜻은 아니란 얘기.

무슨 말이냐고? 그래서 세상과 다르단 말이다.


까매도 그렇게 까말 수는 없다. 눈 감고 암막커튼

아니 그 어떤 검은색을 가져와도 그 암흑은 없다.


그 암흑 속에 내가 서 있고,

앞에 마귀가(귀신이) 서 있었다.


보여서 아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 또한 영적인 것이라 논리적 설명이 불가하다.


내 바지 뒷 호주머니에는 실제로도 가지고 있던,

달란트 시장에서 산 분홍 십자가가 들어 있었다.


호주머니에서 십자가를 꺼내 잡아 앞으로 들자,

형용할 수 없이 광활하게 끝도 위아래도 없는

암흑 속에서 오직 십자가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십자가 하나만 보였다.


순간 내 앞에 있던 마귀가 도망치기 시작했고

난 이렇게 반복하여 외치며 마귀를 쫓아갔다.


"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마귀사탄은 물러갈지어다!!!!!"



 

이것이 미취학 아동의 첫 번째 꿈이었다.

무섭지 않았다. 나를(예수의 이름을) 무서워한

것은 오히려 마귀였고,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이로써, 마귀, 귀신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툭 치면 나올 정도로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익숙하게 읊을 줄 아는 어린이로 자라 갔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들이 따르리니
곧 내 이름으로 그들이 마귀들을 내쫓으며
새 언어들로 말하며 / Mark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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