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의 유혹

by 여울

오늘 퇴근하는 길에 잠깐 친구를 만날 일이 있었다.

그 카페는 쿠키로 유명한 곳인데 (적어도 내 생각에는) 커피도 맛있어서 가끔 들리는 곳이다. 문제는 정말 다~~~ 맛있는 수제 쿠키들이 날 잡아 잡숴~ 하면서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카페의 솔티 초코는 진짜 진하고 맛있다. 레몬 얼그레이는 상큼하면서도 홍차의 향과 잘 어우러진다. 황치즈쿠키는 치즈의 깊은 맛이 촉촉한 식감과 딱이고 화이트마카다미아는 고소한 마카다미아와 매끄러운 화이트 초콜릿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그리고 그 집의 흑임자갸또는 아아..... 검은깨크림의 풍부한 향과 맛이 묵직한 브라우니 같은 케이크의 질감과 정말로 뗄 수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는 것이 나는 대체 언제 그 집의 그 많은 쿠키들을 다 먹어봤단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잘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왜냐면 위에 언급하지 않은 다른 쿠키들도 진짜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맛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면서 몇 번을 디저트 섹션에서 멈칫거렸는지 모른다. 상담과 동아리 활동 준비로 바쁘다 보니 점심도 대충 먹은 터라 뭔가가 정말로 먹고 싶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바프 촬영까지 이제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번 주는 아파서 운동도 제대로 못했다. 보통 때는 치팅 데이를 가지고 쿠키도 한 주에 두 번 정도는 먹었는데 이렇게 단 것을 안 먹고 버티기도 처음이다.


식단을 안 해 보면 모르지만 식단에 제대로 들어가면 당분이 미치는 영향이 정말로 굉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작정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야채와 단백질 위주로 가면서 일반적인 간식과 디저트는 먹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그 효과는 정말로 컸다. 그래서 '그까짓 쿠키 하나' 아니 '한 입'이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로 그 쿠키가 먹고 싶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의 뇌는 그 맛과 식감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저건 맛있는 것'이라는 지식을 보내지만 정말로 내 몸에서는 그것을 원하는지는 미지수다. 사실은 아닌 것 같다. 저염식과 저당식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음식들이 좀 짜고 좀 많이 달게 느껴진다. 그래서 정작 그토록 원하던 케이크나 쿠키를 먹었을 때 '음...?' 하는 기분이 드는 때가 종종 있다.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한 입 맛을 보고는 조용히 화장지에 싸서 버린 적도 있다. 입에서는 달았지만 몸에서 안 좋아하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네가 무슨 로마 귀족이냐...' 이런 자조적인 생각도 들어서 그럴 바엔 '차라리 입에 대지 말자'라는 다른 원칙을 세웠다.


오늘도 쿠키의 유혹을 잘 이겨냈으니... 앞으로 22일...(많다....) 잘 지내보자.

촬영날 쿠키와 케이크를 한 조각씩 먹어 줄테다! (제발 내가 기억하는 그 맛이 그대로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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