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데

by 여울

늘 생각하는 말이다. 정말로 엄마는 아프면 안 되니까 버티고 버틴다. 그래서 엄마가 되고 나서는 결혼 전부터 심하게 아픈 횟수가 줄어들었는데, 이건 정말 안 아팠다기보다는 악으로 버텼다는 말이 맞을 거다. 버티고 버티다가 한 번씩 심하게 아팠지만 또 코로나를 제외하면 보통은 이틀 사흘이면 회복이 되었다.


주말에 혼자서 장거리 장시간 운전을 하고 추운 곳에서 계속 앉아 있었던 탓인지 어제부터 계속 목이 아프고 기침과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목이 아픈 것은 전에도 가끔 있던 일이니 무시할 수 있었는데 기침이 끊임없이 나는 것은 좀 확인을 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거기에 미세한 근육통과 오한도 있고 자꾸 몸이 늘어졌다. 4시 43분 정도 퇴근 시간이 지나자 수업 자료를 만들다 말고 바로 일어섰다. 15분만 더 하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병원에 가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월요일은 항상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진료마감. 바로 갔는데도 '진료마감'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때가 5시. 허무한 마음에 혹시나 싶어 "진짜 진료 마감이에요?"하고 물어보자 "방금 한 분이 취소하셔서 가능하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두 시간 기다리셔야 해요." 네?????


그렇다.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 일단 집에 갔다가 1시간 반 정도 전에 오기로 했다. 집에 가서 저녁 먹을 것들 확인하고 (다행히 보쌈해 둔 것이 있어서 데우고 썰기만 하면 된다.) 잠깐 정리하고 세탁소 들려서 수선을 맡기니까 시간이 딱 맞았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도 좀 웃겼다. 아파서 병원 대기 걸어둔 사람이 지금 뭐 하는 일이람?


그리고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에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피아노 연습을 못 갈 것 같아서 책이라도 읽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진료를 받고 집에 오니 정말 7시가 넘어 있었다. 배가 고픈 것을 보니 그래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뜨거운 떡만둣국을 먹고 싶은데 굳이 끓여서 먹기엔 힘이 없었다. 보쌈과 김치를 대강 먹고 집을 치운다. 나는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제대로 쉴 수가 없다. 화장대 위에 어질러진 액세서리들을 정리하고 안 할 것들을 좀 버렸다. 비싸게 사서 아까워 못 버렸는데 변색되고 유행이 지나고 낡아서 더 이상 하지 않은 상태로 몇 년이 있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심이 될 정도로 되어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좋았다. 거기서 내가 제일 주목한 것은 원래대로라면 '실행력'이 맞지만 사람은 필요에 따라 보인다고...'수면'이었다. 저자는 반드시 8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한다고 했다. 나는 그동안 해야 할 일들에게 잠을 양보했다. 퇴근하고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집을 치우고 공부를 좀 봐준 다음 보통 밤 9시부터 내 개인 일정이 시작된다. 피아노 연습을 갔다 온 다음 영어 공부를 하고 나서 운동을 하고 샤워 후 잠을 자는 형식이었다. 자연스럽게 잠을 자러 가는 시각은 1시는 기본으로 넘기고 2시.. 가끔은 3시가 될 때도 있었다. 7시 전후로 일어나니 하루에 5시간이면 많이 잔 것이고 평균적으로는 4시간 반 정도였다. 누적된 수면부족과 과도한 일정에 시달린 정신과 몸이 결국 이렇게 호소를 했구나 싶었다. 내가 피아노 연습도, 운동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겠다고 했더니 막둥이가 너무 좋아했다. 잠자리에 아주 일찍 들진 않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일찍 12시.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 5시가 되니까 눈이 떠져서 기가 막혔다. 다시 눈을 감고 뜨니까 7시였다. 몸이 조금 개운한 것도 같았다. 어제처럼 그렇게 아프면 오늘은 학교를 쉬어야 하나 했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직 기침이 나고 목에 담도 나오고 하니 약을 먹는데 아직은 버틸만한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생각했다. 자기 계발도 좋고 이런저런 계획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좋지만 일단 잠은 자면서 해야겠다고. 아직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데 잠을 못 자서 아픈 것이라면 너무 속상하지 않은가. 오늘 하루도 피아노 연습은 쉬기로 하고 목요일로 잡힌 레슨 약속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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