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ssie Nov 12. 2024

Home alone

집순이는 집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지

집순이 일기
집에 대한 일기는 아니다. 며칠 동안 집을 비우다
지금 집에 있는 이 편안함이 좋아 쓰는 일기이다.


나는 집순이다. 유학 시절 꾸준히 생각했다.

집을 알아보며 이 집주인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집주인에게 집을 통째로 도둑맞은 적이 있어서)

무려 100%의 커미션을 받아드시는 모스크바

부동산 법칙이라든지, 1년 뒤 집주인의 마음이

바뀌어 집세를 올린다고 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서로 집세를 아끼기 위해 하우스 메이트로 사는

선택 아닌 선택, 그 후의 기숙사 생활을 지나니,

일단 발을 자주 씻을 수 있는 것으로 감사했다.

(기숙사에서 발만 씻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였다)


왜냐하면 난 본능적으로 발에 물을 자주 축이기

(?) 때문이다. 닦는다기보다 발을 잘 헹구곤 한다.

최대한 맨발인 나에게 "발이 따뜻해야 면역력이

높아진다. 양말을 신어라" 늘 말씀하셨지만 왠지

발만큼은 야생(?)이고 싶어 지금도 맨발로 있다.

피아노 페달도 맨발로 밟을 때 가장 나답고 좋다.


나중에 Earthing에 관한 것, 전기, 하이브리드,

내연차에서 운전한 뒤 혈액검사로 나온 적혈구의

상태라든지... 아무튼 어쩌면 엄마 덕분에 다양한

정보를 얻거나 공부하게 되면서, 나의 맨발사랑과

수시로 물을 묻히려고 하는 것이 '몸이 건강하기

위해 행하는 본능적 행위'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솔직히 조금 놀라웠고, 신기했다. 나는 몰라도,

몸은 안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이 테마로 글 쓰면

브런치 북 한 권 나올 분량이니 얼른 넘어가기로.


그간 여러 꿈을 꾸었다.

적어두다 만 것도, 기억에만 남긴 것도 있다.

다 일어났다. 꿈과 현실의 텀이 짧은 편이라.


며칠 전 매우 기쁘고 감사한 성공이 있었다.

성공이란, 꿈에서 미리 본 그 악재가 현실에서

일어나려다 말았다는 뜻이며, 막았단 뜻이다.


정확히는 이틀에 걸쳐 막아낸 것이기는 하지만

평화롭게 막았을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결코

일어날 수 없을듯한 일까지 성사되게 되었다.

내 동생에게도 놀라운 결과였는지 수고 많았다

라며 반응했다. (반응이 시원찮아 이정도면 굳)


그전에 꾼 꿈으로는 주식... 꿈이 있다. ㅋㅋㅋㅋ

이 꿈과 그 뒤 일어난 현실이 너무 스펙타클하여

긴 글을 적어 두었는데, 정리할 시간이 모자랐고

... 솔직히 주식 꿈이라니.. 사이비 같..ㅋㅋㅋㅋ

살다 살다 이런 꿈까지 꾸다니 ㅋㅋㅋㅋㅋㅋㅋ


알다시피 꿈만 꾸면 모르는데, 깨고 나서 나에게

얼마라는 것까지 알려주셔서... 추후 공개적으로

올릴지 아직 모르지만 뭐랄까, 일단 나는 이러한

꿈을 계속 꾸거나 꾸고 싶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이번 꿈에서 그 특정 주식의 차트를 봤고

기준을 잡는 얼마 액수까지 알려주셨던 이유는,

내가 하나님께 따로 한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얘기가 길어지니 이것도 이쯤에서 일단 맺는다.


내가 생각하는 주식은 칼이다. 돈도 칼과 같다.

사실 어지간한 것들은 다 칼과 비슷할 수도 있다.

칼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하나님은 사람의 동기, 그 속을 꿰뚫어 보신다.

내가 얼마 전 하나님께 SOS를 친 '동기'가 아마

하나님의 방향에 맞는 것이었다에 열 표 던진다.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은 알지만, 이 일을 겪으며

부모님께 이야기했다. 하나님 정말 살아계시다고.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꽤 불쌍히 여기셨던 것이다.


부모님 댁에 감나무가 여러 개 있다. 난 감 부자다.

홍시를 좋아하는데 엄마가 따 주신 감이 너무 많아

냉장고에 감이 꽉 찼다. 나누었는데도 여전히 많다.


- 아빠랑 걷다가 뒷 쪽 감나무를 봤는데, 그 나무는

 작은데 글쎄 70개가 열린 거야.

- 뭐? 감이 70개가 열어? 원래 한 나무에 그렇게

 많이 여는 거야???

- 작은 나무인데 70개 열었으니 많이 열은 거지.

- 와.. 감나무 하나만 있어도 먹고살겠네... 와...

- 그건 새들이 잘 찍지도 않았더라고.

- 오...

- 씻어서 아버지가 하나 드셔 보시더니

- 응

- 단감이네~ 그러는 거야.

- 아, 그건 홍시가 아니구나. 나 원래 단감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건 천연(?)이니까 좋을 수도..

- 그럼~ 얼마나 몸에 좋겠어~ 감사하지~

- 감사하네~


엄마와의 통화는 이런 식이다. 물론 더 길지만.

엄마가 보내준 단감 사진

- 여기 와서 너도 같이 살아~

- .. 응? 지금 엄마 나한테 같이 살자 그랬어?

 ㅋㅋㅋ 웬일이야? 나한테 같이 살자 그러고?

- 저번에 포클레인이 흙을 더 얹어줘서 땅이

 고르고 높아졌어. 봐바.

- 그러네~

- 여기에 집을 지으면...

- ... 나는.. 여기에 살고 싶은 생각이 아직은..

 마음이 왜 안 오지..?

- 아직은 그렇지...

- ...

- 그래도 여기에 집 하나 갖다 놓고, 왔다 갔다

 하면 좋잖아.


얼마 전, 컨디션이 다소 힘들어진 엄마와 며칠간

함께 하며 천연 치유와 연대 세브란스에서 각각

2명의 의사를 만나고 부모님 댁에 내려갔는데...

처음이었다. 집을 지으라고 하신 적은 많았어도

이렇게 대놓고(?) "같이 살자"라니. 뭔가 달랐다.

마음이 약해진 것일까. 문득 그런 느낌도 받았고

(아버지가 자신의 최선을 다해 애써주고 계시나)

아무래도 아버지보다 내가 엄마를 잘 케어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 최근 들어

엄마의 심리가 조금 더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했다.

아, 내심 내 결혼을 포기하신 심리도 포함됐겠고.


평소, 빨리 올라가라고만 하더니(온통 배려뿐)

이번에는 "슬슬 가야지" 나의 말에 "벌써 가?"

하신 것도 처음이라 내심 여러 번 놀라, 계획과

달리 꾸물거린 바람에 늦게 출발해 도로는 아주

꽝이었다. 차가 많으면 빌런도 많아지는 법인가.

주일 오후, 평균치 이상의 빌런들로부터 방어,

피하기, 재끼기, 추월하기 등 살짝 전투적이었다.


나는 본래 아버지 성향으로 운전을 시작했는데

(가는 사람 보내주고 끼어들면 이해하고 안전히)

요새는 ㅋㅋㅋㅋ 그냥 엄마아빠 딸이다.. 엄마는

운전에서만큼은 카레이서 기질을 가지고 계신다.

난 결코 속도감을 즐기지 않으며, 운전을 하면서

입을 열지 않지만(욕 안 한다는 뜻) 내 기준에도

'이건 너무했다' 싶은 심한 버르장머리.. 를 보면

가끔은, 가끔은 최소한의 응징(?)을 하긴 하더라.


그래서 엊그제 그 ㅆㄱㅈ 없는 차와, 소리 없는

경쟁을 펼쳤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다니...

경쟁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인데 예의가 없어서

가만있기 싫었달까..... 그래봤자 온통 꽉 막힌

서해대교 위 눈치싸움으로 누가 더 앞서 가나.

ㅋㅋㅋㅋ 속도전은 아니었으므로 (과속전이면

무조건 먼저 가라고 보낸다) 내가 결국 이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은 경쟁이라기보다 예의 없는 차에 참교훈.


우리 집 지하 주차장 통로는 수 년간 비좁았다.

상가와 아파트, 관리소장 등의 진흙탕 싸움으로

시설물과 주차장 역시 무법지대였고, 어머니가

이 집에 계실 때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으셨다.

엄마는 정의로운 사회 운동가 기질이기 때문에

이곳의 파렴치한 불법에 개탄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관점이 조금 달라 스트레스를 덜 받나 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주차장 내려가는데 차들이 통로에 다 꽉 차서

 난이도가 높구나. 운전이 늘겠네, 감사합니다'


'저 차가 저렇게까지 칼치기에 과속을 한다면

 화장실이 급하거나 누가 아픈 걸지도 모른다'


모든 면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점으로는, 상황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아파트에서 주민들의 돈을 계속

갈취하듯 말도 안 되는 불법을 행하는 자들에게

욕을 못 한다...ㅋㅋㅋㅋㅋ 다만 열도 덜 받는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안 된다. ㅋㅋㅋ

고든램지처럼 욕을 한 바가지, 아니, 정정당당히

참 교훈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돌아간다.


그래도 간혹(?) 좋은 점은 있다. 말도 안 될만한

주차라인 논란 및 해프닝이 오래전 있었다는데

그 소문이 수 년째 남아, 마침 어떤 젊은 부부가

내 앞에서 우리 아버지 험담을 하며 비아냥댔다.

마지막 비아냥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그 부인 왈

"사이드 미러도 열고 갔네? 양아치 같이."

이 '양아치라는 말을 세 번 반복하는 것을 듣고

태어나 현실에서 귀로 직접 처음 들어본 단어에

불편했으나 곧 공손히 인사하고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 0000호 집 딸인데요~, 제가

 다른 곳에서 살 때 주차 라인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와 결국 해결 됐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혹시 아직 해결이 안 된 걸까요~?"


그들은 약간 당황하며 주차라인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라 했고, 그 남편이 특히 민망해하고 있었다.


"아.. 혹시라도 저희 때문에 주차가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저희랑 있던 일이 아니에요..!"


 "참, 사이드 미러는, 제가 지금 차 가지고 나가려

 내려왔는데 배터리가 닳아서요, 열린 후 잠기지도

 않고 시동도 안 걸려서.. 해결하는 중이라..

 주차는, 일단 앞으로 라인보다 훨씬 더 많이 옆쪽

 기둥으로 최대한 붙일게요. 불편하시지 않도록

 최대한.. 아주 혹시라도 제가 조금 덜 붙인다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실력이 부족해서 그러니

 조금만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릴게요. 앞으로 꼭

 최대한 저 옆 쪽으로 붙이겠습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 지금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나중에 어차피 주차장 바닥 공사로 해결됐지만

실은 우리 집이 억울한 일이었고 억울히 끝났던

주차 문제는, 한편 '마음의 문제'이기도 했다.

논리 정연한 대화가 어려운 아버지만 욕먹게 된.


네가 옳든 그르든 너 편한 대로 난 최대한 하겠다

내가 좀 불편할게 너 편하게  라는 숙인 자세는

누가 보기에는 비굴해 보일지 모르나, 결론적으로

그깟 라인을 새로 그리지 않고도, 오히려 어쨌든

서로 배려하는 주차를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그때 그 일을 자신들 역시 직접 겪지 않고

'들은 소문'만으로 마침 내 앞에서 험담을 했으니

보통의 사람이라면 낯이 뜨겁기도 했을 것이고...

아무튼 나에게는 이러한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몇 번 그런 상상을 한 적 있다. 내 절친이던 그때

그 애가 한국의 권위 있던 몇 어른들과 부딪힐 때

만일 내가 옆에 있었다면 대신이라도 머리 숙이고

상대의 마음이 풀어질 때까지 사과했을 것 같다는.

나는 사람과 잘 못 싸우는 대신 마음을 잘 돌린다.

필요치 않을 때 거들떠보지 않을 뿐, 할 수는 있다.


필요하면 기꺼이 머리를 바닥에 대고 꿇는다.

피아노 의자에 앉기 전 매번 바닥에 엎드린다.

신에게 꿇고, 사람에게도, 신이 꿇으라면 꿇는다.


나는 평화로이 살고 싶고, 적 없이 살고 싶다.

나에게 적은, 악한 영들일뿐, 사람이 아니다.



엄마가 건강해지면 좋겠다.

엄마를 위한 기도에 내가, 열심을 내면 좋겠다.


또한 내 본분을 외면하거나 잃지 않으면 좋겠다.


당신도, 당신의 가족도,

우리 모두 영과 혼과 육이 평안하기를 소망한다.


일기 끝, 안녕.






작가의 이전글 춤 : 몸의 언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