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울 Jun 03. 2024

집중력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막내 이야기 2

https://brunch.co.kr/@estarlit/309


지난번에 막내 이야기를 조금 풀었다. 아이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에는 좀 많은 용기와 더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일단은 나의 이야기이고 하지만 아이의 이야기이고, 또 소소한 에피소드라고 넘기기에는 아이의 부끄러운 면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 글로 풀어내게 된 것은 아마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의 면면이 잘 보인다. 부모님은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함께 지내다 보면 어쩌면 부모님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침 8시 40분 정도에서부터 오후 2시 40분 정도까지 6시간을 함께 한다. 주 5일을. 가정에서의 소수의 관계가 아닌 다수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굉장히 다른 문제이다. "집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요." 당연하다. 집에서 아이가 맺는 관계는 외동일 경우는 세 가지. 엄마와 나, 아빠와 나,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이 세 가지 관계만 보기 때문이다. 형제가 늘어나면 관계의 경우의 수는 조금 더 늘어난다. 그럴지라도 한 교실에 스무 명이 넘는 그 많은 경우의 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막둥이가 학교에 갈 때 나는 걱정하고 걱정했다. 집에서도 이렇게 형제들과 소소한 충돌이 있고 다른 면면이 보이는데 학교에서는 정말 괜찮을 것인가. 선생님들은 모두 애써 주신 분들이고 감사드리지만 지금 4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의 넉넉한 여유로움과 기다려주시는 부분, 그리고 섬세한 배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도 담임을 맡고 있지만 보인다. 어느 분이 조금 더 정과 성을 다해 주시는지.


드디어 클리닉에 설명을 들으러 가는 날.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결과가 생각보다 괜찮았다면서 약간은 의아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설명을 조곤조곤해 주셨다 결과지를 살펴보니 평균과 평균 이상인 것들이 많았다. 다만 작업기억력이 평균 이하였다. 집에서 가끔 "방바닥에 있는 책들 꽂고,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고 양치해."라고 한 번에 말하면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 한 번에 하나씩만 말씀해 주세요." 그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간단한 기본적인 과정들인데 왜 굳이 한 번에 하나씩만 말해야 하는 거지? 바빠서 빨리 시켜야 하는 엄마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느릿느릿 치우는 아이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 나도 나의 일을 해야 하니까 - 다음 과정을 시키면 "아직 다 치우지 않았으니까 조금 기다려 주세요!"라는 대답이 늘 돌아온 데에는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사회적 관계에서 대화의 맥락을 잘 파악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집중력을 키워주는 약물 치료를 하기로 했다. 다른 별다른 치료는 필요하지 않겠다고. 이 약물을 복용하면 집중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공부와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데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우선은 미취학 아이들이 먹는 최소한의 양으로 3주를 지내보기로 했다. 담임 선생님께도 말씀드렸다. 학교에 있는 기간 동안에는 내가 지켜볼 수 없으니 어떤 변화가 보이는지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아이는 요새 확실히 자신감이 좀 더 넘친다. 러닝센터에서 매번 받아쓰기 백점을 맞는다면서 자랑스러워하고 공부도 조금 더 집중력 있게 하고 과제도 덜 까먹는다. 약물 복용 후 다시 상담을 가기까지 3주. 담임 선생님께 여쭤보니 좀 더 자신감 있게 지내는 것과 본인의 과제를 제 때 잘 따라오는 것, 그리고 친구들과도 좀 더 지내는 것이 수월해졌다고 하시면서 굳이 약의 양을 늘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이 의견을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원래는 4배 이상 복용해도 해당 나이에는 과하지 않은 양이고 정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먹는 양이라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 나이만큼 늘려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먹고 있다. 


부작용으로는 입맛이 좀 없을 수 있는 것과 잠을 늦게 잘 수 있다는 것인데 우선 밥은 그럭저럭 잘 먹고 있다. 다만 잠을 자는 시간이 좀 늦어지긴 했다.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아이는 너어무나 생생하다. 저 아이가 빨리 자야 나도 다른 일을 좀 마저 할 텐데.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는 4학년 정서행동검사에서 관심군이 나왔기에 이제는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는다면 굳이 위센터에서 상담을 받지 않아도 되고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좀 절박했다. 일단은 받아보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2주 전 아이와 함께 교육청에 있는 위센터를 찾았다. 매번 출장의 목적으로 온 곳을 자녀 상담을 위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오게 될 줄을 몰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