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십 대 사촌 동생 이야기 1

by 여울

정말 몇 년 만에 사촌동생을 만났다. 내게는 친한 사촌들이 좀 있는데 나이가 들고 나니 각자 삶이 바쁘고 사는 지역도 달라지면서 예전처럼 자주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대가 비슷한 사촌들과 자연스럽게 친할 수밖에 없는데 오늘 만난 ㅂㅎ이는 사실 그리 친하지는 않았다. 매우 친한 둘째 큰 아버지네 사촌오빠가 있고 둘째 셋째 고모의 오빠들과는 그럭저럭 가끔 연락하면서 지냈는데 이 동생은 정말로 말이 없어서 어릴 때 본 것이 전부이다. 딱 한 번 고모의 큰 아들인 사촌 오빠가 결혼하던 7년 전에 보고는 진심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 결혼 전에도 십여 년 간 본 기억이 없다. 우리의 마지막 만남은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조차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이 동생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고 둘이서 아주 드문드문 이야기를 한 것은 고모의 성화 덕이다. 사촌동생은 중학교 선생님이다. 고모의 맘에는 집도 있고 착하고 성실하고 직업도 안정적인 둘째 아들이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너무나 애가 닳으셨던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전화가 왔다. "너네 학교에 30대 초반 정도 되는 참한 선생님 없니?" 해가 지나면서 고모가 말씀하시는 여선생님의 나이는 30대 중반이 되고 후반이 되었다. 아직은 40대 초반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노력은 해 봤다. 본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촌동생을 생각하면서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을 스캔해 봤다. 사실 싱글인 선생님이 별로 없고 있어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20대 신규 선생님들이 주로 계셨던 것이다. 한 분은 소개팅 좋다고 하시다 고모네 아들인 사촌 동생이라는 것을 알더니 부담스럽다며 고사하셨다. 우리 진짜 안 만나요...라는 말도 소용없었다. "부장님과 친척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 나라도 좀 애매할 것 같긴 하다. 한 분은 좋다고 하셨지만 사촌 동생이 자기는 누구 만날 마음이 없다고 해서 안 되었다. 그 선생님은 그리고 다음 해 좋은 분과 결혼하셨다. 객관적으로 사촌동생보다 훨씬 훈남이셔서 소개팅이 안 된 것이 아주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고모도 포기하셨는지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으신다..... 하하하....


아무튼 고모 덕에 간간히 안부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니 역시 삶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모종의 이유로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 이유는 또 따로 이야기할 것이 많으니 여기서는 넘어간다. 그리하여 서로 얼굴 한 번 보자고 말한 것이 두 달이 넘었고 개학 직전인 오늘에서야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원래는 글 한 편에 다 담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쓸 것이 많아서 조금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극 I인, 어린 시절 친하지 않던 사촌 동생과의 가까워지는 과정이 저도 참 신기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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