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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n 05. 2024

할인을 열심히 받습니다

통신사 할인 혜택을 나는 좋아한다. SKT에서 LG U플러스로 넘어올 때 좀 아쉬웠던 것이 SKT에서 주는 다양한 할인 혜택들이었다. T포인트였던가. 포인트를 야금야금 차감해서 써도 모자라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만큼 많이 쓸 일은 없었지만 소소한 할인이 주는 기쁨이 컸다. 아울러 다양한 포인트 적립 카드들로 지갑은 빵빵했다. 결국 포인트 카드들만 모아 놓는 전용 지갑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커피숍에서 주는 스탬프 카드를 받는다. 스탬프를 8개에서 10개를 모으면 보통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을 수 있다. 사실 10개는 고사하고 8개 모으는 것도 일이라서 무료 음료를 받아 본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모아 본다. 


그런데 이런 쿠폰이나 할인 혜택을 열심히 적용하는 것은 보통 여자들인 것 같다. 아니, 신랑에게 늘 멤버십 카드를 제시하고 할인을 받으라고 해도 까먹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혹은 찾다가 귀찮아서 말았다던가. 그러다 얼마 전부터 LG U플러스 VIP등급일 경우는 매달 특정 브랜드에서 음료 한 잔 혹은 아이스크림 하나 혹은 영화 티켓 한 장이 무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즐거움은 생각보다 컸다. 신랑 것까지 합치면 2장. 월말과 월초를 잘만 이용하면 영화티켓을 4장까지 무료로 예매할 수 있으니 매우 맘에 들었다. 


그러다 친구가 KT 통신사를 쓰는데 이런 혜택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슬쩍 찾아보니 대부분 포인트 차감인데 생일인 달에는 생일 케이크 무료 혹은 영화티켓과 팝콘이 차감 없이 무료라는 것이다. 호들갑을 떨며 알려주는데 친구 반응이 신통치 않다. 가만히 폰을 들여다보니 사용 방법이 매우 복잡했다. 그냥 멤버십 카드를 쓱 보여주거나 바로 예매 사이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쿠폰을 다운로드하고 해당 앱에서 쿠폰 번호를 등록하고 그리고 다시 예매를 하는 식이니 나 같아도 귀찮다. 그래도 열심히 할인을 받으려고 하긴 하겠지만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까지 하는데 굳이 해야 되겠나 싶은 마음이 슬쩍 올라오는 것이다. 나라면 하겠지만 내 친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법. 공짜가 아쉽지만 평양감사도 싫으면 안 하는데 내가 어쩔 수는 없다. 나라도 안 하지 싶었다.


내일은 공휴일이니 셋째가 야구를 보러 가고 싶다고 한다. 신랑이 대신 티켓을 끊어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구단 별로 티켓을 끊을 수 있는 사이트도 다 달랐다. 나는 키움 팬이니 인터파크로 들어갔는데 내일 경기는 LG가 홈구장이라서 티켓링크에서나 가능하다. 휴면된 아이디를 살리고 다시 인증을 받고 다시 로그인하고 나 혼자라면 안 가! 하고 말았을 텐데 아들이 가겠다니 이걸 어찌할 수도 없다. 겨우겨우 들어가서 한참 좌석을 본다고 난리를 친 후에 드디어 구입 버튼을 누르니 할인 혜택들이 가득한 화면이 나타난다. 그냥 일반 한 장 어린이 한 장을 누르다가 혹시 하고 봤더니 밑에 LG U플러스 할인 혜택이 있다. 헐. 야구장도 할인이 되네? 신나는 마음으로 물론 할인 티켓 클릭을 한다. 아. LG 경기구나. 글을 쓰다가 이제야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부터 야구 경기를 볼 때는 키움 대 LG로 보러 가도록 해야겠다. 그냥 쿡 누르면 할인이 척하고 되는 건 물론 아니었다. 다시 멤버십 카드 번호를 어딘가에서 찾아서 입력하고 인증 번호를 받아서 확인까지 눌러야 할인이 되는 것이다. 


그 귀찮은 과정을 나는 물론 했다. 3000원도 안 되는 소소한 금액이지만 '할인은' 소중하니까. 그러느라 몇십 분이 지나고 집안일을 해야 할 에너지가 여기에 소진이 되어 잘한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돈이 땅 파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뿌듯한 마음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그러니까 내 친구나 신랑의 입장을 생각하면 저 귀찮은 할인 인증 과정을 안 할 수 있다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내가 그 당사자가 되면 투덜거리면서도 기꺼이 그 과정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성가셔하면서도 10 포인트씩 주는 광고를 애써 잊지 않고 클릭해서 소소하게 몇 천 원씩 모으면서 이것이 과연 나의 손가락 관절과 귀한 시간과 시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생각한다. 그런데 뭔가 구매할 때 이렇게 쌓인 포인트를 사용하면서 기뻐하는 나를 보니 나는 앞으로도 어쩔 수 없겠구나 싶다. 앞에서 여자들이 주로 할인 혜택을 열심히 챙기는 것 같다고 쓰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어쩌면 여자들이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가 이런 것을 열심히 챙기는 것일 수도 있다. 태산은 못 만들어도 그냥 열심히 티끌을 모으고 있는 나........ 사실은 할인 혜택을 어떻게든 찾아서 사는 것보다는 아예 안 사는 것이 아끼는 길인 것을.....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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