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너무 아파서 온 줄도 몰랐다. 나중에 봤는데 정신이 혼미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넘겼다. 오늘 또 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아차 싶은 마음에 얼른 받았다.
"언니!"
"응! 어제 전화한 거 정신없어서 못 받았어."
"언니 괜찮아?"
"아니. 좀 아팠는데."
"언니, 그거 굴 때문인 것 같아!"
헉. 갑자기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우리는 성탄절 전날 다 같이 굴을 나눠 먹었던 것이다. 한 분이 좋은 굴이라고 비싸게 사 오셔서 신나는 마음으로 굴을 먹었다. 우리 집에서 굴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라서 거의 사 먹지 않는다. 나는 생굴을 좋아하는데, 식구들이 잘 먹지 않으니 굴전, 굴국도 한두 번인지라 그냥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 바구니 한가득 담겨 있는 굴을 보자 참을 수 없어서 무려 세 번을 가져다 먹었다. 사실 더 먹고 싶었는데 세 번을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두 번 더 집어 먹고는 말았다.
다음 날 저녁부터 속이 조금씩 안 좋다가 밤에는 더 심해지고 아침에는 학교를 쉬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아팠다. 독감이 다시 왔나 싶을 정도로 두통과 오한, 근육통이 너무 심하게 와서 어제는 결국 진통제를 먹었다. 오늘 아침이 되니 조금 나은 것 같았지만 역시 아침을 먹을 수는 없었다. 거의 굶다시피 했으니 배가 고픈데 오늘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마크니 커리. 커리에 있는 건더기를 조금씩 건져 먹고 미니호떡도 하나 먹고 파인애플도 2조각을 먹었다. 어제저녁도 굶다시피 하고 아침도 거른 터라 정말 뭔가 너무 먹고 싶었다. 먹고 나니 다시 배가 아팠다. 바보야..... 조금이라도 그냥 밥만 먹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집에 왔다.
나와 같이 아픈 큰 딸과 신랑을 위해 흰쌀죽을 끓이다가 나도 반공기 정도 죽을 먹고, 막둥이를 위해서는 목살을 구워주다가 3조각 또 먹었는데, 속이 너무 불편해서 또 후회를 했다. 브런치에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앉아 있는데 마침 딱 동생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ㅅㅎ 아빠도 막 두 번이나 토하고 설사하고 그날 밤 정신을 못 차리더라구. 그래서 왜 그런가 했는데 교회 식구들 몇 분한테 전화가 와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굴 때문이었어."
"으아아... 어쩐지... 우리 왜 아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더라구. 난 떡 때문인가 했지."
"난 언니가 전화 안 받길래 입원했나 싶었지. 학교 쉬었지?"
"아니, 갔지. 학년말인데 어떻게 쉬니..."
"아이고 저런...."
동생 말에 의하면 노로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있단다. 그러니 퍼즐이 더 딱 맞춰진다. 지금 찾아보니 잠복기는 12시간에서 48시간. 증상 발현 후 60 시간 이내에 빠르게 회복이 된다고. 그러니 아마도 내일 저녁에는 괜찮을 것이다. 아..... 굴 맛있었는데. 나는 앞으로 굴을 잘 먹을 수 있을까? 젊은 시절 만두를 드시다가 체하신 우리 아빠는 만두를 잘 안 드신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저 맛있는 음식을 안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런데 지금 나를 보니, 당분간은 굴 생각이 쏘옥 들어갈 것 같다. 이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 입장을 겪어 봐야 알 수 있는 것도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