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이 유럽에 한 달간 간다. 교회 이모와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돌고 오는 여정. 나는 적금을 깼다. 둘 다 고등학생이 되는 나이라 따로 서류는 준비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어제 비행기 표를 예매한 신랑폰으로 알람이 왔다. 자동체크인에 실패했으니 공항에서 직원에게 문의하라는 것이다. 어제는 그냥 넘겼다. '미성년자라 그런가 보지 뭐.' 새벽에 싸한 기분에 5시도 안 되었는데 눈이 저절로 떠졌다. '혹시 부모동의서 같은 거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재빨리 검색을 해 본다.
출국부터 거부당했다는 이야기. 현지에 도착했는데 입국 거부 당했다는 이야기. 이런 기사들이 주르륵 뜨고 번역업체들의 홍보글도 같이 떴다. 생각해 보니 번역을 한참 하던 시절 기본증명서니 가족관계증명서니 하는 것들을 영문으로 번역했던 기억이 난다. 단순하게 유학 관련 서류라 생각했는데 혹시 출입국에도 필요한 것이었을까? 선득해진다. 번역 후에는 공증도 받아야 하는데.
번역을 그만 둔지 수년이라 당시에 사용하던 각종양식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재빠르게 서치를 하니 대강 나온다. 일단 미성년자 부모미동반 여행 동의서를 만들어서 작성한다. 같이 가는 친구 부모님께도 보내드리고 빈칸을 채우시라 했다. 그 사이 혹시 몰라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려는데 공동인증서가 필요하단다. 은행 가서 발급받으려니 가입하고 스마트폰에서 인증서 내보내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니 이번에는 전자지갑 개인정보 활용동의를 해야 한다는데 폰에 누르는 버튼이 뜨지 않는다. 뜨는데 팝업창 하단 버튼이 가려서 아무리 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영문증명서를 아포스티유에 발송하려니 공동인증서만 된다는데 이번엔 주민번호가 정확하지 않아 사용이 안된단다. 나는 진짜 3시간 동안 미치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 프린터기는 왜 작동을 안 하는 것인지. 결국 딸 친구 부모님께 출력을 부탁드렸다.
이제 서울역으로 가야 한다. 근처에 있는 교회에 주차하고 10분 정도 걷는 것이 더 빠르다. 이 시간에는 막히니까. 차는 막히지만 열심히 차선을 안전하게 바꿔가며 도착해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친구 아이를 만나 다시 빠르게 걸었다. 공항철도는 한참 안쪽에서 한참 지하로 가야 한다. 엘베도 두 번 갈아탄다. 아이들 큐알코드가 안 찍힌다. 기차 출발시각은 3분 남았다. 역무원님이 도와주시면서 무전을 하신다. 지금 학생 두 명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간다고. 엘베에서 내리니 역무원 한 분이 여기로 타서 가라고 안내해 주신다. 우리가 타고 앉자마자 기차는 출발했다. 휴우.
기차에서 서류에 사인하고 빠진 거 체크하고 여행 계획서에도 한 번 더 썼다. 국가마다 규정이 달라 유럽은 청소년무비자협정이라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부모동의서 사인과 부모님 여권 들고 셀카 찍어두고 현지 숙소 주소 확인할 수 있게 준비해 두면 좋다고 한다. 내가 데려다줘도 마음이 살짝 조마조마할 것 같은데 둘이서 보내려니 입국할 때 잘할 수 있을지 출국할 때 체크인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나라도 방학이라 같이 따라가서 챙겨줄 수 있어 다행이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키오스크로 체크인한 후, 대한항공에 문의하니 미국 태국 세부 같은 곳은 관련 서류들이 필요하지만 스페인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나 뭐 한 거지 싶지만 그래도 해놓는 게 낫지! 보딩 서비스는 인당 무려 20만 원이라길래 패스하였다. 그렇게 보내고 나니 이 허전한 마음은... 미우나 고우나 이쁜 우리 큰 딸이었다.
미성년자를 데리고 여행할 때 일단 확인하고 챙길 서류.
가족관계증명서 한글판과 영문판
아이 혼자 혹은 직계가족 없이 할머니 이모등과 보낼 때 서류.
가족관계증명서 한글판과 영문판
기본증명서 한글판과 영문판. (아이 기준)
부모 동의서 한글판과 영문판.
인터넷으로 미리 서류를 발급 못 받아도 괜찮은 것은 각 터미널마다 행정타운?처럼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처럼 급하면 일단 공항에 가서 서류를 발급받으면 된다.
나이에 따라 다르니 이것도 주의. 우리 딸과 친구는 만 15세라 괜찮을 듯하다. 만 12세 이하는 좀 더 철저하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아포스티유에 서류 발송하여 출력도 해놓자. 아포스티유 발송은 공동인증서 로그인하여 발급받은 서류만 가능하다.
휴우... 이제 돌아가는 길은 직통열차가 아닌 일반열차로 간다. 리무진은 무려 17천 원! 꺄아... 서울역 직통열차는 할인 전 11천 원 타 업체로 우회해서 가면 87백 원 일반 열차는 45백 원이다. 지나 보면 알지만 한 달 금방이다. 언니 없어 외로울 둘째랑 많이 놀아줘야겠다.
내려오는데 피아노가 있었다. 진짜 피아노 스캔 능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하핫. 소리가 어떤지 터치감은 어떨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혼날까 봐 그냥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