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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Sep 22. 2024

여자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feat. 남자의 착각

남자라고 다 그렇지 않듯
여자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를 대표하는 글일 리 없으며
다소 쓸모없는, 개인적인 글이다.


1. 예쁘다는 말이 프리패스는 아니다.


- 여자는 예쁘다는 말 들으면 다 좋아해.

- 아닌데.

- 예쁘다는 말 듣고 싫어할 여자는 없어.

- 예외는 어디에나 있지.


남사친은 끝까지 우겼다.

여자인 내가, 여자 입장에서 말하는데도

인정하지 않자 한편 어처구니없던 기억.


'예쁘다'라는 말은 고마운 표현이나, 내겐

'멋있다'라는 말이 더욱 기분 좋게 들린다.


아직 말도 서툰 내 조카는 거울을 보면서

'아, 예뻐~예뻐~' 하던데, 나는 어릴 때조차

한 번도 날 예쁘다 생각해 본 적 없더라.

그냥 아무에게, 아무 생각도 없었을는지도..


이제 나이 들었지만 극히 드물게 칭송해 

일종의 매니아를 맞닥뜨릴 때면, 말은 안 해도

'희한하다'라는 생각이 어디에선가 함께 온다.

긍정의 힘, 고맙지만 한편 희한하다 ㅋㅋㅋ


어릴 때부터 ", 코 높다"라는 말만 들었는데

하도 그러길래 12살에야 무슨 뜻인지 물었다.

(코 어디가 높고, 그게 어쨌다는 건지 몰라서)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부끄럽진 않다)

어릴 때 엄마가 내 코를 몇 번 살짝 잡을 때면

세로로 납작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뭐라 하며

가로로 납작하게 팍팍 눌렀다. ( 모자란 듯)


내가 일반 여성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나,

어차피 사람은 모두 개별적으로 다르고

애초에 예쁘다는 말은 매우 추상적이다.


듣기로, 남자들은 아주 잘 생긴 외모가 아니어도

자신을 잘 생겼다 여긴다던데, 과연 신뢰할 만한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내 동생은 평균 이상으로

잘 생겼으므로 이 질문을 해보아도 의미가 없고.


언젠가 친구가 가족의 생일에 나를 초대했는데

사정상 선물만 주고 돌아오자, 혹시 그날 자기

얼굴이 이상했냐 물어와 사뭇 당황한 적이 있다.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현관 앞에서

'얘 오늘 얼굴이 별로네, 집에 가야겠다' 할 리가.

만 여성팬이 있었으니 결국 남자는 능력인가.


아무튼

남자에게 '예쁜 것'이 중요하긴 할 테고

여자에게도 '예쁨'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어떤 경우, '예쁘다', '멋지다'는 못 잊을

칭찬일 수, 더러는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잘 생겼다'라는 말을

들어와서인지, 외모에 좀처럼 신경을  썼다.

심지어 결혼식에도 안경을 꼈고 (안 껴야 나음!)

심히 망가져보이는 사진도 개의치 않고 올렸다.


우리는 각자 외모와 개성이 다르고
추구하는 것과 들어왔던 말도 다르며
각기 외모에 대한 기준과 관점도 다르다.


'매력적이다', '아름다우십니다'와 같은 표현은

좀 더 임팩트 있으나, 전체적 느낌의 표현법이다.


아무튼 여자라고,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말은 나에게, 아무래도 무리이다.

심지어 이 말은 어떨 때엔 가볍게 들리기도 한다.

호감을 표현하기에는 다소 가볍다는 이야기이다.


호감남이 쫓아다니면 로맨틱한 일이고

비호감남이 쫓아다니면 스토킹 일 텐데,

싫어하는 사람이 만일 예쁘다고 한다면

다 기분이 좋을까? 불쾌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남사친이 했던 말은 아무래도

'오만과 편견'이자 '상당한 실례'이다.


갑자기 궁금하다. 남자도 그렇지 않나?

싫어하는 여자가 자기에게 잘생겼다고

외모를 칭찬하면 무조건 다 좋을 리가..

좋은 거냐.. 설마 그런 거냐.. 아니겠지.

참고로 나의 개명 전 이름이 '연아'였는데
'예쁠 연'에 '예쁠 아'라는 것을 알고 나서
얼마나 실망했던지.. 심지어 '맷까마귀'란
뜻도 있길래 출근 중이신 아버지께 전화해
울며 어떻게 내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냐고
따진 흑역사도 있다. 그중 다른 뜻을 찾다가
'바르다'는 뜻을 보고 위안을 얻었던 기억.


아, 이래 봬도

도 예쁜 여자 충분히 좋아합니다 



2.  마음먹고 꼬셔도 다 안 넘어온다.


마주칠 때 인사만 하던 외향형 한국인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 같던 연상녀와는 헤어졌는지

유럽에서 만난 여친과 장거리 중이라길래

뭐 그런가 보다, 별생각 없이 듣고 있는데

매우 놀라운 ㄱ소리 아니 헛소리를 꺼냈다.

적는 것도 불쾌하네...


- 연아도, 내가 마음먹고 꼬시면

 바로 넘어오게 할 수 있는데~!


황당과 불쾌를 넘어서 인체 신경반응이 멈췄다.

대관절 어디에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자신감은 좋은데 저기로 멀리 가서 가지십시오.


나에게 남자가 아니었고, '남자가 아니야'라는

생각조차 해 볼 겨를 또는 가치마저 없던 인물의

ㄱ소리 장단 맞추어 딱 하나 굳이 짚어주자면,


설령 얼굴 천재라도 발음이 후지다면 이성으로

안 보이는 본능이 있는데... 외모도 평균 이하에

발음마저.... 그걸 떠나서도, 그냥 원래 아닌 것.


뭣도 아닌 분이 그러고 씩 웃자, 나는 충격에

허탈히 웃었다. (ㄱ소리에 대답은 불필요하다)


어떤 여자든

마음먹고 꼬시면 넘어온다는 믿음.

종교 쌍뺨칠만 한  믿음 아니던가.


놀랍게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하던

남자 어른을 보고 놀랐다. 사람이 너무 불쾌하면

화도 안 난다는 것을 알려준, 참 고마웠던 ㄱ소리.


나는 진취적 사고와 태도를 진심 높이 평가한다.

다만, '저런 생각'을 남에게 '말하고 다니진 말자'.


송구하지만, 나의 경우 그 뒤 상대를 보는 관점이

'인사할 취급도 못 되게' 아주 우스워져 버리더라.


학교 오빠들과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알려주길,


- 언니, 남자들이 우리 학교 여자 순위를 매겨서

 1위는.. 2위는...


상위권에 뽑힌 여자로부터 선택받을 남자는 

무리 중 없었으나 사뭇 진지하게 뽑은 모양이다.


생각도, 말도, 뽑기(?)도 자유다.

하나만 기억해 달라. ㄱ소리 남자끼리만 하자.



3. 고백받고 속상해서 울 수도 있다.


늘 밝고 유난히 활기차던 예쁜 친구가

내 앞에서 눈물을 주룩 흘리기 시작했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언니, 저 너무 속상해요!!


인생은 아이러니.

하필 전에  ㄱ소리를 했던 사람으로부터

고백을 받고 너무 속이 상해 울던 것이다...


- 그런 사람이 저한테 고백하는 게 정말 너무!

 속상하고, 불쾌하고... 너무너무 기분 나빠요.


싫다고 했는데 계속 고백을 시도해 더 불쾌해져

비호감도 100%에서 200%으로 상승했다던...

보통 드라마에서 남주가 여주에게 매달리면

매력이 100%에서 200%으로 상승하던데......


엎친 데 덮친(?) 격, 같은 시기에 어떤 연하남도

고백을 했으나 참 안타깝게도 불쾌지수가 2배로

늘어났음을 호소하고 있었다. 극에 달한 슬픔....


고백 많이 안 받아봐서 나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두 명에게 고백받고 두 배로 슬퍼져 눈물 어렸던

그녀의 귀엽고 안타깝던 모습이 사뭇 아른하다.


인상 깊던 말이 하나 더 있었는데...


- 언니는, 흑흑, 그래도, 흑, 걔네도 물론 얼굴은 

영 아니지만 그래도 실력은 탑이잖아요. 언니는

실력 좋은 애들이 좋아해 주는데 왜 저한테는

그런 남자들만 고백하냐고요..!


그 말을 지금 떠올려보니 역시 남자는 실력인가..


자기가 마음먹고 꼬시면 다 넘어온다던 그분은

내 친구에게 매몰차게 차여, 만나기는커녕 커피

한 잔 마셔보지도 못하고 끝났다. 깨달았을까...




어쩌면, 여자의 착각에 비해 남자의 착각은 훨씬

적을 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스친다. 남녀 가르기

또는 남녀로 몰 의사는 없으나, 뭐, 이것도 일종의

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가볍게 넘어가주기를.


그래도 오늘 문득 생각한 건데 ㅋㅋ 남자는 뭐랄까

신기하고 귀여운 존재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솔직히 어쩌면, 예쁜 남자는 예쁜 여자보다

훨씬 예쁘고 아름다운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인지, 남자라는 존재가 신기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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