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의 잠
궁금한 마음. 사진 속 저 언니는 메이크업을 지웠을까...?
나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으니...
주로 밤에 뭔가를 하는 것이다.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정말 미친 듯이 졸리고
그 시간이 지난 이후로는 정신이 맑아지면서 일의 능률이 오른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모든 일이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 사이에 이루어진다.
출근을 하면서부터는 그 간격을 12시 반에서 1시까지로 줄이긴 했는데 방학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습관이 그렇게 형성된 탓인지 잠을 자러 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낮에 낮잠을 30분이라도 자면 잠을 줄인 그 여파가 상쇄가 되지만 요새는 낮에도 뭔가 부지런히 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빼낼 물건들 살피고 들어내고 정리하기 및 아이들 돌보기)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낮잠을 자거나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제는 뭔가에 꽂혀서 밀린 글들을 열심히 찾아서 쓰고 정리하고 하다 보니 새벽 3시 정도에 잠을 잔 것 같다. 하루였으면 괜찮았겠지만 계속 2시 넘어서 자면서 아침엔 7시 조금 넘어서 일어나는 무리한 생활의 여파였는지... 그만 저녁을 차려주고 난 8시 정도. 아이들 방에서 쓰러졌다.
1시간을 잤는데 비몽사몽 한 상태로 있다가 계속 이어서 잤다. 아이들이 "엄마 못 일어난다. 잔다"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열고 닫고 와서 들여다보고 하는 것이 들리는데 그냥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한참을 자고 벌써 새벽인가 싶었는데 2시 반이었다. 세수도 안 한 것이 생각나서 엉겁결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다시 잤다. 일어나서 책을 읽을까 싶었는데 그러면 오히려 리듬이 깨질까 싶어 다시 잤더니 또 잠을 잘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자면서도 생각했다.
그 와중에 외국 여행을 간 친구와 톡을 주고받았는데 밤 11시 20분, 새벽 1시 40분, 2시 50분, 5시 30분, 그리고 8시 40분이었다. 새벽 1시 40분은 기억에 없는 것으로 봐서 거의 3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고 하는 사이클이었나 보다.
내가 12시간을 자다니.... 믿을 수가 없는데, 자고 나서 하나도 개운하지 않다는 것이 또 문제.
보통 밀린 잠을 자면 몸이 상쾌하고 에너지로 충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하품만 나오고 머리가 더 아프다니... 그리고 계속 자고 싶다니....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삶에서도 비워내면서 시간과 생활의 균형을 잘 잡아가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잘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매여있는 것도 내 욕심인가 보다. 잠도 맥시멀리즘으로 자면 오히려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적당히 잘 살펴서 자자.
오늘은 꼭 12시 반에는 잠들기. 아니... 1시 전에는 꼭.
지킬 수 있는 만큼만 다짐하자. 아 내 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