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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Aug 14. 2024

원수를 사랑하라

죽음을 지난 평안

- 네가 자꾸 S부인한테 전화해서 S를
 좋아한다, 바꿔달라 막 그런다는 거야.

- 네?? 누가요?? 제가요????
 미친 거 아니에요?!

 - 어, 분명히 네가 그랬다고 했어.

- 도대체 그게 무슨.. S부인 전화는커녕
 얼굴도 몰라요. 한국 폰도 없어서 옛날에
 S하고 일한 당일에 엄마폰 빌려 썼어요.

- 나는 너를 믿지. 그런데 S랑 S부인은
계속 네가 전화해서 이상한 말 한다고...
너한테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

- 아.. 알려주신 건 정말 감사해요.

- 아니야, 앞으로도 S부부하고는
멀리하는 게 너한테 좋을 것 같아.


고래싸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임을 그때는 몰랐다.

K목사님을 찾아가자 "녹취를 해도 되겠는지"

물으셨다. "도대체 S와 S부인이 왜 계속 나에

대한 거짓 모함을 하는지" 물었 K목사님은

"S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라고 답하셨다.



범인 찾기


 진실이 궁금했던 K에게, 나는 key와 같았다.


- 혹시 S가 너에게 성(性)적으로 이상한 말을

 하거나 신체를 조금이라도 만진 적이 있니?


질문 자체마저 불쾌하고 어색했지만 대답했다.


- 없어요! 그럴 리가 없죠. 그런 적도 없고요.

 저랑 S는 일로만 셋이서 만났고, 저희는 그런

 분위기 자체가 형성된 적이 아예 없어요. 만일

 그랬다면 제가 거기에 가지도 않았겠죠!

 S가 어떤 사람이었든 저한텐 그런 적 없어요.

 게다가 다투고 연락을 안 했는걸요. 제가 하지

 말라고 그래서 그다음부터 서로 안 했어요.

- ... 만난 적이 아예 없었겠네.

- 네. 그런데 왜 S는 자기랑 뭐 있던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어떤 미친 여자가 그

 부인한테 연락해 남편을 찾.. 어처구니가 없..

- 그런 적 없어. S가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

- 네?

- 지금 뭔가 우리가 서로 대단히 오해하고 있던

 것 같다. S도 너와 같은 증언을 여태껏 해왔어.

- S랑 S부인이 그런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요?

- 없어. 그쪽 증언은 지금 너랑 완전히 같아.

 아무 일도 없었고 못 본 지 오래됐는데 네가

 P한테 이상한 말 해서 P가 소문낸 줄 알았어.

 이 녹취 들으면 S부부는 너무 기뻐할 거야.

- 그러면 P가 저한테 해왔던 얘기가 설마...

너는 네 이웃을 대적하여
거짓 증언하지 말라. Exodus 20:16


알고 보니 범인은 P였다.


P가 중간에서 각각의 창의적 거짓말을 함으로

몇 년간 나와 S부부를 ''먹이다 일부 들키자

두 목사님과 S앞에서 서로 화해하기로 한 후에

다시 그러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해왔던 거짓말도 덮고 누명도 씌울 겸

내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간 P의 거짓이 얼마나 참신하고 치밀했던지,

서로 확인하는 동안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기꾼을 가려내는 과정은 참담했고, 놀라웠다.



새우 양식


S와 P는 서로 '쌍욕'을 하며 싸운 원수이자

동시에 교회의 '은혜로운' 사역자들이었다.


주를 위해 목숨도 내놓는 숭고한 척을 하던

P는 나를 이용해 S를 매장시키고 싶었기에

아무것 아니던 나는 '새우'가 되었다.



참아왔던 이유


오랜 세월 아무에게도 폭로하지 않은 건

알려지면 상처받을 성도가 많기 때문이었고

'사역자들'에게도 기회를 남기고 싶어서였다.


K목사님은 S와 P의 중재자로 특히 S를 돕고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해결을 위하여 이용'

될 뿐, 정작 짓밟힌 내 마음이나 입장 따위를

배려하거나 돌아봐주는 사람은 사실 없었다.


S에게는 돈과 명예와 인맥이 있었다.


S가 K목사님께 "얘는 그냥 천재예요. 이런 애

저는 살면서 딱 두 번 봤어요. 한 번은 옛날에

쥴리아드에서, 그리고 두 번째가 이 친구예요"

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훨씬 더 배려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들이 나빠서라기보다

상황이 그랬다. 일종의 '밥줄'도 걸린 문제였다.

 


한 분에게 한 번 토로


- 결혼했거나 연애라도 해 봤으면 이렇게까지

 참담하진 않을 것도 같아요. 배우자에게 모든

 처음 것을 주겠다고 남자와는 이성으로 손도

 안 잡고 지독히 철저하게 살아왔는데, 어이가..


 주위에 그 얘기 믿을 사람 어차피 없지만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의심하거나 믿겠죠.

 게다가 S는 결혼 전에 좀 그랬다고 하니까..


 그것도 상관은 없는데, 저를 얼굴만 아시는

 몇몇 목사님들 태도에서 뭔가 달라진 것을

 느낄 때, 마음이 좀 어렵기는 하더라고요.


 P의 거짓말이라는 걸 상상이나 하겠어요?

 저도 상상 못 했는데...


- P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이 너무 안 좋아서

 나는 대화도 거의 안 했어. 인상이 너무...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 P가 S에게 이를 갈고 준비한 것 같아요.

 몰래 녹취파일 만들어서 편집할 정도로..


 아마 제 대화도 녹음해 왔을 거예요.

 저는 걸릴 게 하나도 없고, 아마 쓸 것도 

 없을 거예요. 짜깁기야 하겠지만요.

저희가 이웃에게 각기 거짓을 말함이여
아첨하는 입술과 두 마음으로 말하는도다
Psalm 12:2



둘 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


좋은 아빠, 멋진 남편, 기독교인 성자 놀이를

훌륭히 지속해 온 두 고래의 행적이 알려지면

둘 다 그 뒤를 감당해내지 못할 게 분명했고,

죽지 않기 위해 나를 더 후려칠 것 같았다.


정치사건도 일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누가 유서를 쓰고 자살하지 않던가.


아니나 다를까, 궁지에 몰린 P가 창의적으로

덮어 씌워, 할 수 없이 나도 증거는 남겼으나

중재자 K목사님 외에 공개하지 않고 덮었다.


진실을 한 번 확인시켜 드려야, 올바른 대처가

가능해서였다. P는 S와 화해하는 척을 할 때

"새우 때문에 나도 속았다"라고 거짓말했고,

또 다른 거짓말로 '악의 극치'를 보였다.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나, 내가 가진

증거로 P를 쫄딱 망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은혜


신기한, 아니 참으로 감사한 것은, 그런데도

분노하거나 그를 미워한 적 없다는 것이다.

성자냐고? 천만에. 그래서 '은혜'라고 한다.


노력이 없이 선물처럼 저절로 받은 마음.

신은, 새우에게 그 '은혜'를 선물하셨다.


날 후려치던 사기꾼의 파탄을 원치 않았고

'은혜받은' 대중의 마음도 지켜주고 싶었다.


죽은 듯이 지냈다.

나 하나 죽고, 다수가 사는 편을 택했다.

사특한 자는
입으로 그 이웃을 망하게 하여도
의인은 그 지식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느니라 Proverbs 11:9



유럽까지 퍼진 소문


어느 날 S가 소송을 준비한다며 연락이 왔다.

P가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다녀 둘 수 없다고.


한국국적도 아니고 인맥도 넓은 S는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원로급 인물의 도움을 받을 터였다.


내가 '새우'로 등 터진 채 걸려있던 문제인지라

내게도 연락이 온 것이었다. S만큼 나도 똑같이

아니 내가 더 억울한 일이었고, 보통 사람이라면

소송에 가담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뒤에

대략 들은 한 친구는 "누나, 내가 우리 아빠한테

말해서 소송할 수 있게 도와줄게"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의 행동이나 반응은 분명 상식적이지

않았다. 누가 보면 '억울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

아니야? 찔리는 게 있으니 가만있는 것 아니야?'

라고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침묵했다.



박보영 목사님


오래전 간증 한 편을 들어보았는데,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으나 대략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의사였는데 병원을 그만두고 목사가 된 뒤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함께 살아가며

공부와 자립을 돕던 사람으로, 아마 고아원처럼

남자애도 있고 여자애도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자애가 임신을 한 것이다.

배가 불러오자 학교에서는 "애 아빠가 누구냐"

물었고, 여학생은 "사실은 목사님이.."라고 했다.


목사님은 학교에도 불려 갔고, 소문이 쫙 퍼져

동네에 장 보러 가기도 어려울 상황이 되었다.

모두가 그를 경멸했고 그는 그렇게 살아갔다.

기간이 기억나지 않지만 짧진 않았던 듯하다.


아무 해명도 없이 '아이 아빠'가 되어버린 채

묵묵히 비난과 경멸을 감당하는 박 목사님을

보다 보다 못한 그 여학생이 결국 자백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목사님이 아니라

그녀의 사촌오빠였다.


목사님은 그 여학생을 지켜주고자 침묵하며

'희대의 ㄱㅅㄲ, ㅆㄴ, 성폭행범'이 되어주신

성자와도 같았다.



성폭행범 누명보다는 낫지


S와 P의 지저분한 싸움에 어처구니없이 이용

아니 악용된 나는, 그 목사님을 생각했다.

아니 생각이 났다. 신기하게 나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래 앓아눕기도 했지만 화는 안 났다.

저주한 적도 없다. 밉지도 않았다. 감사하게도.


그래도 내가 쓴 누명은

성폭행범은 아니니, 박 목사님보다

내 상황이 훨씬 낫네


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되었다. 은혜였다.



증명 방법


물증도 중요하지만, 실은 더 큰 무기가 있었다.


연락을 끊은 것은 끊어야겠어서 끊은 것일 뿐

두려움 따위는 애초에 없었으므로, 만일 그와

대면해 공개이든 비공개이든 시비를 가릴 때,

만일 나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었다.


당신의 가장 중요한 것을 걸고 말해라.


당신 어머니와 아버지,

당신의 아내,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

그들의 건강과 그들의 미래, 목숨까지 걸고

말해 보아라. 만일 당신이 거짓을 말한다면,

하나님께서 당장이라도 그들의 목숨까지도 다

거두시고 당신과 온 집안을 망하게 하실 수도

있다고 입으로 선포하고 말해 봐라. 진실이라면

당하지 않으나, 거짓이라면 지금이든 앞으로든,

그 저주가 반드시 임할 거라고 말하고 시작하자.


나는 할 수 있다.

왜? 거짓이 아니니까.


그래서일까, S와 P가 자기편을 하나씩 두고

대면하던 날에도 그들은 나를 부르지 않았다.



혀에는 권세가 있다


말에는 능력이 있고.


특히 기도하는 사람의 선포는, 더 큰 무기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유효하게 작용될 수 있다.


난 스스로를 어쩌면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내지 않고, 따지지 않고, 조용히

있으나, 나와 정말로 대면한다면 봐주지 않을

것이기에.. 까닭 없는 저주 아닌 '하나님의 목전'

에서 하는 무서운 기도 방법을 알고 있어서...

그 상황까지 만들지 않기 위해 어쩌면, 어쩌면

내가 봐준 것일는지 모를 일이다.

오직 너희 의사 표시는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라.
무엇이든지 이것들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느니라. Matthew 5:37



원수를 사랑하라


인간이 생각하는 사랑은 만 가지가 넘고

대개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다 보니

사랑이 식었으므로 헤어진다라고 하지만


예수가 한 사랑은 십자가에서 대신 죽어

'죄 값을 대신 치러 준' 대속이었다.


사랑을 다루는 고린도전서 13장의 시작이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것은 다행일지도.


사랑이 설레고 보고 싶은 감정뿐이라면

나는 절대로 P를 사랑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나 만일 사랑이 오래 참는 것이라면

나는 P도, S도, 즉 원수도 사랑한 것이다.

사랑은
자기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
Romans 13:10


늘 생각한다.


감정은 사랑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라고.

사랑은 인내와 용서이며 희생과 책임감이고

결혼은 서약이지 다짐이나 합의가 아니라고.


자녀가 밉상 부려도 용서함 역시 사랑이듯

사랑이란, 고작 설레는 감정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는 것. 설렘은 설렘이고, 사랑의

많은 요소들 중 하나에 불과함을 안다면,


원수를 사랑하라


이 명령이, 불가능하지는 않음을 깨닫는 것.


당신이 아버지를 참았고,

당신이 자녀를 참아줬고,

당신이 배우자를 참을 때

타인의 잘못을 용서할 때

원수를 사랑한 것이다.


원수를 미워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편이 쉬울지 모른다.


증오와 미움에는 더 큰 에너지가 소모되어

본인의 마음과 생각과 신체가 병들게 되나,

한 번 참고, 새로 한 번 참고, 또 넘어가고,

대신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면 살만해진다.


용서받아본 자에게는 용서가 좀 더 쉽다.

쉽다는 것은 가볍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 역시 죄인이었음을 인정하는 행위와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죽음을 지난 평안이다.


어느 날 혹시 문득 다시 시험에 든다면

해결할 방법이 나에게는 아주 많이 있다.


그중 세 가지를 나누고 이만 맺는다.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면
너희 천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과실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Matthew 6:14-15
누가 누구와 다툴 일이 있거든
서로 참고 서로 용서하되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 같이
너희도 그리하며 Colosians 3:13
너는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한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들을 사랑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고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선을 행하며
악의를 품고 너희를 다루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되리니 그분께서는
자신의 해를 악한 자와 선한 자 위에
떠오르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 위에 내려 주시느니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들을 사랑하면
무슨 보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와
같이 하지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행하는 것이 무엇이냐?
세리들도 그렇게 하지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하라.
 
Matthew 5: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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