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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Jul 09. 2024

내가 만난 부자

이런 사람도 있다

일단 나에 대해 짧고 굵게 적자면, 최대 장점이자
최대의 단점인데, 돈에 욕심이 타고나게 없는 편.
욕심만 없는 게 아니라, 버는 능력도 비례한 듯.
암산 능력은 물론 금액을 들어도 돌아서면 잊음.
불필요한 지출은 작은 돈도 아깝고, 용도에 따라
큰 금액이 아깝지 않을 수 있는 가치관 지닌 타입.
돈에 너무 관심이 없어서 나름 노력한 편에 속함.
(나도 현실을 살아내야 하니까!)
단점은 아주 많고 ㅋㅋ (여태 살아남은 게 신기...)
장점은, 부자든 가난하든 나에겐 그분이 그분이다.

돈은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별로라고 생각하나
많고 적음을 떠나 지혜롭게 사용하는 게 더 중요함.
성실, 지혜, 절제가 삶과 돈에 적용되는 한, 사람이
살아가는 평생 커다란 문제는 없거나 해결될 듯.

아무튼 나는 부자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돈은 1순위가 못 됨.


크리스쳔 유학생이라면 대부분 아는 명칭이 있다.

KOSTA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유학생 수련회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강사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유독

러시아 코스타는 비인기 지역이었다. 열악하니까.


그런 러.코.에 와 주신 강사 중 한 장로님이 계셨다.

코스타 강사는 자비로 티켓을 끊어 봉사자로 온다.


나는 코스타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일단 약 2주 전부터 앙상블이나 오프닝 찬양 악보를

만드느라, 내 전공이 작곡인지 코스타인지 헷갈리고

막바지에 밤을 새우다시피 하다 수련회에 가면, 이제

그 앙상블의 시작이 새벽 6시이므로, 자정을 넘어서

잤다가 평균 3-4시간 자고 일어나 반주하고는 했다.


수면부족으로 몰골은 말이 아니었고 정신도 멍했다.

즐겁게 한 일이라 괜찮았지만 그날은 유난히 지쳤다.

오후에 무대에서 반주를 했던가... 그러다 객석으로

내려와 아무 빈 의자에 털썩 앉았는데, 옆에서 누가

계속 쳐다보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그 장로님이

아주 흐뭇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로 나를 보고 계셨다.


'아...!'


성함도 모르겠고 너무 피곤하고, 왜 웃으시는지도

모르겠지만 웃는 얼굴에 뭐 못한다고 어색한 웃음

짓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다시 앞만 보았다.


그것이 그분과 나의 만남이었다.

더 뭐도 없었다. 그냥 '끝'이다...


돈이 되게 많으신가 봐


"언니, 저 장로님.. 하고 있는 벨트.. 저 벨트 진짜

 비싼 거야. 저 구두도, 명품인데 일반 명품이 아닌

 진짜 부자들만 사는 명품 있지, 그런 거야."


"그래? 와, 너 눈도 밝다. 그게 보여?"


"돈이 되게 많으신가 봐. 온몸에 전부 명품이야."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명품 잘 알던 애의 말뿐인데

명품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내 눈에 그 장로님은

그냥 보통의 어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코스타가 끝난 후 당시 활성화 되어 있던 페북으로

친구신청이 왔다. 강사들 중 원래 그런 분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수락하자, 따로 연락이 왔다.

모스크바 주소를 달라는 것이었다.


- 주소를 왜....

- 보내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요.

- 아니, 무엇을..

- 주소 좀..

- 대체 무엇을...


백화점 1층에서 화장품을 보니 내 생각이 나

선물로 보내주고 싶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내 생각이 나셨구나.


- 장로님, 마음만 받을게요. 저 진짜 괜찮아요.


그러나 계속 물어오셔서,


- 저 몇 개월 뒤면 귀국해요. 여기로 보내시면 솔직히

 짐만 늘어납니다. 정말 받은 것으로 할게요.


- 이미 샀어요. 환불 못 해요~


결국 한국 주소를 드렸고, 한국 집에 도착한 수십 개

화장품 사진을 가족으로부터 받았다.


살다 살다 이렇게 많은 화장품은 또 처음 받아보네..

아니, 선물을 받은 적이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기도.


그 장로님 유명해~


집에 선물이 왔다 보니, 엄마께 설명을 드려야 했고

신기하게도 우리 엄마가 그 인물을 알고 계셨다.


- 엄마는 어떻게 알아?!

- 그 장로님 유~명해.

- 왜?

- 그분이, OOO에 리조트가 있는데 저번에 우리 교회

 교인들 다 무료로...


즉슨, 한 턱 내면 거하게 내는 분이라 인기 짱이라나.

우리 교회 교인은 아니었으나, 알고 보니 당시 목사님

일등석을 이 분이 끊어준 기간도 오래였던 모양이다.

(그 목사님은 오~래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개인적으로 백악관 초청됨. 왜냐면 당선자와 친구라.

트럼프가 대통령일 땐 같은 자리에 트럼프는 방문 차

가만히 있었고, 이 목사님은 짧게 연설까지 하기도..

어떤 기간에는 항공사의 OO가 스스로 일등석 제공.

자기가 탈래서 탄다기보다 흔하지 않은 케이스인듯.

아무튼 유명했으나, 돈, 여자, 자녀문제 아예 없었음)


거기까지도 그런가 보다 했다. 아, 그렇거나 말거나~


한국에 나왔던 나를 보러 집 쪽으로 직접 오셨는데

막 빛나는 벤츠를 끌고 오셨길래, 솔직히 속으로는

'뭔가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안 어울리는 느낌'

어색한 느낌으로 차에 타, 3분 거리에서 식사를 했다.

선물의 답례로 내가 대접하려 했으나 못 내게 하셨고.


나중에 점점 알게 된 사실은, 다수가 찾거나 도움을

얻으려는 상대인 것 같았다는 점. 환호받기도 하고.

그래도 나에게는 솔직히, 아직도 특별하지 않았다.


리조트를 다 팔았어


그런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OOO 리조트를 다 팔았어. 선교사가 되기로 했거든."

"아, 정말요..?!"

"지금 이 차랑 OO에 집 하나 남기고 다 정리 중인데.."


자세한 내용은 오래되어 기억이 흐리지만, 그 금액이

몇십억이 아니라 몇백억이었던 것은 기억한다.

너무 큰 금액은 와닿지 않는 법. 그래서 더 까먹었다.


그리고 그분은 부인과 함께 후진국으로 떠나가셨다.

그때 그 장로님을 눈여겨보게 된 것 같다.


'와.. 어떻게 저러지..? 대단하다...'


돈이 많았을 때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는데,

자기 재산을 털어 그런 나라에서 돈과 인생을 바칠

생각을 하다니, 정말로 가다니, 대단한 이었구나

그제야 깨달았달까.


그때부터 아주 가끔이라도, 소식을 나누곤 했다.

그분이 나에게 여러 번 부탁하셨때문이기도..


현성아, OOO에 와 줘. 꼭 한 번 와 줘.


그때까지 나는 한국 외의 아시아에 가본 적 없었고

갈 생각도 없던 사람이었다. 러시아나 유럽이 훨씬

익숙하고 특히 후진국에는 정말로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 분이 하도 여러 번 청하셔서 대답을 했다.


"꼭 한 번은 갈게요. 언제가 되든 꼭 갈게요."


보고 싶은 현성아!!!

앗!
현성아.
살아있으니 반가운 사람의 소식을 듣게 되네. ㅋㅋ
네 메일 읽으며 절로 흥이 나고 은혜가 넘쳐나네.ㅎ
많은 시간이 지났네.
벌써 만 4년이야.  OOO에 온 지. ㅠㅠㅠ
잠시 이곳 소식 좀 말할까?
나는 3가지의 사역을 하고 있어.
하나는 병원사역인데
많은 OOO환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어.
이런 병원을 OO에 3개나 세웠어.
또 하나는 복음 방송국이야.
OOO 최초로 기독방송 허가를 받아 하루
한 시간씩 복음방송을 내 보내는데
지난 7월 11일 첫 전파를 쏘았어.
하루 60만 명 정도가 MOOO
( OOO복음방송)를 청취하고 있어. ㅎ
올 OOO어로 방송되고 주로 찬양과 말씀
성경을 소개하고 있어. ㅎ
또 하나는 어린이 학교 보내기 운동이야.
OOO는 고아가 많아.
아무의 도움도 받지 못해. 학교도 다니지 못해.
그래서 우리 병원의 수익금으로 현재 800여 명을
학교에 보내고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어.
대견하지? ㅎㅎㅎ
샬롬!
현성아 오늘은 너무나 행복한 날이다.
갑자기 모스크바에서 듣던 너의 연주가
내 영혼을 흔들어대는 것 같아.
정말 주님께서 나를 위로해 주시나 봐.
갑자기 너를 통해서. ㅎ
이곳은 오랜 우기철로 계속 비가 와.
네가 작은 그룹을 이끌고 OO에 올 수 있도록
주님께 요청하고 기도할게. 이곳의 많은
소외된 사람들께 엄청난 위로가 될 거야.
이곳은 인터넷사정이 안 좋아
전화통화도 잘 안돼.
내 메일주소 버리지 않고 오래도 잘 지니고
있었네. ㅎ 감사 감사 감사.
참으로 예쁘고 주님이 사랑하는 현성아.
꼭 OOO 잊지 말고.
팔 아프다는 문장이 여러 곳인데 걱정이 되네.
팔이 너의 보배인데.  내가 힘껏 기도할게.
주님이 치료해 주시길. 늘 건강하고
주님의 풍성한 은혜 안에 거하는 나날이
되기를 축복해. 많이 보구싶구나.^^:)
샬롬.
OO에서


오래 후, 나는 동생을 데리고 그곳에 갔다.

그때도 피곤했던 나는 정신을 못 차렸는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공항에서 카톡에,

< 지금 출국심사 받고 있어요 >라고 하자

< 입국심사겠지 ㅎㅎ >라는 답이 돌아왔다.

마침, 정기적으로 봉사 오신다던 의사 출신

장로님 부부 등 열댓 명이 이미 와 계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 봉사라는 것을 했다.

알고 보니 여행만 다녀본 한량이었던 것이다.


이런 봉사, 많이 해봤나 봐요?


알약을 구분해 정리하는데 너무 불편하길래

손 덜 쓰고 신속히 하도록 변경해 놓았더니

약사인 집사님이 나에게 물어온 말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데요...."


어색한 대답 후 내 손은 광속처럼 빨랐다.


현지 애들이 코코넛에 빨대를 꽂아줬는데

맙소사! 코코넛도 난생처음이었다.


"이게 뭐죠? 이게 코코넛이라고요?

 와, 대박. 너무 맛있어. 우와 맛있어!!!!!"


흥분한 나는 그 자리에서 2개를 마셨다.


어떻게! 이걸 이 나이에 처음 마셔볼 수

있는지 나의 인생에 물어볼 심정이었다.

하긴, 추운 나라에 살았으니 그럴 만도...


정작 빨대 꽂아준 현지인은 코코넛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다니.. 싶은 마을,

엄마가 옛 시절 이야기하실 때 나올법한 풍경,

뚫린 짐 차 같은 자동차에 여러 명이 떼로 타는

희한한 광경이라든가, 호수 물 위에 집이 있던

마을에 약을 나눠 주고 멜로디카도 불다 왔다.

비포장 도로에서 좋은 차도 무용지물이어서

매일 놀이기구를 타는듯한 보너스도 얻었다.


일한 곳은, 일하느라 사진 하나도 없음ㅋㅋ


현지 식당에 가면

앞사람이 먹던 그릇에 음식을 담아 내어오

바닥 닦던 걸레로 도마 닦는다는 이야기도...


장로님은 우리를 자기 집과, 좋은 식당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극진히 대접해 주셨다.

봉사를 하러 온 것인지 대접받으러 왔는지

전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극진하셨다.


장로님의 부인 - 권사님과 식탁에 앉았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들 리조트를

H그룹의 OOO가 싸게 샀다는 말씀을 하셨다.

자기 아버지 생신 선물로 샀더라고... ㅎㅎㅎ


'아, 부자들은 선물로 리조트를 주는구나'

했다.


그러고 보니 동생 예고시절, 학교 친구가

생일 선물로 땅을 받았다던 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이 절세 그런 건가)


한국에서 그대로 살았다면,

혹은 일정 금액 후진국에 헌금하고

남은 돈으로 선진국에서 지냈다면,


슈퍼카 여러 대 수집하고 번쩍번쩍하는 집에서

손에 안 묻히고 평생 살고도 남았을 분들이,

부부 한 마음으로 이렇게 사는 것이 놀라웠다.


선교사가 되기 전에 장로님은 자신의 딸에게

수천만 원짜리 기념품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흔한 선캡조심각한(?) 명품이었나 보던데

일절 다 처분하고 카메라 하나만 남기셨다고.


참 부자


마음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시기에 갔음에도,

하루도 빠짐 없이 깊은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가난한 아이들이라도 부부가 화목하면 결코

불행하지 않다는 것과, 마치 '옛날 사람들'의

순수함을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가 보고온 듯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부자.

내가 만난 부유한 사람들 중

그 부부보다 부유한 사람이 있었을까?


재산의 크기보다, 헌신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존경받을만 한 참 부자였다.





그가 그분께 이르기를, 어느 명령이니이까? 하매 예수님께서 이르시되, 너는 살인하지 말라, 너는 간음하지 말라, 너는 도둑질하지 말라, 너는 거짓 증언하지 말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또 너는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는 명령이니라, 하시니 그 청년이 그분께 이르기를, 이 모든 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지켰거니와 아직도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니이까? 하거늘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완전하게 되려거든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매 그 청년이 많은 소유를 가졌으므로 그 말씀을 듣고 근심하며 가니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자기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진실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부자는 하늘의 왕국에 들어가기 어려우리라. 내가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왕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하시매 그분의 제자들이 그 말을 듣고 심히 놀라며 이르되, 그러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으리요? 하거늘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불가능하나 하나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니라, 하시니라. Matt. 19: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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