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가끔씩 겹쳐서 등장하는 단어들 내용들 소재들이 있다. 요새 읽은 책들에서는 나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 좀 나왔다. 또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상을 찾다 보니 "내 나이는 64밖에 안 됐어."라는 축구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도 나왔다. 운동하는 젊음을 느낀 것은 20년쯤 전이다. 당시에 발레를 배우고 있었다. 운동이라고는 정말 해 보지 않았는데 구부정한 자세를 걱정하신 아버지는 몸을 곧게 펼 수 있는 운동이나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승무원 교육이라도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흥미는 좀 있었으나.) 당시 학교는 당산역 근처라서 찾다 보니 홍대에 성인발레를 가르쳐 주는 학원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시간이 좀 걸리고 지하철로는 순식간인 그런 곳이라 접근성이 아주 좋았다. 주 2회 수업을 듣기로 했다.
조금 일찍 가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단체로 발레를 하고 있었고, 그 이후로는 주로 성인 발레 시간이었는데, 입시를 하는 두 여학생도 같이 했다. 성인반이 끝나면 둘이 집중적으로 수업을 받는 구조였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하다 보니 점점 자세가 곧아지면서 몸의 선이 예뻐지고 땀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샤워를 하지 않으면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땀이 흘렀다. 그 성인 발레 반에서 참 여러 일들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인상적인 분은 70대의 할머니셨다. 아주 꼿꼿하고 젊음이 넘치는 할머니는 어려운 발레 동작들도 거침없이 해 내셨다. 저렇게 나이가 많아도 발레를 할 수 있구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만 했었다.
그리고 어제 그 영상에서 64세의 축구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보자 이십 년 전 발레를 하시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운동을 계속한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도, 삶의 활력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사실은 나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금이 작가님은 페르마타, 이탈리아에서 한 번도 나이 듦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면 좋아하는 요즘 시대에서 그냥 그대로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나이 하나하나가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생각해 보니 정말로 지금까지의 내 나이는 감사할 일이다. 이십 대, 삼십 대에는 사십 대가 되면 정말 한물간 꺾인 중년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풍부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너무 피곤해서 하품이 자꾸자꾸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십 대에는 사십 대이기 때문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불혹이라는 것이 정말 맞냐고 하면 절대 아니올시다라는 대답이지만, 왜 불혹이라고 하는지는 조금 알겠다. 삶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서 깊어짐을 느낀다. 삶의 고뇌와 고달픔이 아직도 많이 남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겪었다. 기쁨도, 슬픔도, 노여움도, 그리고 즐거움도 그만큼 같이 지나왔다. 어르신들의 깊이에는 따르지 못하겠지만 아직 젊음의 열정과 힘이 조금은 남아서 기꺼이 일할 기운도 있다. 그러니 사십 대는 괜찮은 나이다. 그래서 사실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말은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대로 이제 곧 다가오는 마흔넷을 받아들이면 된다. 아직까지는 마흔셋이었는데 추석 지나고 일주일만 더 지나면 마흔 넷이다. 아앗.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