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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Aug 21. 2024

혼잣말

나는 눈물을 나누어 흘린다

제목을 '넋두리'로 적었다가 순간

1. 이 맞춤법이 맞나?
2. 넋두리의 뜻이 뭐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검색하자
'불만을 길게 늘어놓으며 하소연하는 말'
이라는 국어사전 뜻에, 그렇다면 아니다.

넋두리가 아니라 '혼잣말' 정도 되겠다.


어제의 글을 오늘 잇는다.

문득, 짧게 몇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재를 끝내고 싶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시기가 있다. 그때는 말을 하고 싶지 않은데, 특히 한글을 사용하고 싶지 않게 된다. 한국말을 제일 잘해서 혹은 아마 외국어로 어차피 말을 잘 해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지몽' 마지막 회에 적을 꿈은, 당시 본 것을 음성으로 녹음해 둔 파일까지 있음에도, 그것을 찾는 것피하고 싶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생략한 꿈이나, 적어놓고 발행하지 않은 꿈도 있고.


약속하기를 즐겨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재를 고민하다,

미리 적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토요일에 끝낼까 혹 두 편으로 마칠까

생각하며 '이제 내 꿈 일기도 끝나겠구나'

할 때 브런치 앱 알림이 도착했다.


그토록 필요했던 '예약 기능' 소식.

요즈음 내 삶의 타이밍은 줄곧 이렇구나.


엄마로부전화가 왔다. 용건 있는 것이다.


- 엄마, 잘 지내고 있어~?

- 어젯밤에 네 꿈을 꿨어!!!


엄마는 꿈이 같을 만큼 자주 꾼다.

하지만 나의 등장이 흔한 일은 아니다.


- 내 꿈? 어떤 꿈인데??


궁금했다. 엄마의 꿈은 늘 정확하다.


- 얼마나 놀랐는지! 어이가 없어서 원~.


궁금해 빨리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 큰 드럼통 세탁기 있잖니, 거기에 네가 들어가 있는 거야!


들어보니 솔직히 좀 웃겼다, 어이없고. 내가 했다는 한마디가 별  아니지만 상황상 꽤나 웃겼달까. 그러나 내용이 우습지는 않았다. 엄마는 무려, '소름 끼쳤다'라고 표현했다.


- 그런데.. 왜 하필 세탁기지?

- 쥐어짜는 거잖니. 그게 너를 쥐어짜는 거더라고.

- .. 그건 맞아. 그러네, 쥐어짜는 것 맞네. 사실이야.


꿈 일기가 아니므로 내용은 생략하나, 엄마와 나는 그것이 뜻하는 바에 대하여 의견을 즉시 일치했다. 서로에게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정도로 영과 혼이 잘 통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영만 통하는 사람, 혼만 통하는 사람은 많으나 이 두 가지가 다 통하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타고난 성향 - 기질도 짝꿍 같다.


선물이라 생각해 왔다.

신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


- 그게 맞네. 그래서 나도 정리하고 싶다고 했잖아.


꿈만 꿨지, 아직 달라진 현실은 없음에도, 이야기를 듣고 나니 희한하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무심코 세탁 버튼을 누르려다 소스라치게 놀란 엄마 본인의 마음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래서 뭔가, 어깨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 그럼 나 마음 좀 편하게 가지고 천천히 정리할게.

- 그래, 할 수 있을 때 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게 네 영혼을 쥐어짜면 안 되잖니. 깜짝 놀랐어.

- 아.. 꼭 이렇게 경험을 하네.. 굳이....

- 마음을 편하게 가져. 인생 경험이라고 생각해~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은 아주 많다.

자기 자신을 보고 흐뭇한 은 참 대단한 들이다.

내가 흐뭇할 , 신이 내린 음악을 들을 때뿐일 수도.


하루 지나니 엄마의 꿈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락스가 풀어진 세탁기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의 나를 보았고, 탈수중인 빨랫감들에 섞여 탈탈 털린 후의 영혼과도 비슷했다. 다 알고 있었다. 겪기 전 먼저 알았음에도, 사람은 왜 몸소 경험하는 어리석음을 행하는 것일까.


엄마의 꿈은 정확하다.

나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무 말하지 않았어도

멀리반드시 알고 전화가 온다.


"꿈을 꿨는데"라고 시작하는 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엄마의 병원 상담을 하고 축 늘어진 

빨랫감처럼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젠가는 엄마도 내 곁을 떠나겠지'


소리 없는 눈물이 더운 날에도 뜨겁다.


'일상은 물론 이렇게 꿈에까지 보고 알아서 

영혼까지 챙겨주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많이 슬프겠지.'


언젠가 흘릴 눈물을,

엄마에 관한 만큼은 오래전부터 나누어 흘린다.

미리부터 울지 않으면

그때는 한 번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에 걸쳐, 그녀에게 받기만 한 것에 울고

그녀가 내게 헌신한 만큼 헌신하지 못해 울고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이 나처럼 무력해 운다.

 

조금씩 나누어 흘리는 눈물은
신이 내게 베푼 자비와도 같다.

나는 오늘도 소리 없이 하염없이
흘려야 할 눈물을 나누어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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