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를 버리고 빵을 굽다

손에 찐득한 밀가루가 묻어서 매번 씻는게 싫었어요.

사워도우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라면서 손에 찐득한 밀가루가 묻는게 싫다고?

솔직히 말할께요. 매번 씻는게 밀가루를 일일이 떼어내야 하니깐 시간도 오래걸리고 싫었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에요.

사워도우 영상을 보면 모두가 30분마다 반죽을 꺼내서 손으로 조심스럽게 접고, 늘이고, 다시 접는 모습이 나와요.

스트레치 앤 폴드(stretch and fold).

글루텐을 발달시켜 빵에 힘을 주는 중요한 과정이죠. 정석이에요. 맞아요.

하지만 매번 할 때마다 손에 묻는 밀가루, 그걸 씻어내고, 다시 타이머 맞추고...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는 그 시간들이 부담스러웠어요.


기계라는 선택

그래서 저는 기계를 쓰기로 했어요.

30분마다 믹서를 30초만 딱 돌려주는 거죠.

처음엔 "이게 될까?" 싶었어요. 모든 영상에서 손으로 하라고 하는데, 기계로 돌리면 빵이 망가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해봤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비슷하게 먹을만 하게 잘 나왔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기포도 잘 살아있었어요.


시간이 없을 때는 더 과감하게

정말 시간이 없는 날도 있어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병원 가고, 장 보고... 30분마다 반죽 챙길 여유가 없는 날이요. 사실 그런때는 안만드는게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봐야할때

그럴 때는 이렇게 해요:

믹서로 2분 돌리고, 실온 발효 2~4시간, 바로 빵 만들기.

웃으실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사워도우야?" 하면서요.

근데 먹을 만해요. 아니, 맛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엄마 빵 맛있어!" 하며 먹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쉬워야 오래 할 수 있어요

2달간 사워도우를 만들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쉽게 만들어야 오래오래 계속 만들 수 있다는 것.

완벽주의를 버리고, 실용주의로 가는 거죠.

물론 손으로 스트레치 폴드 하면서 힐링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 과정 자체가 힐링 같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저도 가끔은 그렇게 해요. 시간 여유가 있는 날엔요.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기계의 힘을 빌려요.

그리고 그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반죽기는요?

집에 Bosch랑 KitchenAid 반죽기가 둘 다 있는데

Bosch는 설거지가 좀 귀찮은 편이에요.

그래도 반죽이 위아래로 더 잘 돌아가고 골고루 되는 느낌이라 결국 손이 더 자주 가는 건 Bosch


꼭 적으면서 하세요.

스트레치 앤 폴드를 하면서 기억력에 의지하는 건 똑똑하지 못한 선택이라는걸 경험으로 깨달았어요. 기록에 의지해서 스트레치 앤 폴드 하기 전에 미리 한번씩 체크를 해놔요. 종이와 펜만 챙기면 4번 빼먹을 일은 없으니깐 꼭 챙기세요.


스타터, 작은 생명체와의 일상

낭비가 없는 스타터 관리법을 알릴께요.

저는 냉장고에 10g도 안 되는 양만 보관해요.

일요일에 빵을 구우니까:

토요일 아침에 물 25g, 밀가루 25g 주고

토요일 밤에 물 110g, 밀가루 110g 주면

일요일 아침엔 빵 2개 만들 준비 완료


일주일 안 구울 땐? 냉장고에서 꺼내서 물과 밀가루 2~5g만 줘요.

냄새로 상태를 알 수 있어요. 시큼하면 배고픈 거고, 빵 냄새가 나면 건강한 상태예요.

그리고 절대 버리지 않아요. 남은 스타터는 바나나빵이나 부침개, 와플 만들때에 넣어서 활용하죠.


냉장 스타터 꺼내 사용하는 방법

윗면 체크:

A. 기포가 있고 꺼짐 현상이 보이면 (발효 완료) → 실온 30분 후 feeding

B. 아직 버블이 없으면 (발효 부족) → 완전 발효시킨 후 feeding

피크타임 (24도, 1:1 feeding 기준):

강력분: 6시간, 약 4배

T65 (또는 중강력분): 5시간, 약 2.5배

기준에 미달이면 2~3회 연속 feeding 해주세요.


T65, 한국에서는 뭘 쓸까?

T65 밀가루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T65는 프랑스식 바게트용 밀가루예요. 중강력분 정도의 단백질 함량을 가지고 있죠.

한국에서는:

중강력분을 쓰거나

중력분과 강력분을 50:50으로 섞으면 비슷해요

글루텐이 강력분보다 살짝 약해서 바게트 특유의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만들어줘요.

너무 질기지 않고 풍미가 좋죠.


당신만의 방법을 찾으세요

사워도우를 만드는 "정답"은 없어요.

손으로 해도 좋고, 기계로 해도 좋아요. 30분마다 해도 좋고, 2분 한 번에 끝내도 좋아요.

중요한 건, 계속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완벽한 빵 한 번보다, 괜찮은 빵을 계속 만드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내일은 발효후 프리 쉐입과 파이널 쉐입 과정을 보여드릴게요. 함께 만들어가요, 당신만의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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