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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ie Nov 22. 2015

유행 그리고 명품 거스르기

용기가 필요하다

유행1流行
①[사회] 언어, 복장, 취미 따위의 생활 양식이나 행동 양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시적으로 널리 퍼짐
②전염병 따위가 널리 퍼짐
- Daum 한국어사전
나는 패션 감각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사람에게는 공감, 반대의 사람들을 보면
멋지다 생각한다. 다만, 코디를 잘 한 것인지조차
남이 귀띔해 주어야 '아, 그렇구나!' 반응하거나
옷을 고를 때 남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렇다고 패션에 아주 무관심하다는 것은 아니다.
감각의 부족함으로 온 무심함이 좀 있을 뿐일게다.




뛰어난 패션 리더,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훌륭한

디자이너나 의류회사가 반기지 않겠지만,

나는 유행이 싫다. 싫다기보다 르는 모르겠다.


비슷한 옷, 비슷한 가방, 비슷한 머리, 비슷한 화장

그리고 비슷한.. 얼굴....


물론 유행은 재미있다.

사회에 필요하며, 당연한 것이고, 돌고도는

세상의  순리와도 같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아이템을 만들 내고

새 트렌드를 반영함으로써 오는

수많은 효과와 장점이  으리라 믿는다.


유행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아니다.

'유행이라서 따라야 이유'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음영 메이크업'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파워 블로거들은 각자의 눈을 클로즈업해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음영 화장법을 친절히

알려주었고, 화장품 회사는 너도나도 에 맞는

아이섀도우를 출시했으며,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은 열심히 또 하나의 '음영기술'을 습득해

자신의 눈에 활용, 좀 더 은은하며 입체적이고

깊은 눈매를  연출하는 데에 성공 또는 실패했다.


줄곧 생각했다.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러시아는 소위  잘 입는 나라는 아닐 것이다.

덕분에, 옷이나 유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없다. 누구도 유행을 신경쓰지 않았다. 

후지 화려하건 개성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오히려 편했다. 

'있어 보이는 '보다는 무난하게 묻어가는

 고. 유럽을 오갈 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어떤 옷 가방이든, 생얼까지도.


뾰족구두

오래 전, 한국에 '뾰족 구두'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나는 '둥근구두'를 원해서 대형 백화점 구두 매장을

쏜쌀같이 훑어보았는데, 두어 켤레둥근코만을

찾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뾰족구두였다.


"앞이 둥근 구두는 없나요?"


"어머 손님~ 요즘은 뾰족 구두가 유행이예요~"


각기 다른 매장인데 마치 거대한 나무 한 줄기에서

뻗어나오는 가지들이 맺은 열매 같았다.


스키니진

나에게는 일명 '세미 나팔바지'가 많았다.

있는 옷  입자는 마인드 귀국 시 일부 챙겨온

을 한국에 와서  입기 시작했는데, 복장이

얼마나 튀는지, 주위 들이 '놀랄 정도'가 되고

있다는 것을 점점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을 제외한 99%의 들은

모두  '스키니'를 입고 있었다. 나는 길에서 파는

5천원짜리  티셔츠에 맘에 드는 청바지(그것이

유행이든 아니든!) 입으면 되는 사람이었,

그러고 다닐 때  사랑하고 아끼는 친구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불쌍히 여기는지

알고나니, 마음 한 켠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문득 한국에 올 때마다 새삼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리의 여성들이 왠지 단체복 입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옷이 다 비슷한 것 같지?

옷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단체복'을 팔고 있었다.


단일민족

어느 여름,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어차피 매장에 파는 바지들은 스키니로 가득했다.

너무 끼는 것 아닐까 했더니

"요즘은 원래 그렇게 입는 거"란다.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스키니진이 늘어갈 때에  

'조금만 지나면 다른 바지를 트렌드라며 내놓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 접어둔 나팔바지마저 입을 날이 올 것이다..


와이드팬츠

등장했다.


"여성들이여 와이드 팬츠를 입어라."


마치 강요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외면해버리고

싶을만큼  나는 아직도 유행 부적응자 같았다.


수 달 전, 지하철에서 와이드팬츠를 입은 패션

친구와 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 사람들이 별로 안 입고 다녀서 좀 튀어. 

괜히 입고 나왔나봐."


그녀는 와이드팬츠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샀을까,

아니 곧 유행이 사야해서 샀을까.



체면 [體面]
남을 대하는 도리. 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떳떳할 만한 입장이나 처지.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교수에게 배우던

친구가 했던 말이 어렴풋 기억난다.


"옷도 막 오래 입은 것 같은 잠바 입고 오셔.

그냥 보면  교수인지 몰라. 그냥 할아버지지."


궁금했다. 서울대 교수도 잠바입고 출근할까?

(난 정말 모른다)


미국도 비슷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만난 미, 영국인들은 그랬다.

교관 사모님들이 모임에 갈 때 잘 차려입고

명품백을 드는 것에 비해, 지인이었던 미,영

외교관 가족그렇지 않았던 것도 기억한다.


특히 교회에서 만난 외국인 어른들은 하나같이,

나라에서  제공한 고급진-크레믈 근처나 센터의

멋드러진 아파트에  살면서도 왜였는지 벤츠나

아우디를 뽑지 않았고, 엘리자베스  여왕과 찍은

사진을 내게 보여줄 때에도 마치 어린 소년이

"할머니 만났어!" 하듯 해맑게 말할 뿐이었으며,

열심히  남을 도왔다. 너무 가난해 아이를 두고

돈을 벌러 온 필리핀  여성들을 집으로 초대해

항상 겼고, 보잘 것 없는 아시아  유학생-

게도 한결같은 배려와 사랑을 베풀었다.


심지어 내가 그들을 알기 전 도둑 맞았던 악기를

새로 구입하려 할 때, 그간 누군가를 도우려 모은

돈을 보태도 될런지 조심스레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 집에는 명품도, 유행에 맞는 아이템도 없었다.




명품, 살 수 있으면 사는거다.

그런데 맘에 들고 필요해서 사는지

명품이라서 사는지할 필요가 있.


질문 하나면 된다.

저 가방이 만일 무명 브랜드였다면?

그래도 맘에 든다면 구입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겠다. 명품인 이유만으로 구입하는

에게 내가 느낄 악감정 역시 100% 전혀 없지만.


와이드 팬츠 어울려 사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그러 유행이기에 야 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좋은 차에 태워주면 나도 편하고  다.

하지만 모닝 주인과 벤츠 주인이 

'결코 그것으로' 가치에 대한 차이를 낼 수 없다.


Z4가 최신 정도이던 시절, 친구가 그 차를 샀다.

어린 나이에 자기 능력으로 충분히 구매할 인물이

되기까지의 인생과 수고를 지금도 존경한다.

그러나 만일 그 차를 산 것 자체가 자랑이었다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응, 그런데 그게 뭐..?'


 입는 것과 유행 따라 입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제각기 다르고 각자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있기  마련이며 , 스타일, 구두, 가방의

브랜드 가치는  사람의 가치와 도무지 관계 없다.


이 세상에 단 한 명 뿐인 당신이야말로

돌고도는 유행 그리고 숱한 명품보다

훨씬 아름답고 가치있는 존재다.



한 때, 명품이라서 한 번 더 쳐다보고 유행이라니까

거스르면 안 되는 건가 생각해 보기도 했던 주제에

일종의 용기를 내어 주루룩 - 적음을 용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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