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끝에 국제공동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신청자가 많지 않아 신청만 하면 바로 된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여서 그랬는지 경쟁이 매우 치열해져서 올해 한 번 떨어지고 겨우겨우 되었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시차가 크게 나지 않아서 수업을 같이 하기 좋다. 우리나라의 9시 경이 뉴질랜드의 오후 1시 정도니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오늘 처음으로 담당자에게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Kia Ora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이게 무슨 뜻이지? Dear이라는 뜻인가? 우리에겐 검색 엔진이 있으니 재빠르게 찾아본다. Kia Ora는 마오리어로 안녕하세요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들은 항상 이 말로 편지를 시작한다고. 멋졌다. 좋아 보였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빼고 Hello나 Hi로 시작했던 나를 돌아보았다. 그렇다면 나도! 영어로 안녕하세요를 발음 그대로 쳐 본다. Anyeonghaseyo. n을 하나 더 붙이는 것이 나을까 어쩔까 싶지만 그냥 써서 보냈다.
작은 시작이지만 우리말로 시작하고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슬쩍 알려본다. 나도 그들의 인사를 이렇게 배웠으니 이 또한 괜찮지 않겠는가. 포카레카레 아나라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노래 연가를 나는 참 좋아한다. 애절한 음색과 가사도 아름답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 선율이 늘 마음을 울렸다. 다른 대륙. 거대한 대양을 건너야 갈 수 있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동네에서도 정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어려서부터 세계 여행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교류를 하면서 서로의 나라에 대해서 알아가고 알려줄 수 있는 기회는 아직 흔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알려준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그 사실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잘 알고 또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과 과정을 고민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또 나는 새롭게 알아가고 성장하는 것이다.
단순한 외국의 문화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것을 좀 더 잘 알아가고 애정을 갖게 되고 그렇게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자라 가는 우리 반 아이들과 내가 되기를 키아 오라라는 말 하나로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