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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Jun 08. 2024

친가에 살던 귀신 1

살해 계획

어린 시절 영적인 꿈에는 할머니의 집이 곧잘
나왔다. 그 집에 귀신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엄마가 예수님을 믿는 사실만으로도
처음부터 엄마를 싫어하고 결혼을 반대했지만
아버지의 불도저급 추진력에 곧 결혼하게 됐다.

아빠 집안에 예수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나
자신은 예수 믿는 여자와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결혼 후 함께 교회에도 잘 다녔다.

그러나 영적 세계를 분별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아버지는 이 긴 전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거나
종종 속아 본의 아니게 휘둘려 큰소리도 내셨다.

우리 가족만 지낼 때에는 꽤 평화로운 가정이었고
가끔 할머니댁에 가거나 할머니가 집에 오는 날엔
무엇으로든 반드시 집이 뒤집어지고 시끄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자라는 동안 꾸준히 이 일을 꿈으로 보았다.
그래서 이 일이 일어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당시 친할머니댁에는 부엌에 아궁이가 있었다.



친가에

엄마, 나, 남동생이 있었다.

아버지는 없고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아궁이가 있던 부엌에 마귀가 있었는데

우리 셋을 죽이려는 계획을 실행 중이었다.


아버지는 마귀의 타깃이 아니었고

엄마, 나, 내 동생이 타깃이었다.


어떻게 죽이려 했는지

어떤 방법이었는지

어떻게 그걸 알아챘는지

설명이 어려운 것은 무척 유감이다.

(영으로 알 수 있다)


잠깐, 조금 무서운 감정이 들었으나

귀신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마귀사탄은 물러가라!"


한 번만 외치는 경우는 없다. 늘 여러 번이다.


엄마는 어디에 있냐고? 이게 어렵다.

엄마와 동생이 그곳에 있었지만 그 순간

내 옆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그런 것.


아무튼 나 혼자 외치는데 목소리가 더 있었다.


"예수이름으로 마귀는 물러가라!"

내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와 정확히 겹쳐 들렸다.

나와 똑같이 외쳐주는 어떤 존재가 있었다.


영으로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 보았다기보다

옆에 있음을 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었으며 나처럼

땅에 발을 딛고 선 존재가 아니었다. 굳이 따져보자면

남자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여자라 할 수도

없다. 우스운 추측이지만 나이맞혀보라고 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중요하지 않다.

옆에서 날 도와 함께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 중요하다.

내 우측 위쪽에 있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예수님의 이름으로 외치며 쫓아내는 즉시

내 앞에서 나와 엄마, 동생을 살해하려고 마음먹었던

악한 영은 순식간에 마치 액체로 녹아내리듯 사라져

도망갔다. 그러면 꿈은 끝이 나고 잠에서 깨어난다.




친가 집안을 통틀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서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엄마 한 명뿐이었다.

아쉽게도 아버지는 '교회에 잘 다니는 분'이셨다.


귀신들 입장에서 엄마는 이 집안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다 쫓겨나가니까,

예수님 믿는 엄마를 괴롭혀 쫓아내야 했던 것이다.


귀신들은 예수 안 믿는 사람, 영의 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 평범한 사람, 또는 교회에 그저 다닐 뿐이기만

한 사람 등을 다양하게 속여서 그들의 생각과 마음

사로잡아 계획에 악용한다. 물론 직접 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용당한 사람은 정작

자신이 이용당했는 줄도 모를 확률이 높다. 음란한

마음, 교만한 마음, 미움, 질투, 원망, 불평 같은 것이

자신의 마음이고 생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게

귀신들이 넣어주는 생각임을 분별할 줄 알아 안 받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순종하는 경우를 일컬어

'영이 깨어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365일 24시간 깨어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홀로 예수를 믿던 엄마는 고난을 많이 당했다.

시댁 식구들이 엄마를 타깃으로 모함, 거짓말 그리고

그에 휘둘리던 아버지마저 엄마를 때때로 괴롭히다

용서를 구하다, 또 휘둘리는 일이 종종 반복되기를

이십여 년 간 지속되던 중, 어느 날 전쟁이 끝났다.


오랫동안 살고 있던 그 귀신들은 정말 떠나가서

현재 할머니 댁에 살지 않는다. 엄마가 이겼다.

정확히는, 엄마의 안에 계시던 예수님이 승리했다.


오래 살던 놈들은

그곳을 완전히 떠나는 데에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떠났어도 다시 오려 기회를 엿볼 때가 많다.

그래서 완전히 쫓아내는 데에 공이 더 많이 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내 생각과 마음, 그리고 우리 집안에

꽈리를 틀지 못하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것.

몰래 들어와 버렸거나 내 잘못으로 방치했다면,

지금 당장 쫓아내는 편이 훨씬 쉬운 방법이다.


나에게는 일어난 적 없는 일 같다고?

당신의 생각과 마음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귀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생각을 넣어주는 것이니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에 이제 마귀가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속에
그분을 배반하여 넘겨주려는 생각을 넣었더라.
And supper being ended, the devil having
now put into the heart of Judas Iscariot,
Simon's son, to betray him; / John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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