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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r 08. 2024

학년 초 학급 세우기 - 나눔의 의미를 생각하다

6학년 1학기 수학 첫 단원은 분수의 나눗셈이다. 교과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동기유발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는 동그란 빵을 사서 아이들에게 직접 나누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먹었다. 그것도 좋겠지만 조금 더 의미 깊게 들어가고 싶었다. 김효은 작가의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이 생각났다. 


나눔이라고 하면 보통 정확하게 숫자대로 나누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나눔의 또 다른 의미는 '함께 먹다, 주고받다, 함께 경험하거나 겪다'가 있다. 그냥 단순하게 나누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단어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고 생활 속에서의 경험과 함께 연결 짓게 하고 싶었다.


먼저 외동일 경우와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지 물어본다. 반반의 비율로 나타났다. 혼자여서 좋은 것은 모두 다 내 것이라는 것이고 자신의 계획대로 뭔가를 하기 좋다는 것이 있었다. 형제가 있어 좋은 점은 심심하지 않고, 둘 다 뭔가를 안 했을 때 누군가 혼자고 있는 사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생생한 경험담도 나왔다. 형제가 있어 불편한 점은 동생이 잘못했을 때 나도 덩달아 혼나거나 둘이 같이 잘못했어도 큰 아이가 더 많이 혼난다는 이야기, 동생이 매번 놀아달라고 해서 친구들과 놀기 힘들다는 이야기 등이 나왔다.


이제 같이 책을 읽는다. 5남매 중 둘째로 자란 김효은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따스한 시선으로 담겨있다. 우유나 사과나 반찬은 다섯 개로 쉽게 나눌 수 있지만 하나뿐인 삼촌, 하나뿐인 킥보드나 모양도 크기도 다 다른 치킨 같은 경우는? 아이들은 작은 것에 빵빵 터지면서 책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혼자가 아니기에 나누기 어려운 모양의 고래 케이크 같은 것은 고를 수 없고, 남은 조각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그다음 날에도 그대로 케이크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필 팔이 부러져 병원에 가서 깁스를 해야 했던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동생의, 나의, 누나의, 언니의, 누나의 생일축하합니다!" 여기서 노래를 부르며 책을 읽자 아이들은 또 너무 좋아했다. 나는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촛불을 후후후후후 다섯 명이 다 같이 불어서 끈다. "선생님! 후후 글자가 웃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다음 장에는 생일인 아이 접시에 놓인 딸기 조각들. 하나 남은 딸기를 5개로 나누었는데, 그 딸기 조각들은 작은 생일 선물이 되어 '나'는 딸기 두개를 먹는다. 통으로 하나인 것도 좋았겠지만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또 양보하는 마음이 보인 작은 조각들이 모이는 장면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비록 넉넉하지 않고 나누어야 했지만 오히려 더 풍성해지는 기이한 셈법.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준다.

"얘들아, 선생님이 사실은 아껴둔 페이지가 하나 있어. 제일 앞에 있는데 일부러 마지막에 보여주려고 했지." 


이 책의 앞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의 나눗셈에서 항상 빠져 있었던

나의, 우리의 부모님께'


사실 이 부분이 마음에 턱 와닿는 것이다. 제일 앞 장으로 돌아가 이 부분을 읽어주자 아이들의 표정에 '아!' 하는 깨달음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각자 종이에 적어본다. "'나눔은 OO이다.'로 적어보고 이유도 같이 적어주세요." 나눔은 행복이다. 나눔은 배려다. 나눔은 기쁨이다. 나눔은 성장이다. 나눔은 전쟁터이다. 나눔은 빛이다. 나눔은 양보다. 나눔은 돌아오는 것이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말들이 펼쳐지고 엮어진다. 곧 친구사랑주간이다. 친구와 함께 나누면 좋을 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다음 주에 하려고 아껴둔다.


그리고 아주 짧게 남은 수학 시간, 우리는 분수 복습지를 풀어보면서 그렇게 수학의 첫 시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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