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생일에 초대받지 않은 아들

by 여울

막둥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위로 누나가 둘, 형이 하나 있으니 진짜 막둥이라고 해도 되는 막둥이가 맞다. 셋째는 어려서도 조용하고 성숙한 면이 있어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들과도 자연스럽게 잘 놀았다. 우리 집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건지 어쩐 건지 누나들보다도 두뇌 회전이 더 빨라서 함께 노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다가 2년 뒤 막둥이가 태어났는데 이 아이는 좀 달랐다. 나를 제외한 다른 네 명 (아빠 포함)은 막둥이가 유난히 부산하고 성가시다고 했고 구박 아닌 구박도 구박 맞는 구박도 많이 했다. 여기서 나를 제외했다는 부분은 내가 객관화를 못 해서가 아니라 이미 학교에서 막둥이와 같은 수많은 아이들을 봐 왔기 때문이었다.


내 시선에서 위의 세 아이는 좀 조용한 편에 속하는 아이들이었고 여자 아이들이 먼저, 그리고 누나들에 더해서 원래 성향도 조용한 셋째는 아들이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막둥이는 그냥 순수하게 뛰어놀기 좋아하고 움직이기 좋아하는 남자아이였다. 그나마도 나는 얌전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네 명은 잘 모르는 것이다!!! 이 네 명의 시선은 이모 아들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의 사촌들, 내 조카들이 노는 모습을 가까이 보게 되면서 그제사 좀 달라졌다. 내 동생은 비슷한 터울의 아들만 셋인데 정말 얼마나 활발하기 그지없는지 그 속에 낀 막둥이는 오히려 조용한 편에 속했다. 그 아이들을 한참 보고 나서야 신랑은 "그냥 저 또래 남자애들은 원래 저렇구나."라고 비로소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식구랑은 기질이 다르다."라고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유치원이 하나, 그리고 어린이집이 몇몇 있다. 나는 이사 오면서부터 셋째와 넷째를 당연히 공립어린이집에 보냈다. 다자녀 맘으로 사립유치원은 비용이 감당이 안 되기도 했고 공립유치원은 집에서 가까워서 좋았다. 이 동네 사립 유치원은 가격이 좀 있었는데 단지 아이들은 대부분 거기 가는 것 같았고 거기에 아이를 보낸 어머니들은 또 그분들만의 자신감과 소속감 같은 것이 있었다. 좀 더 끈끈하고 자주 만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이해한다. 나도 큰 아이를 약간은 무리해서 사립 유치원에 보낼 때는 괜찮은 곳에 보낸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큰 애를 보내보고 나니 둘째부터는 공립과 병설 코스를 밟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사 오기 전까지는 어린이집 친구들 유치원 친구들 모두 잘 어우러지고 다자녀 맘이다 보니 동네 거의 대부분이 친구라고 할 만큼 다 여기저기 얽혀서 놀기도 좋았다. 그런데 이사 와서는 일단 큰 아이들 친구들과의 연결고리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작은 공립어린이집 친구들. 그마저도 더더욱 좁아졌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막둥이 친구들 몇몇과 교류를 터서 지내고는 있지만 이전의 그 넓고 활발한 관계에는 댈 바가 아니긴 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큰 아이들보다는 막둥이의 친구 관계가 좁았고 또 그만큼 아이는 외로웠다. 그 놀기 좋아하던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보는 내 마음도 안타까웠다.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지만 엄마와 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 7년째 살고 있는데 같은 라인에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는 것도 올해 들어서 처음 알았다. 자주 보는 어머니였는데 그냥 인사만 하고 지냈을 뿐이다. 그러다 올해 같은 반이 되어서 같은 나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입학 전 교육기관은 중요한 법. 이미 유치원 어린이집 시절부터 같이 놀고 지낸 그 인연의 끈으로 만도 바쁘기 때문에 17층의 갭을 뛰어넘어 가까워지는 극적인 우정이 탄생하는 계기는 딱히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부터 막둥이가 "ㄷㅇ이가 생일 파티를 한대."라는 소리를 했다. 그냥 무심결에 듣고 흘렸는데 오늘 아침에 또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엄마들은 생각한다. '직접 오라고 한 게 아니면 가면 안 돼. 정말 오라고 할 거였으면 엄마 통해서 초대가 들어왔겠지.' 그래서 일단 물어봤다. "몇 시에? 어디서? ㄷㅇ이가 직접 이야기한 거야?" "몰라. ㅈㅎ이가 알려줬어." 감이 딱 온다. 아.....ㅈㅎ이는 자기 생일파티가 아니지만 우리 아들에게 "너도 와."라고 한 거구나.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지. "그러면 가면 안 돼. 정식으로 초대한 게 아니야." 그러나 막둥이는 남의 집에 가 보고 싶었다. 아침부터 나를 들들 볶으면서 한 번 가서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나는 정말 가기 싫었다. 정확한 호수도 모른다. 1호인지 2호인지... 막둥이는 친절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보면 '오른쪽'인 것 같다고 알려주고 벨을 누르고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 엄마인지, 혹시 ㄷㅇ이 엄마가 자기를 몰라서 헷갈릴 경우 자기 외묘를 묘사하는 말과 만의 하나 오른쪽이 ㄷㅇ이네 집이 아니라 잘못 눌렀을 경우 죄송하다는 인사까지 정중하게 할 것을 줄줄줄 일러주었다.


결국 나는 X 팔림을 무릅쓰고 내려갔다. ㄷㅇ이 어머니는 항상 웃는 얼굴로 쾌활한 분이신데 머리를 감다 말고 나오셔서 매우 당황하셨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10장의 초대장을 만들었고 유치원 친구 몇 명과 그 외 초대하고 싶은 친구를 더한 것인데 그 가운데서 한 명이 못 오게 되면서 남은 초대장을 우연히 ㅈㅎ이가 보고 달라고 했고 ㅈㅎ이는 우리 아들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너무나 미안해하시는 ㄷㅇ이 어머니와 나는 이야기를 아주 잘 끝낼 수 있었다. ㄷㅇ이 어머니는 자신이라도 가서 물어봤을 것 같다고 괜찮다고 하셨고 정말 우리 아들을 초대해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으로 계셨다. 천만다행으로!!! 오늘은 친정아버지 생신이다. 그래서 어차피 그 시간에 집에서 나가야 했다. 휴우.... 양쪽 집 모두에게 잘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진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평수라서 아는데 (남자) 아이 10명에 동생까지 합하면 어후... 집이 바글바글 정신없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면서 떡을 주시는데 정말 괜찮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얼굴을) 알고 인사하고 지낸 지 7년 만에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집에 올라오니 오매불망 기다리던 막둥이가 후다닥 뛰어나왔다.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하고 일단 우리는 시간이 겹쳐서 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아이의 얼굴에 서운함과 실망이 스쳐 지나간다. 마음이 아프고 짠하지만 이것도 한 번은 겪어야 할 과정. 알았지만 초대받지 못한 겸연쩍고 조금은 속상한 그 마음. 아들에게 "엄마랑 어디 나갈까?" 했더니 괜찮다고 하는데 나도 마음이 애매하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둘이는 포켓몬 영화를 봤다. 그런 토요일 낮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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