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서울역에서 시작된다

by 여울

인천공항으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버스를 탈 수도 있고, 지하철을 탈 수도 있고, 자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짐이 많고 식구가 많다면 차를 공항주차장에 주차해 놓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혼자 가니 그럴 필요가 없다. 최소한의 경비로 가려고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아침에 아이들 캠프 식사 준비를 해 주고 가야 하니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버스는 차가 막히면 늦어지니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일반 열차를 타는 것보다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는 직통열차가 나을 것 같다.


어떻게 티켓을 구매해야 되는지 검색을 하는데 대행 사이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클*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만원이 넘는 티켓을 87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다만 과정이 조금 번거롭기는 하다. 이메일로 인증번호를 받아서 다시 공항철도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입력하고 구매를 해야 한다. 이 사이트는 공항철도 티켓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여행 관련 티켓들도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것을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에 알았다. 미리 알았으면 조금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좀 아쉽다.


교회에서 서울역까지는 버스로도 한 정거장인지라 그냥 걸어갔다. 서울역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많아진다. 외국인들도 정말 많다. 이제 서울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은 그냥 일상이 되어 버렸다. 서울역은 도착과 출발이 공존하는 곳. 지하철과 기차와 공항철도까지 세 가지가 있고, 그 아래에는 버스 환승센터가 있고 택시들이 줄지어 있으니 정말로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가 되는 역이다. 실제로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 본 것은 많지 않다. 주로 영등포 역을 이용했기 때문에 지난번 대구 갈 때 KTX를 탄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항철도도 처음 이용해 본다. 어디인지 몰라서 이리저리 쳐다보니 공항철도 도심공항터미널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가끔 안 보여서 당황해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면 저 쪽에 있다. 알고 보니 공항철도는 제일 안쪽에 있었다. 이제는 종이티켓을 발행할 필요도 없이 큐알코드로 바로바로 들어갈 수 있다. 서울에서 한평생을 살았어도 서울역은 조금 낯선 곳이었는데 몇 번 와 보게 되자 이제는 여행의 설렘이 느껴지는 곳이 되었다. 여행은 서울역에 오는 것으로 벌써 시작이다.


좌석도 미리 지정했는데 어디인지 찾을 수가 없어서 몹시 당황했다. 여행 초보 티를 내지 않으려고 계속 애를 썼으나 이렇게 드러난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서 골랐는데 아무리 봐도 S2는 보이지 않고 온통 A B C D E F... 와 같은 앞자리 알파벳들 뿐이다. 뒤로 가도 앞으로 가도 소용이 없다. 기차는 출발했고 나는 일단 앞으로 가 보았다. 통로에 가서 보니 왼쪽에 벽이 올라와 있는 나 홀로 좌석이 그제사 보였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여기 앉으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봐도 좀 답답한 것 같지만 이미 결정된 일. 그리고 여기는 유일하게 콘센트가 있어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다. 반대쪽에는 캐리어를 놓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캐리어를 놓았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다 나한테 굴러와 부딪히기도 하니 나 홀로 좌석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옆 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혼자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책을 조금 보다 보니 40분은 금방 지나갔다.


이제 공항 제1터미널 도착이다. 11시 정도 도착했으니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보통 더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으니 1시도 넘어서 출발하는 늦은 비행기는 사실 손해인지라 공항은 한가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온라인 체크인을 미리 해 두어서 편했다. 이제 게이트로 입장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제사 유심 생각이 났다. 부랴부랴 유심칩을 받는 서점으로 가서 이름을 말하고 받았다. 이틀 전에 신청하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는데 바쁘게 일하다 어제사 생각이 나서 조금 더 비싼 유심칩을 받았다. 공항에 도착하니 로밍 관련 메시지가 뜨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이렇게 짧게 가는 사흘의 여행이라면 그냥 로밍하는 것도 괜찮겠다. (그리고 일본은 생각보다 와이파이가 굉장히 잘 되어 있었다.)


수하물을 부칠 것도 없고 면세점을 구경할 것도 없다. 그냥 천천히 걸어서 탑승구까지 갔다. 가면서 공항에서 준비한 이벤트인 왕가의 산책 퍼레이드도 보았다. 탑승구 앞에 앉아 있으니 비가 오는 것이 보인다. 아이들 오늘 창경궁 간다고 했는데 걱정이 된다. 원래는 점심을 먹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안 먹으면 저녁까지 굶을 것 같다. 간단하게 햄치즈치아바타와 물을 하나 먹었다. 사람들은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나는 그냥 앉아서 기다렸다. 마지막 사람까지 입장하고 나서야 천천히 일어나 들어간다.


좌석지정도 나중에 했더니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제일 끝 쪽 복도 측 좌석이 하나 있었다. 창가면 더 좋았겠지만 창가는 항상 일찍 빠진다. 내 옆으로 비어있길래 혹시나 싶었는데 곧이어 커플이 들어온다. "창가에 앉을래?" "응!" 남자친구의 정다운 물음에 여자분이 창가에 앉아서 구경을 하다가 잠시 뒤 가운데 남자친구와 자리를 바꾼다. 아무래도 다른 여자 옆에 앉히기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불편할까 봐 편하게 가라고 바꾼 것일까. 어쩐지 귀엽게 여겨져 속으로 쿡쿡 웃었다.

모두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갑자기 방송이 들려온다. 공항 활주로가 혼잡하여 1시간 있다 출발한다는 것이다. 아니야.... 안 되애...... 나는 오늘 저녁 늦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늦어버리면 곤란하단 말이다....ㅠㅠㅠㅠㅠ 그리고 비행기는 정말로 1시간이 넘어서 출발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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