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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y 07. 2024

집중력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막내 이야기 1

지난달에 있었던 일 중 큰 가지 하나는 넷째를 데리고 소아청소년상담과에 다녀온 일이다. 이전부터 조금씩 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 기준이 좀 모호했다. 이 정도면 상담을 받아야 할까 검사를 받아야 할까 싶으면 아이는 나아졌고 다시 또 고민이 되는 시점에 이르면 또 커 가는 것이 보였다. 다른 집 아이들은 잘 보이는데 내 아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판단이 어려웠다. 아니 사실 객관적으로 잘 본다고 생각했는데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 마느냐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병원 예약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6주를 기다려서 겨우겨우 오후 시간에 하나 자리가 났고 선생님은 정밀한 검사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보니 언듯언듯 보인다고, 약간의 도움이 주어진다면 훨씬 더 편하고 즐겁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신랑은 굳이 비싼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상담을 받고 검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자꾸 드는 의구심과 불안한 마음에 확답을 주기 위해서라도 검사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인 검사와 주의력 검사 두 가지는 다른 날 따로따로 이루어졌다. 결과에 대한 상담은 2주 후에 예정이 되어 있고 내 예상으로는 경계선에 걸친 조용한 ADHD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항상 헷갈렸던 것은 아이가 똑똑함과 집중력 그리고 사회성의 경계를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어려운 종이접기를 척척 만들어내고 복잡한 동물이나 건축물을 블록으로 만들어내며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노는 것을 잘했다. 어린이집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하도 만들어 달라고 졸라서 성가셔할 정도라고 해서 공간감각지능이 뛰어난 아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다만 ㅈ, ㅅ, ㄹ 과 같은 발음이 불분명했고 문자 인지를 어려워했다. 한글과 영어 알파벳을 익히는 것은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답답해하는 나에게 눈높이 센터장님은 유심히 보더니 아이가 꼼꼼히 완벽을 기하려는 성향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들과 잘 노는 것 같은데 어린이집 친구를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달리 새로운 친구들과의 끈끈한 관계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의 세계가 강해서 식구들과의 대화도 막둥이가 끼면 산으로 갈 때가 종종 있었다. 책을 정말 많이 읽고 해야 할 일은 또 하고 있으니 애매하고 애매했다. 이 전에는 그냥 어리니까 넘어갔던 것들이 초등학교 중학년이 되니 조금 더 윤곽을 잡아갔고 이건 나의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20년 전 성악 레슨을 받을 때 선생님 댁에는 귀여운 막내딸이 있었다. 정말 너무 귀여운 아이였는데 커 가면서 조금씩 다른 점이 보였다 하루는 선생님이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다 자기 잘못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 의자에서 뒤로 떨어진 충격과 또 힘들어서 아이를 데리고 많이 다니지 않았는데 그것이 이 아이에게 충분한 경험을 해 주지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씀에 나는 갸우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아는 바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일이 생각나는 것은 내 마음에도 비슷한 원인 때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이가 많은데 형편은 어려웠고 신랑은 뭔가를 하는 것에 미온적이었다. 나 혼자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는 것도 탐탁지 않아 해서 점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거기에 위의 세 아이가 커 가면서 큰 아이들에게 집중을 하다 보니 막둥이에게는 에너지가 좀 덜 가긴 했다. 혼자서 블록을 가지고 잘 놀아서 그동안 나는 두 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다른 활동을 시키느라 바빴다. 


속상해서 우는 일이 있는 막내를 달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래서 속상했어?"라고 공감을 해 주면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참 순한 아이였는데 어쩌면 조금 더 들여다보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집은 막내면 사랑을 한없이 받는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다소 구박을 많이 받았다. 셋째는 어려서부터 조용한 성격에 영특해서 두 살, 네 살 터울의 누나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서 놀았다. 오히려 더 반짝반짝거려서 누가 봐도 영리한 아이였다. 반면에 막둥이는 그냥 또래 남자아이들 같았다. 조금 부산하고, 말도 조금 늦는 것 같고 엉뚱했다. 또래의 조카들을 보면 우리 막둥이는 그냥 평범한 아이처럼 보였는데  우리 집에서는 누나들과 형에게 그렇게 구박을 받을 수가 없었다. 조용한 성향의 위의 세 아이와 3대 1의 구도를 형성하게 되니 큰 아이들은 성가셔했고 막내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위의 큰 아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자랐으니 어리버리 막내와는 이미 시선조차 달랐을 것이고. 그리고 드디어 오늘 나는 결과를 들으러 다시 클리닉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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