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아들 핸드폰을 찾아서

by 여울

"엄마, 핸드폰이 학교에 없어!"


어제 셋째가 핸드폰이 안 보인다길래 위치 추적을 해 보니 학교로 나왔다. 보안관 실 쪽인 것까지는 확인을 했다. 학교 가서 잘 찾아보라고 하고는 나도 잊고 있었다. 숨 가쁜 목요일, 동학년 회의는 마찬가지로 6시가 다 되어 끝이 났고 나는 결국 병원 예약을 취소했다. 오늘 너무 아파서 결국 내일은 병가를 냈으나, 결국 학교일에 치여서 이미 결재완료가 난 병가를 기결취소했다. 아파도 졸업식까지 남은 사흘간 무조건 나와야 아이들 졸업을 제대로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일을 하고는 7시가 다 되어 퇴근한 참이었다. 불고기 전골에 흰 죽을 만들어 주고는 막 앉으려는 찰나. 핸드폰이 학교에 없단다.


"사물함이랑 다 찾아봤어?"

없었단다. 다시 위치 추적을 해 본다. 음? 우리 아파트 127동과 128동 사이로 나온다. 경비실이 있는 곳인데.... 그럼 거기로 가 보자. 그런데 나 혼자 가려니 억울하다. 피곤한 줄은 알았지만 피곤한 줄도 몰랐던 몸의 긴장이 서서히 풀려가던 참인데 다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저 멀리 128동까지 가려니 솔직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너도 옷 입고 같이 가야겠는데."

아들은 군말 없이 순순히 옷을 입었다.


내가 살고 있는 단지는 두 개 아파트가 하나로 묶인 단지라서 조금 크고 언덕길 경사도 조금 있다. 길을 두 번을 건너고 오르고 올라 경비실에 도착했다. 퇴근 준비를 하시던 경비 아저씨는 손전등까지 들고 나와서 찾아 주신다. 핸드폰 습득이 된 것이 없다고 하시며 같이 찾아주시는데 너무 죄송했다. 들어가서 쉬시라고 해도 괜찮다면 같이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 주셨다. 결국 찾지 못해서 주변 경비실을 두 군데 더 들렸으나 소득이 없었다.


이제 배터리는 20퍼센트 남았다고 나온다. 그런데 문구가 좀 수상쩍다. 위치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와이파이나 데이터 연결이 약하다는 것이다. 혹시 지하 주차장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둘이서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길 나는 말했다.

"핸드폰 찾으면 엄마한테 만 원 줘야 해."

"오천 원."

"뭐야? 2만 원!"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 문을 열고 소리 울림 버튼을 눌렀다. 삐빅삐빅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은 뒷좌석에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이 왔다. 나는 그제 셋째네 학교에 갔었다. 야구부실 청소당번이었다. 정말 당번을 바꾸고 싶었지만 당일 바꾸기는 여의치 않아서 그냥 억지로 가서 청소를 하고 왔다. 그러느라 차를 보안관실 옆에 주차했는데 그때 남은 신호가 위치 추적에 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셋째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127동 옆을 지나갔고 그때 또 한 번 신호가 위치 추적에 남았나 보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는 바람에 제대로 신호가 안 잡혔던 것이고.


올라오는 중앙현관 앞에서 나는 거만하게 말했다.

"비번 네가 눌러."

셋째는 재빨리 키패드 앞으로 달려가 비번을 눌렀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문 앞에서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기다렸다. 셋째는 얼른 비번을 눌러 현관문을 열어주고는 내가 들어갈 때까지 손잡이를 잡아주는 풀 서비스를 했다. 집에 오니 8시가 한참 넘었다. 다시 긴장했던 몸이 녹아내린다.


슬픈 소식에 애도할 겨를도 없이 울적한 마음과 몸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화장실도 한 번 못 갔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간다. 오늘은 둘째랑 약속한 생크림케이크 만들기까지만 하고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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