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뭐야!!! 누가 흘렸어!!!"
늘 그렇듯 바쁜 아침. 보통은 알아서 일어나지만 가끔씩 늦잠을 자는 아이들 깨우고 밥 먹었는지 확인하고 준비물과 숙제 챙겼는지 확인하고 (그 전날 그렇게 하라고 해도 가끔 아침에 챙기겠다고 버티는 아이가 꼭 한 명은 있다.) 나도 잊은 것 없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바닥에 흐트러진 것들과 식탁을 대강이라도 치우는 찰나. 어제 입었던 베이지색 정장 바지에 커피 얼룩 같은 것이 점점점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은색도 아니고 베이지색이라고 베이지색!!!! 갈색 물방울 같은 것이 점점점. 누가 봐도 커피 얼룩이다. 마침 곁에 텀블러를 들고 서 있던 큰 아이도 같이 들여다본다.
"이거 뭐야? 커피 자국 같은데?"
"너지?"
중3인 큰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가끔씩 남아 있던 드립커피를 마시려고 들면 텅 비어 있는 포트를 발견하고 허탈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텀블러에 커피 넣고 걸어오다가 흩뿌려진 거 아냐?"
"아니 나 지금 저기서 물 넣어가지고 온 건데 무슨 소리야?"
"텀블러에 묻어 있던 커피가 떨어졌나 보지."
말하면서도 헷갈리지만 일단 예상되는 범인은 큰 아이뿐이라 우겨본다. 심지어 바닥에도 연한 갈색 같은 물기가 남아 있었다.
"아니이!!! 나는 저기서 방금 왔다니까 아?!!"
슬쩍 만져보니 촉촉한 것이 방금 떨어진 것이 맞다.
"이것 봐! 촉촉하잖아! 너라니까?"
"아니라니까요!!!"
이 바쁜 아침. 차를 놓고 갈 예정이라 더 바쁜 아침. 나는 일단 화장실로 바지를 들고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물로 문지르니까 얼룩이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살짝 연노랑색 자국 같은 것도 있는데 비누로 하니까 또 쓰윽 지워진다. 일단 대강 급한 얼룩만 빼서 걸어놓고는 나왔다. 세탁기에 돌릴 시간도 없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바닥에 놓인 문제집을 보았다. 셋째가 오늘 학교에 가져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책들이다. 문제집 표지에 주황색 얼룩이 있다. 자세히 보니 토마토 국물이다. 순간, 아침에 토마토를 하나 꺼내서 잘라먹던 셋째 모습이 휘리릭 스쳐 지나갔다. 아아... 범인은 셋째였다. 바지와 바닥에 묻은 얼룩은 토마토 과즙이었고.... 그걸 발견한 순간 큰 아이는 현관문을 나서고 있었다.
"미안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르겠다. 문이 닫히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외쳤다.
"ㅅㅇ아! 미안해!! 오해해서 미안해!!! 진짜 미안하다 딸아!!"
그리고 나는 이제 폭풍 잔소리를 아들에게 퍼부었다.
"내가 돌아다니면서 먹지 말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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