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주얼리를 사지 않게 된 이유

by 여울

예전에 살던 동네에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있었다. 나이 들어 친하게 되는 경우는 보통 아이 엄마들의 경우는 당연히 '아이'들 때문이다. 보통은 아이들이 서로 동갑내기일 때 친해지는데 서로 나이는 달랐다. 큰 딸아이가 발레를 좋아해서 유치원 아래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배웠고 보통 엄마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그렇게 서로 얼굴만 익히다가 어찌어찌 친해진 경우가 ㅅㅎ이 어머니다. ㅅㅎ이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 언니가 있었고 사춘기에 들어간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느라 속 썩이던 ㅅㅎ이 어머니 모습이 내 모습이 되리라고는 십 년 전에는 물론 생각하지도 못했다. 집에 있었지만 여러 모로 열정을 활활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주던 ㅅㅎ이 어머니와는 ㅅㅎ이네가 평촌으로 이사 가고 나는 서울로 이사 오면서 그렇게 또 연락이 끊겼다. 이사로 서서히 멀어진 인연 중에서 조금 아쉽고 나중에 꼭 연락을 해야지 했던 인연 중 하나였는데 전화번호가 바뀐 것인지 그렇게 정말 drift apart가 되어 버렸다.


그 언니랑 나눈 이야기 중에 하나가 아직까지도 귀에 콕 박혀서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는 별을 좋아해서 지금도 가끔씩 밤이면 별을 보러 나간다. 서울 밤하늘도 잘 보면 볼 수 있는 별들이 꽤 많고 딥스카이 - 은하, 성운, 성단- 들도 일부는 볼 수 있다. 서울 밤하늘이 별자리와 딥스카이 자리 익히기에는 오히려 좋다. 광해가 심해서 정말 밝은 별들만 잘 보이기 때문이다. 빛이 없는 시골 밤하늘은 오히려 별이 쏟아져서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엔 좋지만 초보자들은 어느 별이 어느 별자리의 별인지 이리저리 헤매기 쉽고 그래서 딥스카이는 더더욱 찾기 난감하다. 집에 놀러 와서 이리저리 이야기를 하다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았던가. "어머, ㅅㅇ이 엄마 별 좋아해요?" "저 정말 우연히 야간 관측을 갔다가 별에 꽂혀서 큰 아이 데리고 별 보러 많이 다녔어요." 그리고 그다음 말이 핵심이었다. "나는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서 액세서리랑 주얼리류를 많이 샀는데, 별을 보게 되면서부터는 사지 않게 되었어요. 하늘에 있는 보석을 보니까 땅에 있는 보석이 시시해 보이더라고요."


와. 내 별인생 35년 동안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천문동호회 친구들도 이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별에 미쳐서 추위에 덜덜 떨면서 날밤을 새는 그 별에 정말로 폭 빠진 사람들 말이다. 나도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번에 선글라스가 새로 필요해서 사러 갔는데 이상하게 자꾸 반짝거리는 금테에 보석이 박힌 선글라스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직원도 같이 간 친구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려서 겨우 중간으로 타협했는데, 매장을 나와서 착용해 보니 왜 그랬는지는 알겠더라. 완전 반짝반짝하는 것이 나 여기 있어요 하고 광고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나는 좋았다. 머리핀도 반짝이는 것이 좋고 귀걸이도 반짝이는 것이 좋다. 옷에도 반짝이는 보석들이 박힌 옷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그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자잘한 보석류들이 좀 하찮게 보이긴 하는 것이다. 그래도 반짝반짝 내 눈앞의 저 귀걸이들과 머리핀들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진 못해서 여전히 과하지 않게 반짝임을 가지고 있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는 것을 안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 반지 같은 액세서리를 어설프게 하고 다니면 안 하니만 못하기에 포인트로 딱 한 두 개만 하지만, 하루라도 착용하지 않는 날은 없는 것 같다. 하늘의 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반짝임이 내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일까 싶다.


하지만 나는 안다. 외형적으로 아무리 꾸미고 반짝거리는 것들을 달아도 내면에서 빛이 나오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면에서 순수하게 나오는 빛으로 만도 내가 찬란하게 반짝이는 날이 온다면 나는 더 이상 귀걸이를 하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해 봤는데 역시 그래도 할 것 같다. 아. 속물적인 나여.


별에 관한 좋은 글귀는 여럿 있지만 오늘의 픽은 이것. 별은 동서양고금을 무론하고 희망을 주는 존재인가 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인지.


Be like a star; it might be small but, bright enough to be seen afar. 별처럼 되어라: 비록 작을지라도 멀리서 알아보기 충분히 밝으니.


추가로... 보통은 아래 문장들이 잘 알려져 있다.


The brighest stars shine in the darkest nights. 가장 밝은 별들은 가장 어두운 밤에 빛난다.

Stars can't shine without darkness. 어둠이 있을 때 별이 빛난다.

Two men look out the same prison bars; one sees mud and the other stars. 두 사람이 감옥 창살 밖을 내다보았다. 한 사람이 흙바닥을 보는 동안 다른 이는 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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