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1流行 ①[사회] 언어, 복장, 취미 따위의 생활 양식이나 행동 양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시적으로 널리 퍼짐 ②전염병 따위가 널리 퍼짐 - Daum 한국어사전
나는 패션 감각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사람에게는 공감, 반대의 사람들을 보면 멋지다 생각한다. 다만, 코디를 잘 한 것인지조차 남이 귀띔해 주어야 '아, 그렇구나!' 반응하거나 옷을 고를 때 남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렇다고 패션에 아주 무관심하다는 것은 아니다. 감각의 부족함으로 온 무심함이 좀 있을 뿐일게다.
뛰어난 패션 리더,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훌륭한
디자이너나 의류회사가 반기지 않겠지만,
나는 유행이 싫다.싫다기보다왜 따르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옷, 비슷한 가방, 비슷한 머리, 비슷한 화장
그리고 비슷한.. 얼굴....
물론 유행은 재미있다.
이 사회에 필요하며, 당연한 것이고, 돌고도는
세상의 순리와도 같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뉴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새 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오는
수많은 효과와 장점이 있으리라 믿는다.
유행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유행이라서 따라야 할 이유'는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는것이다.
언젠가 '음영 메이크업'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파워 블로거들은 각자의 눈을 클로즈업해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음영 화장법을 친절히
알려주었고, 화장품 회사는너도나도 그에 맞는
아이섀도우를 출시했으며, 우리나라의 수많은
여성들은 열심히 또 하나의 '음영기술'을 습득해
자신의 눈에 활용, 좀 더 은은하며 입체적이고
깊은 눈매를 연출하는 데에 성공 또는 실패했다.
줄곧 생각했다.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러시아는 소위 옷 잘 입는 나라는 아닐 것이다.
덕분에,옷이나 유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누구도 유행을 신경쓰지는 않았다.
후지건 화려하건 개성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오히려 편했다.
'있어 보이는것'보다는 무난하게 묻어가는
편이좋았고. 유럽을 오갈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어떤 옷 가방이든, 생얼까지도.
뾰족구두
오래 전, 한국에 '뾰족 구두'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나는 '둥근구두'를 원해서 대형 백화점 구두 매장을
쏜쌀같이 훑어보았는데, 두어 켤레의 둥근코만을
찾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뾰족구두였다.
"앞이 둥근 구두는 없나요?"
"어머 손님~ 요즘은 뾰족 구두가 유행이예요~"
각기 다른 매장인데 마치 거대한 나무 한 줄기에서
뻗어나오는 가지들이 맺은 열매 같았다.
스키니진
나에게는 일명 '세미 나팔바지'가 꽤 많았다.
있는 옷 입자는 마인드로 귀국 시 일부 챙겨온
옷을 한국에 와서 입기 시작했는데, 내 복장이
얼마나 튀는지, 주위 人들이 '놀랄 정도'가 되고
있다는 것을 점점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을 제외한 99%의 女들은
모두 '스키니'를 입고 있었다.나는 길에서 파는
5천원짜리 티셔츠에 맘에 드는 청바지(그것이
유행이든 아니든!)를 입으면 되는 사람이었으나,
그러고 다닐 때 날 사랑하고아끼는 친구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민망 불쌍히 여기는지
알고나니,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문득 한국에 올 때마다 새삼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리의 여성들이 왠지 단체복 입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왜 옷이 다 비슷한 것 같지?
옷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단체복'을 팔고 있었다.
단일민족
어느 여름,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어차피 매장에 파는 바지들은 스키니로 가득했다.
너무 끼는 것 아닐까 했더니
"요즘은 원래 그렇게 입는 거"란다.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스키니진이 늘어갈 때에도
'조금만 지나면다른 바지를 트렌드라며 내놓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 접어둔 나팔바지마저 입을 날이 올 것이다..
와이드팬츠
등장했다.
"여성들이여 와이드 팬츠를 입어라."
마치 강요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외면해버리고
싶을만큼 나는 아직도 유행부적응자 같았다.
수 달 전, 지하철에서 와이드팬츠를 입은패션녀가
친구와 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 사람들이 별로 안 입고 다녀서 좀 튀어.
괜히 입고 나왔나봐."
그녀는 와이드팬츠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샀을까,
아니면곧 유행이니 사야해서 샀을까.
체면 [體面] 남을 대하는 도리. 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떳떳할 만한 입장이나 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