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하면 머리가 아프구나...

by 여울

나는 소화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소화제라는 것이 집에 따로 없다. 가끔 변비는 있지만 그도 극심하지 않으니 괜찮다. 아, 딱 한 번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한참 의학소설을 읽고 있을 때였는데 아무리 봐도 나타나는 증상이 '아뻬'인 것이다. (쉽게 말해서 맹장 수술.) 반사통도 있는 것 같고 하여간 왜 그럴까 싶은데 응급실에 가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응급실에 갔다. 하도 전문 용어를 잘 구사하니까 (지금은 다 까먹은) 의사 선생님마저 내가 일반인인지 의료인인지 헷갈린다는 표졍으로 가끔씩 의학 용어를 툭툭 구사하시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시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외에는 소화불량이랄 것도 없고 해서 체한다는 것의 의미도 잘 몰랐다. 그런데 어제부터 슬슬 몸이 안 좋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 먹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히 식중독 같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틀 연속 저녁으로 떡을 먹었다. 찰떡이었는데 아무도 안 먹길래 아까운 맘으로 내가 두 번 먹은 것이다. 그 외에는 팝콘을 조금 먹은 것 말고는 없다. 얼마나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은지 좋아하는 아침도 걸렀다. 점심은... 고민하다가 조금 먹었다. 속은 안 좋은데 배가 고프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먹었다. 감자전이 참 맛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도 맛은 있었는데 목으로 넘기는 순간 속에서 울렁 하는 느낌에, 아, 이거 안 되는구나.... 과욕을 부린 나를 반성했다. 국물 위주로 조금 먹고 반 이상을 남기면서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교실로 올라왔다. 소화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길래, 바늘을 소독해서 엄지 손가락을 쿡 찌르는데, 나는 내 손을 못 따겠다. 우리 엄마는 아주 그냥 시원하게 잘만 따시던데. 몇 번을 콕콕 찌르자 피가 살짝 나긴 났다. 반대쪽 손도 콕콕 찌르자 피가 나왔다. 살짝 트림 비슷한 게 올라왔다. 엄마가 따 주셨으면 직빵이었을 텐데....


아까보다 소화는 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점심을 안 먹는 것이 조금 더 나았을 것 같다. 다른 것보다도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전에 친구가 체했는데 머리가 아프다길래 배가 아파야지 왜 머리까지 아픈가 했는데 내가 아파보니 알겠다. 머리만 안 아프고 오한만 없어도 훨씬 괜찮을 것 같다. 이제는 떡도 조심해서 먹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퇴를 할까 말까 정말 엄청나게 고민을 했으나 결론은 학교에서 근무를 마저 하고 가는 것이다. 급한 것부터 하나하나 하다 보니까 그냥 4시가 넘었다. 이제 와서 조퇴를 쓴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아차차. 위의 응급실 간 결론은... 장이 꽈악 차서였다. 나는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늦게 피는 꽃인 막내아들과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