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는 사치였나....

by 여울

진짜 아주아주 오랜만에... 는 아니구나. 지난달에 선생님 피아노 연주회에 다녀왔으니까. 아무튼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대로 된 음악회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조수미라니!!!! 조수미 김현수 우리나라에서 정말 잘하고 유명한 연주자들이라서 약간 무리한 일정인데 갔다. 그냥 대중교통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공영 주차장에 주차 금방 하지 싶어서 차로 갔다. 엄마랑 같이 가는 거라 집에 오는 길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 와서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주차하는데 1시간 걸렸다. 뒷골목으로 들어가서 공영주차장까지 가는 그 몇 십 미터에 한 시간 걸렸다. 7시 11분에 도착했으니 주차하는데 대략 십여분 예상하고 7시 반까지는 괜찮다 싶었는데 이러다가 2부도 못 보게 생겼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유턴해서 주차장 진입하는 차와 직진하는 차, 그리고 우회전하는 차가 모두 만나서 난리도 아니었다. 음악회는 좋았다. 조수미의 목소리는 공연장을 울려 퍼졌고 오케스트라는 잘 받쳐주었으며 웃음과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좋았고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도 좋았고,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나오는데... 우와.... 나오는데도 한 시간 걸렸다. 결국 엄마는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시겠다며 나가셨다. 내 생각에도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꼼짝 않고 20분 서 있는데 이러다가 끝도 없겠다. 음악회는 9시 반쯤 끝났는데 집에 오니 11시 25분이었다.


여운을 안고 집에 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전화가 왔다. 울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셋째가 라면을 먹는데 그걸 본 둘째도 라면을 먹고 싶어 편수 냄비를 내놓으라 했다. 큰 그릇에 라면을 덜면 된다는 것인데 셋째는 냄비에 먹고 싶었다. 그래서 싫다고 하니 작은 누나는 계속 내놓으라고 하다가 욕을 했고 그래서 자기도 욕을 했고 그래서 작은 누나는 때렸고 그래서 나는 라면을 부숴서 던졌다..... 이거.... 2학년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매일매일 아이들은 사소한 일로 싸우고 또 싸운다. 중재를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싸울 순 있는데 둘이서 이런 욕을 구사하는 것은 처음 들어서 정말 충격이 컸다. 둘 다 집에 갈 때까지 자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셋째는 열 시에 자는 바른생활 맨이라서 좀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따라 길에 차가 왜 이리 많고 왜 이리 운전들을 이상하게 하는지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마음은 집으로 달려가는데 차는 기어가니 애가 탔다. 드디어 집에 왔다.


둘째와 셋째에게 물었다. 형제 간에 싸울 수도 있고 원망을 담아 속상하다고 말한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너희가 말을 안 들으니 엄마도 똑같이 x신, 왜 사냐, 죽어버려, x발, x가 이렇게 너네한테 말한다고 생각해 보라. 병신이라는 것은 몸에 병이 들어서 불구가 되고 정상적인 몸을 가지지 말라는 뜻인데 너는 동생이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니. 정말 죽어 버리면 좋겠니. "아니... 그냥 나도 모르게 나와 버렸어." 절대 안 된다. 나도 모르게라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몸이 나빠지거나 죽어버리라는 말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그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렴. 듣는 그 마음이 어떠니. 둘째는 펑펑 울었다. 셋째에게도 물었다. 엄마가 너한테 x발 새끼라고 말하면 어떻겠냐고 하자 셋째도 눈물을 글썽글썽. 둘 다 미안하다고 말은 했는데 셋째의 앙금이 다 풀린 것 같지는 않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둘째가 요새 아주 막 나가서 언니와 두 동생들 모두 힘들기 때문이다. 엄마아빠도 힘든데 옆에서 겪어야 하는 비슷한 나이 대인 형제들이 조금 더 고생을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래도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단단히 일러두었으니.... 제발 마음에 잔소리가 들어가서 박히면 좋겠다...이건 좀 박혀야 해!!! (나는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엄마라고 믿고 있다.)


아아..... 역시 음악회는 사치였다. 그냥 집에서 애들이나 봤어야 했나 보다....... 아아.... 수미 언니 흑흑흑... 음악회에 또 가고 싶으나 당분간은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