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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Sep 14. 2023

마카롱 너 참 어렵다

사실은 마카롱에 투영된 내 일상이 어려운 건지도...

마카롱이 좋다. 뚱카롱은 더 좋다. 가격만 조금 착하다면 사실 가끔 왕창 먹고 싶을 때도 있다. 상큼한 크림에 살짝 올려진 과일이나 토핑이 살살 어우러지는 쫀득한 바삭함은 너무 순식간에 사라져 아쉽다. 여러 가지 맛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상큼한 레몬맛과 요구르트맛, 딸기맛과 블루베리가 좋다. 진한 초콜릿도 매력이 있고 쌉쌀한 녹차도 괜찮고 향이 부드러운 바닐라도 좋다.


베이킹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만드는데, 마카롱은 절대 손대지 않는 영역 중 하나다. 머랭쿠키와 함께 한 번 해 보고 나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흰자를 수백 번 휘핑해서 알맞은 거품을 만드는 것도 힘들고, 짤주머니에 넣어서 예쁘게 모양 잡아 내는 것도 은근 손이 가고, 보드랍게 잘 구워내는 것도 여간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카롱 가격이 사악한 것도 직접 만들어 보니 이해가 된다.


이번 주 수채화 동아리 테마는 마카롱 그리기. 마카롱 그리기는 쉽다면 쉬운데, 제대로 그리려면 엄청 고난도다. 아이들에게 샘플 그림을 보여주고 방법을 알려주려고 요새 계속 마카롱을 그리는데, 내가 그리는 마카롱마다 다 묵직한 헤비 마카롱이 되었다. 아니 지난번에는 상큼하고 가뿐하게 잘만 그려지더니... 이 무슨 일인지...

지난 주 마카롱
원래 그리려던 마카롱
오늘의 마카롱


생각해 보니 요새 쪼들려있다. 개학을 조금 이르게 한 탓에 수업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 사회 교과서가 검인정으로 바뀌면서 출판사 별로 자료가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되었다. 그 말은 즉슨 내용은 비슷해도 문장과 단어가 다르고 구성이 다르니 수업 자료도 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 교과서는 아직 자료가 없었다. 울고 싶은 마음으로 직접 사회 피피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이 만드신 틀을 참고로 하기 때문에 한결 쉽지만 그래도 하나 만들 때마다 한 시간은 기본으로, 가끔은 서너 시간까지 들기도 한다. 덩달아 인디스쿨 구독자까지 늘고 있어서 이제는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다. 아마 2학기가 끝날 때까지 동아출판사 사회 6학년 피피티는 내 몫인 것 같다.


원래 아이들과 하던 온책읽기와 영어 글쓰기 프로젝트, 시 낭송 프로젝트 이런 것들도 자료를 다 땅 파서 만들고 있어서..... 가끔 꿀 같은 교과 시간에도 쉴 새 없이 작업 중이니 약간 과부하가 왔나 보다. 그래서 최근에 그린 마카롱 모두 다 묵직하기 그지없다. 나는 정말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하다 퍼뜩 정신이 들었다. 분명 48시간이면 나는 96시간을 바라고 있겠지... 정말!!!


일단 잠을 좀 자야겠다. 하루에 6시간 미만으로 자면 안 좋다는데, 요새 잠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다. 잠을 잘 자면 마카롱이 좀 가벼워질까? 잠깐 마카롱은 미루고 버섯을 그려보고 싶은데 묵직한 버섯이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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