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요일, 내가 한 것은

by 여울

밀렸던 집안일이다. 물론 날마다 조금씩 하지만 하루만 바빠도 집은 티가 확 나 버린다. 어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왔고, 갑자기 다음 주에 미니 연주회가 잡혀서 앞으로 열흘은 특별 연습 기간이다. 2주 넘게 마음과 몸의 아픔으로 쉬었더니 다시 손을 풀고 감각을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음 같아서는 퇴근하자마자 연습을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두 딸아이가 모두 오늘은 늦게 들어오는 날이고, 신랑도 늦고, 초등학교 3학년 막둥이를 혼자 둘 수는 없는 일이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와서 머리를 질끈 동여맨다. 오늘은 막둥이가 집에 늦게 오는 날이다. 문을 열자마자 고요함과 동시에 특유의 환기되지 않은 공기가 훅 밀려온다. 기다렸다는 듯이. 맘먹었던 청소와 정리를 시작해야겠.... 는데 가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부엌 싱크대로 간다. 밀린 설거지와 재활용 쓰레기를 먼저 정리한다. 다음으로 식탁으로, 거실로, 아이들 방으로 차례차례 옮겨간다. 이제 딸아이들 방은 한결 나아졌다. 여전히 옷이 바닥에 있을 때도 있고 안 치운 휴지들이 굴러다니기도 하지만 2분이면 다 걷어낼 수 있으니 좋다. 아들들 방의 책장 4개 중 2개만 더 치우면 남자아이들 방도 괜찮을 것 같다.


싹 다 치우면서 어제 레슨 촬영한 영상을 들으며 연습 포인트를 잡고, 저녁 준비를 했다. 오늘은 수제 햄버거. 햄버거용 빵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찬찬히 준비를 한다. 패티를 굽고, 남은 통닭구이에서 살만 골라내고, 씻어둔 로메인을 꺼내고 치즈와 소스도 꺼냈다. 큰 토마토를 자르자니 살짝 번거로워 남은 방울토마토와 샤인 머스켓을 같이 놓아주었다. 내 금요일. 혼자서 청소를 휙휙 하면서 마음을 같이 집중해서 단시간 내에 정리하는 것은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제한 시간이 있어서이다. 아마 아이들이 없이 혼자 있었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있다가 미루고 미루었을지도 모르겠다. 며칠간 잠이 너무 부족해 커피의 힘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지경이었지만 일단 할 일을 해서 마음이 살짝 가뿐하다. 잠깐만..... 30분만 눈을 감았다가 일어나야겠다.


내일은 토요일..... 큰 아이 입시 설명회, 제자 결혼식, 친구와의 만남, 막둥이 픽업까지 꽉 찬 일정이지만 그래도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금요일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