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Sep 27. 2024

집중력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막내 이야기 3

위센터 선생님은 처음에 전화 통화를 할 때에는 첫 만남에는 심리검사를 한다고 하셨다가 받은 결과지가 있다고 하자 그럼 결과지를 가져오는 대신 검사는 생략하자고 하셨다. 


두 상담에서 공통점은 모두 부모 검사를 진행한다는 부분이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사실 아이의 기질이나 성향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그리고 부모와의 애착 관계 정도도 중요하다. 요사이 내가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는 신랑과 화목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남편과의 사이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부분이 많아서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감정이 올라오면서 가능하면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나와 신랑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자랄 필요가 있었다. 예민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좀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그리고 확실히 이런 가정의 안정된 분위기는 아이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진다.


지난주 두 번째 상담 시간, 위센터 선생님은 막내와 두 번째 시간을 보내시고 나와 짤막한 면담의 시간을 가지셨다. 우선 우리 막내는 아주 시급하게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다만 상담을 받으면 좋다고는 하셨다. 이전에 학교에서 위클래스에 있을 때 좋았다고 대답을 했고, 지금 아이가 사회적으로 적응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력자의 도움이 있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셨다. 원래는 3회 차로 예정되어 있는 상담에서 추가로 7회를 더 연장하는 방법 한 가지와, 학교 위클래스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 가지라는 것이다. 나는 이왕 아이와 래포를 형성하기 시작한 위센터 선생님과 총 10번의 상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고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매주 진행을 하게 되면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까지가 기간이 된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지난 다음에는 학교 위클래스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아직 이렇다 할 단짝 친구가 없는 막내가 심적으로 좀 더 안정이 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기술을 배워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함께 웃고 떠들면서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면 하고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또래 친구의 중요성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착하다. 조금 더 친한 친구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 하나를 따돌리거나 괴롭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아직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아이들도 그렇게 어울리면서 조금씩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눈물도 나오고 속상한 마음도 토로하지만 그럼에도 서로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해 준고 함께 자라 간다. 직접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우리 막둥이네 반 교실 풍경도 그럴 것이다. 그 가운데서 아이가 함께 녹아들어 가 성장하면서 상담 치료가 없이도 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선생님의 배움을 잘 받아들이면서 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가 모르는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일이 더 많아지고 놀러 가는 일도 많아지길. 


"엄마, 우리 집은 행복하지요?"라고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아이와 함께 앉아 영어공부를 하던 순간이었다. 

"응, 그렇지. 왜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편안한 집도 있고 엄마랑 같이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좋은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 잘 봤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이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냥 방관을 하지 않았고, 함께 방법을 찾고자 노력을 한다. 문자 인지에 시간이 걸리는 아이라 함께 천천히 영어 공부를 집에서 하며 반복적으로 확인을 시켜 준다. 모른다고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어 주는 것이다. 지금 또래보다 조금 늦는다고 조급하게 채근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로봇과학을 시켜 줄 수 있고, 축구와 태권도를 보내 줄 수 있고,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물론 실수도 많고 놓치는 것도 많은 여전히 초보 엄마라서 글에 보이는 것처럼 괜찮은 엄마는 아니다. 그래도 아이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면, 그렇게 노력할 수 있다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분위기만 고급스러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