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막막했다. 막막한 마음에 한 문장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영어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5년이 넘게 걸렸다. 작은 단톡방에서 열 명 남짓 모여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여섯 개의 단톡방에 백여 명이 모여서 네 개의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9년에 한 문장 외우기로 시작한 영어 공부의 규모가 이 정도로 확장되리라고는 정말 기대치 않았다. 원어민 앞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두려웠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의 영어 공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한국말을 몇십 년 동안 했어도 공부할 것이 많은 것처럼 영어를 완전 정복 했다고는 앞으로도 말을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도구를 갖추고 사용법을 익혀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도구가 갖춰지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나는 만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맛보고 누릴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마흔은 영어를 공부하기 참 좋은 나이이다.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는 한국어를 충분히 닦아 왔다. 모국어를 이만큼 다져왔다는 것은 이제 다른 언어도 그렇게 닦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 번 가본 길이기 때문에 더 잘 갈 수 있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 짧은 단어부터 시작해서 문장을 만들어가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하고 노력을 한다. 우리는 이미 그 단계를 거쳤다. 그러니 알고 있는 것이다. 다시 걸어가면 된다. 이미 뇌는 그 시스템을 알고 있다. 또 다른 외국어보다도 영어를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접해 왔기 때문에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더하여 마흔의 장점이 있다. 마흔이 달리 불혹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비록 뇌세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유년기나 한참 탄력성이 좋은 반짝반짝한 빛나는 이삼십 대의 젊음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쌓인 세월 동안, 그만큼의 깊이 있는 사고와 시야가 갖춰졌다. 때문에 그 언어가 가진 고유의 것을 더 들여다보면서 더 받아들이고, 보다 더 즐길 수 있다. We have come through.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걸어왔다. We have come a long way. 그렇게 헤치고 나오면 걸어온 만큼 성장하게 된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언어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차근차근 걸어가 보면 좋겠다.
그러니 A good start is half the battle, 좋은 시작이 전투의 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도 같이 적어 본다. half the battle은 가장 힘이 드는 부분이나 단계라고 하는데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시작이 제일 힘든 부분인 것이다. 그러니 제일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 딱 한 단어. 딱 한 문장이면 된다. 그러면 되었다. 일단 한 걸음을 떼고 나면 내일 또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걸어가자.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