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된 건가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 자체를 좋아해서 뭘 만들어 먹기보다는
먹는 것을 좋아해서 요리를 하는 편에 속하고
한 가지보다 다양한 맛의 경험을 원하는 본능.
아주 어릴 때 잠깐 나 혼자 집에 있던 시간에
냉동고를 열어 '엑설런트'를 한 조각 꺼낸 뒤
식빵에 감싸서 전기 오븐에 몇 초 돌려야 빵은
따끈하고 아이스크림은 아직 차가운지 해 봤고
유학 시절 고작 과자를 하나 먹으면서도 반드시
뒷면을 읽어보고 있었다. 어떤 성분으로 이것을
만들었으며 영양, 아니 열량 및 해로운 점 보기.
덕분에 영어 아랍어 독일어 불가리아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네덜란드어 등의 깨알 문자를 구경했다.
초창기에 맥도날드 우수고객(?)이었는데 어느날
하우스메이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언니, 언니랑 햄버거를 먹으면,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
"왜????"
"왜냐하면 나나 다른사람들은 보통 뭘 먹을 때
별 말 없이 그냥 먹기만 하는데, 언니는 항상
먹을 때마다 맛에 대해서 설명을 하잖아."
"내가? 내가 그런가..?"
그러고보니, 그 말을 듣기 직전에도 나는 혼자
흥분(?)한듯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와, 오늘따라 맥치킨 되게 맛있지 않아?
이거 씹을 때 식감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
맥도날드는 역시 맥치킨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
너무 많이 먹어서 치킨될 뻔...
나는 쿠팡에 리뷰를 한 번 써 본 것 같기도 하다.
네이버에서 귀찮아서 리뷰를 잘 못 남기는 편인데
배달앱에 적는 리뷰만큼은 칸이 모자란 적이 있다.
방금 전에도 그랬다. 그래서 여기에 적는 것이다...
300자 이내로 다 할 수 없던 오늘 빵집의 리뷰......
어차피 빵집에 쓰는 것 아니니 솔직하게 써 보자.
※ 리뷰처럼 존대어일 뿐 일기임
빵 잘 만드는 곳에서 각종 빵을 오래 접했다 보니
한국은 빵을 정말 못 만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빵을 만들어 팔 수가 있나
생각을 주는 빵은 수도 없이 만나봤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빵중독자는 꾸준히 사 먹었어요.
만들어 먹겠다고 이스트도 샀는데 막상 맘 먹으니
찾을 수가 없어 다시 샀습니다. 그리고 바빠졌습...
발효는 그렇다 치고 스콘은 반죽 후 바로 구울 수
있다 보니 지금까지 가장 많이 만들어 먹었어요.
통밀이나 우리밀 종류, 강력분은 프랑스 유기농,
설탕은 비정제 사탕수수 또는 제가 더 좋아하는
팜슈가를 쓰고 카카오닙스나 눈 있는 오트밀가루,
씹히는 맛을 위해 누른 오트밀도 넣습니다.
녹차, 시나몬 파우더 좋아하고 천일염이나 죽염.
한국과 러시아 빵의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한국 빵은 너무 달고 너무 부드럽다' 입니다.
이것을 솔직히 극혐하므로, 스스로 만드는 것 외에
충족 되기 어려워,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좋아합...
문제는 며칠 치를 만드는데 하루이틀 내에 없어집...
누가 먹었냐고요? 저 혼자 먹....
남들이 좋아할 것 같냐면 '아니오' 입니다. 아마도.
아무래도 대중은 싸구려 설탕에 길들여진 것 같아요.
대체 왜.
저는 밥과 먹는 반찬이나 요리에도 설탕을 한 번도
쓴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요리를 안 한 건가ㅋㅋ
아무튼 어차피 바빠서 오늘 새 빵집에 도전했으며
최소 주문금액을 채우기 위해 비교적 안전할 듯한
스콘을 2개로 중복주문 했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일단 빵들이 다 따뜻했습니다. 좋았냐고요?
저는 까다롭습니다. 필요시에만 말하지만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섯 종류 다 가열된 것을 보니 배달 보내기 전
데운 건데. 빨리 데우려면 오븐은 못 쓰니 전자렌지
썼을 테고. 난 전자레인지 안 쓰는데....... 그리고
에그타르트 알루미늄 호일 재질에 담겨 있는데
심지어 뜨겁네. 염분이 들어간 음식을 호일에.....
처음에 구울 때에도 여기에 올리고 구웠겠네.......
먼저 애플크라운을 꺼냈습니다.
모스크바 맥도날드에서 많이 사먹던 버전인데, 꽤
잘 구운 것으로 보여지는 외면. 잼이 '열'에 녹아서
줄줄 흘렀지만 못 본 척 먹어보자 식감은 훌륭했고
역시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원래 달지.
그런데 단 것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달다고 다 같은 것이 아니지 말입니다.
몰라도 좋을 것(??) 같은데 제 혀는
싸구려 슈가 파우더 또는 백설탕이 주는 그 질리는
맛을 아는 것 같아요. 특히 슈가파우더 극혐합니다.
빵을 조금 먹는 게 아니므로 따져도 유익할 겁니다.
안 먹으면 좋겠지만 보세요, 오늘도 사 먹었잖아요..
어쩜 그나마 '덜 나쁜 것'을 찾고 싶은 심리 같습니다.
건강에 좋다고 했어도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인위적으로 심하게 단, 어떤 기준선을 넘은 인공의
단 맛이 저는 싫습니다. 겉면에까지 뿌리면 진짜 극...
유일하게 입 안에 스스로 넣고 기분이 괜찮던 설탕은
Le Pain Quotidien에서 나무식탁 위에 올려두는
조각 난 비정제 설탕이었고, 가루는 팜슈가였습니다.
우리나라 빵은 심하게 답니다.
어떤 고유의 맛을 추구한다기 보다는 '설탕 맛'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은 강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대개 그렇지만 아주 가끔 그것을 거스르는 놀라운
빵집도 존재할 겁니다, 라기보다 그런 빵을 몇 종류
만드는 집은 존재 하더군요. 팔려면 설탕 붓기인가..
하고 싶은 말 다 적자면 할 일 못하기 때문에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면, 밀가루도 유기농 수입품 보다는
우리밀로 만든 것을 선호합니다. 찾기 어렵지만요.
소화의 정도가 다릅니다. 한국밀은 글루텐이 적어요.
외국 유기농 밀가루는, 처음에 유기농으로 재배를
했다 해도 배로 실어 수입할 때 훈증 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인 게 무슨 의미입니까. 전 우리밀이 좋습니다.
한국 빵 특징 중 하나는 대개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부드러운 빵 싫어합니다. 왜, 우리나라는
러시아처럼 빵을 만들지 못하는가 안타까웠습니다.
러시아는 빵을 정말 잘 만듭니다. 할말하않.
절대 그런 빵 한국에 팔지 않습니다. 걔네는 호밀
가득 넣고 설탕 하나도 안 넣고도 맛있게 만듭니다.
작년에 모스크바에 다녀 올 때 가장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빵을 못 사온 것입니다. 계획했는데... ㅠㅠ
아무튼 오늘 스콘은 먹어본 스콘 중 가장 짰습니다.
소금을 엄청나게 넣은 스콘입니다. 설탕도 많고요.
그런데 소금이 더 많습니다. 단 데 '겁나' 짭니다.
저는 분명 미식가일 리가 절대 결단코 없는데
왜 다수는 이것을 맛있다 라고 하는지 의아합니다.
먹어온 인스턴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제 혀가 왜
비슷한 다수 혀와 다른 편인지 의아하단 말입니다.
어제와 오늘 저는 김밥을 싸 먹었습니다.
잘 안 먹다 타협한 풀무원 오뎅과 단무지, 그리고 킥
미나리, 약간의 파슬리, 오이, 당근, 애호박 -
오뎅 빼고 전부 생으로 섭취합니다.
애호박 생으로 드셔보신 분. 작년까지 저 역시 거의
'미친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은 먹습니다.
된장에도 끓이는 게 아니라 마지막에 넣잖아요.
불 끄고. 얇게 썰어 넣으면 식감은 살고 완전히 생도
아니죠. 생으로 먹어도 됩니다. 영양적으로.
맛은 어떠냐고요? 먹어보면 압니다. 맛있습니다.
애초에 맛있다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달면 맛있나요?
쓰면 맛없나요? 맛있다는 뜻은 그게 사실 아닙니다.
모든 채소과일 등 먹거리에는 본연의 고유한 '맛'이
존재합니다. 요리를 할 때 그 고유의 맛이 사라지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열을 가한다거나
불향을 입힌다거나 심지어 태우거나 소스 범벅이면
고유의 맛은 알 수 없고 조리된 결과의 맛을 알게 될
뿐입니다. 가지도 raw가 내는 맛이 있고 호박 역시
생이 내는 맛이 있습니다. 오이를 끓여먹진 않으면서
왜 애호박은 익혀야만 한다고 믿었나 생각해 본다면
고정관념 또는 brain washing에서 조금 나올 수 있..
조리도구, 소스, 요리 미디어와 요리를 파는 것까지,
이 모든 것 역시 시장입니다. 우리는 미디어에 상당히
세뇌돼 있습니다. 단골 증거를 하나만 다시 읊습니다.
회식 자리 고깃집에서 우유를 한 잔씩 채워준다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분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왜죠? 세뇌 당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와 문화에.
보아하니, 중국 우유 소비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장 조사 해봤냐고요? 아뇨. 드라마 같은 미디어에
우유 마시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많이 보여주길래요.
심지어 광고도 하더군요. 건강을 위해 마시라고 ㅎㅎ
우유도 넘어가겠습니다. 의대마저 미국 낙농업자
로비스트들에게 농락당해 국가적으로 우유 '먹이는'
시스템을 만든 미국인지 오래이니까요. 2차대전 후
남아도는 우유를 치우기 위해 만든 치즈피자 추가.
건강에 관련해 많은 정보가 떠돌아도, 그런 것보다
청문회 한 편 보면 됩니다. 예전 재판 찾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저에게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미슐랭 스타 대단한 요리사나 TV에 나오는 쉐프
대다수가 요리는 천재적이나 영양학에는 약합니다.
저는 칼질은 못하나 맛과 영양학 둘 다 관심 많습니다.
그래도 건강 배제하고 요리 프로그램은 봅니다.
안 볼 수 없더군요. 요리는 창작. 설레는 것입니다.
어떤 맛일까 궁금하고, 또 한 명의 팬이 됐습니다.
뒤늦게 흑백요리사를 보고 안성재 쉪 팬이 됐어요.
램지와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면도 분명히 있네요.
가족에게 혹은 요리대회 나가거나 만들어 팔면서,
병들게 하는 줄 모르고 계속 먹이는 사람 많습니다.
일일이 말해 줄 수 없어 지나가지만 평생 그렇게 먹다
해독이 잘 되거나 몸이 견디면 할렐루야, 못 견디면
암이나 만성염증 등을 달고 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나쁜 것 먹고 사는 것을 보노라면
기적같습니다. 기레쓰와 해독을 겸하는 아이러니.
아무튼 오늘 스콘은 알았다면 2개 못 시켰을 겁니다.
마지막에 '와 미치겠네' 할 정도로 정제염 맛이 남아요.
식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엔 잡으니
다 부서져서 당황했습니다. 뭐지 이거.. 그렇습니다.
열을 다시 가해서 보냈기 때문에 부서지던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먹어보자 식감은 딱 적당했습니다.
탄수화물에 재가열은 단백질 못지않게 별로....
아무튼..
에그타르트 적고 본업으로 빨리 스위치 하겠습니다.
ㅍㄹㅂㄱㅌ의 에그타르트는 '같잖다'라는 생각이 든
적 있지만, ㅃㅈㅅㄷㅍㅃ의 에그타르트를 먹어본 뒤
몹시 큰 충격을 받고 파바가 낫다고 생각했어요.
에그타르트 매니아는 아닙니다만 시켜봤습니다.
두 베이커리보다 나았습니다. 그러나 재주문 의사는
없습니다. 저는 알루미늄 호일에 가열한 음식이나,
염분이 있는데 감싼 음식을 돈 주고 사지 않습니다.
아까 김밥 얘기 마무리 하자면,
미나리의 향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쑥갓도 좋지만 미나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얼마전 풀무원 라면에도 마지막에 미나리를 잘게
썰어 넣어 먹었습니다. 마늘은 필수라 생각합니다.
어제는 루꼴라도 김밥에 같이 넣었으며, 참기름은
.. 이것도 얘기하면 너무 길어서 역시 넘어갑니다.
결론만 말하면, 생들기름을 발랐습니다. 고소함은
덜하지만 영양학적으로 훨씬 유익하며, 중독된 코
또는 혀가 아니라면 고소함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오늘 주문한 빵집 사장님이 만일, 소금 설탕의 양을
줄이고, 비정제 설탕을 사용한다면 돈을 더 지불해
사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취소합니다.
역시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빵? 아니, 조금 더 좋은 것을 해 먹읍시다..
아니, 있는 그대로 먹도록 노력해 봅시다.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이 알고 보면 매우 훌륭합니다.
오이, 상추, 깻잎, 루꼴라, 파슬리, 미나리, 쑥갓,
소금, 후추, 양배추, 당근, 양파, 마늘 등 고유의
맛이 다 다르고 특별합니다.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샐러드에도 드레싱 없이 먹을 수 있어요.
채소 하나하나 본연의 맛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드레싱을 끼얹으면 그 맛을 덮어요. 생들기름과
소금으로 충분합니다. 혹은 예를 들어 얼갈이에
고춧가루 없이도 간편하고 상큼하게 가능합니다.
레드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만 갈아도 일종의
소스 또는 양념이 됩니다. 마늘 생강도 좋고요.
얼갈이를 썰어 여기에 무쳐 먹으면 환상입니다.
아, 간은 물론 소금으로 ㅎㅎ. 여기도 생들기름.
얼마 전에 다 먹어서 다시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면서 글은 엄청 길게 썼습니다.
달려갑니다. 안녕히.
음식에 대해 할 말 아직도 많은 요리알못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