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끝까지 들어줘요 제발

by 여울

요새 딸아이들과 신랑 사이가 좀 심상치 않다. 사춘기에 진입하면서부터 서서히 갈등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점점 더 심해진다. 들어보면 사실 큰 것도 아닌데, 아빠는 이렇게 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그게 싫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끝났나 싶었는데, 다시 계속된다. 이제는 아이들은 아빠는 계속 뭐라고 해라.... 나는 내 할 일을 하련다.... 이 상황까지 왔다.


그렇게 아이랑 소득 없는 설전을 벌인 다음 신랑이 나를 불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너무 힘들다고. 내가 말했다. 일단 들어주라고. 당신은 다 들어주겠다고 하고는 중간에 말을 끊고 그게 아니라 이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그랬더니 오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설명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설명을 하지 말라고 했다.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든 아니든 간에 그냥 끝까지 말하게 두라고 했다. 뭔 개 짖는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 같아도 그냥 끝까지 들어주라고. 그랬더니 한숨을 쉬면서 자신도 그게 안 된다고 인정했다. 오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다 풀어서 아니라고 하고 싶다고.


나와도 그랬다. 뭐든지 다 말하라고 해 놓고는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의 기준에 용납이 되지 않거나 아니라고 생각되면 말을 항상 멈추게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그거 아니라고. 오해하는 거라고. 정말로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골자는 그게 아니다. 그냥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이야기했다. 남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라고. 당신이 전에 중학교 고등학교 말 안 듣는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보고 그렇게 대하라고 했다. 둘이 똑같은 방식으로 가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수준에 맞춰서 이야기해 주는 거라길래 그거 아니라고 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몹시 힘든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소한 것까지 그냥 넘어가기가 너무 어렵게 된다. 그래서 걸리고 짚어보다가 부딪치게 된다. 내가 너무 여유가 없을 것 같으면 일단은 한 템포 쉬어가는 것도 맞다. 사춘기 아이의 저 불안한 심리에 부모인 내가 같이 요동치면 아이와 정말 싸우자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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