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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n 07. 2024

엄마 또 나가?

사진 속 멋진 이런 모습은 물론 아닙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원래 어제 만들어 둔 간장소스 동파육으로 퉁 치려다가 한 가지 더 해 줄까 싶어서 닭껍질튀김을 세 번을 돌렸다. 다이어트 중이라 식단 조절 중이지만 어느 정도 돌려야 하는지 확인하고자 하나 먹어 보았다. 음. 더 돌려야겠군. 한 번 더 돌리고 먹어보니 딱 맞다. 그런데 닭껍질튀김인데 살도 있는 약간 애매한 그런 튀김이었다. 하지만 맛있었으니 되었다.


후다닥 요리를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셋째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재량휴업일이라 쉬는 날이니 당연히 엄마가 레슨장소까지 데려다주고 오기를 기대했었나 보다. 하지만 정말로 시간이 없어서 가는 것은 너 혼자 가면 올 때는 데려오겠노라 약속을 했다. 정기 연주회를 2주 앞둔 지금 나는 한참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는 중이다. 이번 주는 쉬는 날이 많아서 최소 나흘은 가서 연습을 하겠다고 미리 시간을 정해 두었다. 그런데 차량에 경고 표시등이 뜬다. 타이어 공기압이 낮습니다. 


하필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으로 가는 순간에 발견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대로 20분을 달린다. 가끔 타이어 공기압이 낮다고 해도 별일 없는 경우가 있어서 제발 그러기 만을 바랐다. 내려서 보니 딱히 이상은 없어 보인다. 집에 오는 길에도 또 경고 표시등이 떴다. 주차하고 보니 이번에는 차량 앞바퀴 하나가 조금 납작한 것 같다. 공업사에 가야겠다. 공업사에 갔더니 못이 타이어에 박혀있다고 때우면 된다고 하신다. 간단한 수리지만 어쨌거나 오며 가며 예상치 못한 시간이 소요된다. 


연습실까지 운전해서 가고 싶진 않았다. 금요일이라 차도 막힐 것이고, 공영주차장이지만 사당역 근처는 가격이 세다. 그리고 연습실과 주차장 사이의 거리도 좀 있다. 하지만 집에 차를 가져다 놓고 가면 연습을 거의 못한다. 울면서 운전해서 갔다. 역시 오는 길 차가 엄청 막힌다. 큰 아이에게서 마침 전화가 왔길래 밥을 부탁했다. 밥만 있어도 저녁 준비하는 시간이 3분의 1은 줄어든다. 점심때 급히 나가느라 하지 못해 쌓인 설거지를 하고 주방을 대강 치워놓고 가방을 휙 둘러 메니 큰 아이가 놀라면서 물어본다.


"엄마 또 나가?"

응..... 진짜 나가기 싫다. 그래도 가야지. 아슬아슬 열심히 달려서 5분 전에 도착했다. 앗. 오늘은 졸업한 선배 아이와 이어서 하나 보다. 둘이 같이 열심히 레슨을 받고 있다. 원래 시간보다 일찍 와서 둘이서 같이 재미나게 혹독하게 레슨을 받느라 조금 더 길게 하신다. 30분을 더 기다려 9시에 운전대를 잡고 집을 향해 출발한다. 엄마는 하나고 아이는 넷이니 시간대별로 나를 쪼개는 수밖에 없다. 한 명에게 올인해 줄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예전에 선배가 한 말이 이해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선배는 아이를 하나만 낳을 거라고 했다. 

"왜요?"

"아이가 뭔가 하고 싶다고 할 때 돈이 없어서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하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

선배는 부부교사고 양가 모두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인데 뭐가 문제일까라고만 생각했다. 그때는 몰랐다. 경제적인 서포트는 둘째치고 여기저기 부모가 함께 가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운전을 하고 있으면 전화가 번갈아가면서 빗발친다. 작곡을 공부하기 - 하아 -  시작한 둘째가 집에 오는 길을 물어본다. 길치인 아이라 버스 정거장을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안심이다. 막내는 오늘 넘어진 곳이 아파서 태권도를 쉬겠다고 한다. 오늘 유일하게 한가로운 큰 아이는 폰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려고 전화했다. 빨래 바구니 하나를 접어주면 시간을 늘려주겠다고 협상을 완료했다. 


내일 아침 막둥이랑 경복궁에 가기로 해서 오늘은 조금 일찍 자야 하니 더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새로운 설거지를 완료한다. 미리 꺼내서 녹여둔 딸기로 딸기청을 만들고 버터를 녹여 그래놀라를 만들어 놓는다. 한 뜸 식혀 담아 두다가 피식 웃었다. 아무리 치우고 정리해도 하루면 마음이 심란해지는 집이 되니 나의 소망은 완벽하게 정리된 그런 이상적인 집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만 하면 너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생각한다. 조금 정신이 없어도 아이들이 각자의 요구를 하며 나를 찾으니 이 또한 괜찮은 거 아닌가? 한쪽에서는 운동을 하는 둘째가 있고 한쪽에서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어딘가로 분실된 애플펜슬을 찾는 큰 아이가 있고 저쪽에서는 책을 읽고 어지르는 막둥이가, 그리고 내일 시합을 위해 일찍 자겠다고 와서 엄마에게 잠들기 전 포옹을 해 주는 셋째가 있다. 넉넉하게 해 주진 못해도 그럭저럭 살아간다. 괜찮은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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