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다녀왔다. 일 년간 꿈꾸는 교실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수업 나눔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도 우리 학년 대표교사로 시작을 해서 당연히 하겠노라고 생각했다. (말이 대표교사지 사실은 동학년 선생님들이 다 해 주셨고 나는 보고서와 사례 나눔만 정리를 했을 뿐이다.) 수업 나눔 전에 힐링연수로 퍼스널컬러테라피가 있었다. 퍼스널컬러라니!!! 요새 핫하다는 그 퍼스널컬러? 최소 십만 원 이상 비용을 지불해야 내게 어울리는 색을 진단해 준다는데, 정말 기대된다! 이 부푼 마음을 안고서 출장장소로 향했다. 학교에서 차로 10분. 가뿐한 마음으로 갔는데 입차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막상 갔더니 요일제 적용에 걸리고 다른 주차장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리저리 애를 먹어서 그만 30분이나 지각을 하고 말았다.
죄송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들어간다. 늦어서 반쯤은 포기했는데 늦었음에도 연수는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내가 생각한 퍼스널 컬러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었다. 색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는 '테라피'에 초점을 맞춘 연수였다. 그럼 그렇지. 교육청에서 준비한 연수인데, 교육적인 내용이 안 들어가면 그게 오히려 본질에 안 맞는 거다. 세속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연수 제목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를 반성했다.
색으로 접근하는 사람에 대한 분석은 또 흥미롭고 새로웠다. 다양한 색들 속에 담긴 다채로운 의미들과 그 사람의 성향과 장점과 단점들도 좋았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남는 것은 내 색은 결국 내가 만들어간다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라고. 나의 색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 주위에는 왜 이런 사람들 밖에 없는지 탓하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보아야 하는 것이다.
옆자리에 앉아계신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색은 올리브그린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따뜻함과 차분함으로 살고자 노력하셨다는 것이다. 강사님은 올리브 그린은 노란색이 강하게 섞인 초록색이고 초록색의 기본 성질은 또한 파란색이 있기에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루는 면면을 보여준다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제대로 색상 검사를 해 보니 선생님의 색은 레드와 레드가 나왔다. 두 가지 색 모두가 붉은 계통인 것이다. 선생님은 고개를 계속 갸웃하시며 이 검사가 정확한 것 같지 않다고 다르게 나왔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다른 이야기를 주욱 들어보시던 강사님은 원래 선생님은 강렬한 열정과 불같은 성정이 있었을 것인데, 본인이 그것을 알아서 스스로 반대되는 성질의 것으로 만들어 온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셨다.
나는 마젠타와 블루그린이 나왔다. 의외였다. 나는 연한 하늘색을 좋아하고 따뜻한 오렌지 색을 좋아하는데 그냥 이 두 가지가 그날은 끌렸다. 사실 진한 남색과 블루 그린을 놓고 고민하다가 블루 그린을 골랐다. 그날따라 나는 좀 힘들었다. 몸은 아프고 일은 밀려있고 아이들과 해결할 과제는 많았다. 지친 마음으로 연수장을 찾은 나에게는 정말로 위로가 필요했다. 어딘가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강사님은 마젠타와 블루그린이라는 말에 조금 당황하신 기색이었다. 두 가지는 현저하게 반대되는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질문했다. "컨디션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색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대답은 당연하다는 것. 평생 색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 나는 정말로 위로가 필요하구나. 조금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고 그 가운데서 안정을 찾아서 회복하고 싶구나. 그리고 다시 기운을 차려서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들마다 고르는 색이 다 달랐는데 한 가지는 동일했다. 하나도 나쁜 색은 없었다. 모두 다 고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그 부분이 나에게는 울림으로 와닿았다. 사람마다 가진 것이 다 다르고 성향도, 가치관도 다양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다 아름답다. 나와 다른 색이라고, 맞지 않는 색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다른 부분, 몰랐던 부분을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면 될 뿐. 결국 색이라는 것은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나를 이해하고 다른 이를 이해하기 위한. 그리고 특히 나와 마주한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그래서 나는 당신의 색이 궁금하다.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