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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shoes Jul 22. 2022

비엔나, 아름다운 벨베데레 궁전

유럽여행

(여행시기 : 2022년 7월 현재)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한항공 인천발 비엔나행 항공편이 말 그대로 ‘사라지던’ 날의 충격이 바로 어제 같은데, 2년 후 결국 비엔나에 왔다.


떠나기 전 “비엔나를 좋아할거다, 잘 맞을 거다”라는 반응이 꽤 돼서 흥미로웠는데, 막상 와보니 여긴 너무 예쁘고 단아한 곳이어서, “내가 평소 예쁜걸 그렇게 찾았나? 이상타?”하고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구린 표현이긴 하지만, 비엔나는 ‘양갓집 규수’ 같은 느낌의 도시였다(이건 정말 나하고는 거리가 먼데 ㅋㅋ).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그 극강의 화려함에 비하면, 비엔나는 궁전이라고 해도 어딘지 절제되어 있고, 장식도 과하지 않았다. 분명 화려하긴 하지만 어떤 틀 안에 정리된 느낌이었다. 가장 크고 유명한 쇤브룬 궁전도, 마치 오스트리아 국민과자라는 그 웨하스처럼, ‘예쁘장하다’는 인상이 앞섰다. 비교컨데 베르사유 궁전의 압도적 위압감에 비하면 거의 수수하다고 해야 할 분위기였다.


지금은 작은 영세중립국으로 축소되었지만 한때 중부 유럽을 호령했다고 알려진 나라였던 걸 문득 문득 깨닫고, 그렇다면 이 ‘정리된 예쁨’은 그냥 이 동네 사람들 취향인가 싶었다. “지저분하지만 매력적이다, 혼란스럽지만 아름답다” 등등, “… 이지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도시들도 많지만, 비엔나에서는 그저 ‘아름답다’는 말이 나왔다. 입이 떡 벌어지는 스펙터클로 승부하는 곳에 비하면 살짝 심심한 감 마저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기회가 되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 도시였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위용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곳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신성로마제국 시절부터 합스부르크 가문이 이곳을 600년 넘게 지배했다니, 왜 나라 이름이 아니라 가문 이름이 앞에 나오는지 알겠더라. 1차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다민족을 아우르는 대제국이었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된 것도 여러 민족들의 독립을 막기 위해 가장 다수 민족이었던 헝가리의 이름을 살려둔 것이었다고. 그러고 보면 바로 그 1차 대전의 발발이 세르비아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당한 사건이었지.


예전 베를린에서 만났던 C 작가에게서, 지금 독일에 있는 것 중에 오스트리아에서 온 게 많고 예전엔 오스트리아가 문화적으로 더 우월한 나라였다,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예쁜 비엔나 안에서도 특히 아름답고 우아했던 곳은 벨베데레 궁전이었다. 오렌지색 지붕의 운터레스 벨베데레(하궁)와 민트색 지붕의 오버레스 벨베데레(상궁) 그리고 그 사이의 정원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넓지도 않았고, 잘 꾸며져 있고 단아했으며, 물과 분수가 있어서 시원했다. 난 이곳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여기가 우리 별장이면 좋겠다, 하고 T에게 말했다(노상 하는 말도 안 되는 공상).



궁전 안은 상하궁 모두 전시장으로 꾸며놓아서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둘러보게 되어 있었다. 유명한 클림트의 <키스>도 여기 있었다.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과 갑자기 마주쳐서, “이게 왜 여기?”하고 놀랐는데 찾아보니 다비드는 같은 그림을 5갠가 그렸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신성로마제국을 멸망시켰다고 하니, 이상한 악연이구나 싶었다.


성 슈테판 성당에서 나온 중세 미술품도 전시되어 았었고, 레나 헨케(Lena Henke)라는 독일 작가를 비롯, 현대미술 작품도 있었다.



운터레스 벨데데레의 기획전시 중에는 ‘비바 베네치아’란 것이 있었는데, 비엔나에서 왠 베네치아? 싶었지만, 옛날 베네치아 공국이 오스트리아 제국에 합병되어서 망했다는 걸 읽고 나니 우연이 아니구나 싶었다. 돌고도는 역사의 악연들인가.



오버레스 벨베데레의 한 화려한 방에는 오늘날의 오스트리아를 만든 조약 Austrian State Treaty가 서명된 방이라는 설명판이 붙어 있었다. 1955년 5월 15일. 이 날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날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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