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영어원서 한 권 읽기, 줄여서 영원한 읽기라는 프로그램만 진행했다. 책을 한 권 정하고 분량과 수준을 살펴보면서 진도를 정한다. 진도에 따라서 혼자서 각자 읽고 마음에 남는 부분은 필사를 한다. 필사를 하고 나의 생각을 한글로 덧붙인다. 그리고 단톡방에 사진을 찍어서 인증을 한다. 다른 분들의 필사와 생각을 적으신 부분을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이다. 이 부분을 적으셨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구나 혹은 내가 놓친 부분을 이렇게 잘 보셨구나 하면서 내용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생각이 넓어지고 시야가 확장된다. 서로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너무 즐겁다.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으로 만나서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다른 사람의 낭독만 들으면 재미없겠지만 번갈아가면서 읽고 모르는 부분은 질문하면서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다 글로성장연구소에서 영어책 읽기 프로그램을 뜻하지 않게 진행하게 되었다. 여기에도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다. 회화냐 독서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일단 독서로 가기로 했다. 책은 쉬운 책 중에서 고르려고 했는데 어린 왕자를 많은 분들이 선택하셔서 이 책으로 정했다. 어린 왕자는 영어책이 원서가 아니다. 생 떽쥐베리는 아시는 것처럼 프랑스 사람이고 당연히 프랑스어로 초판이 출간되었다. 그럼에도 이 번역은 괜찮다고 여겨져서 시작했다. 나는 그냥 책을 같이 읽고 모르는 단어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진행을 하니 단순하게 읽는 것으로는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았다.
단어장에 들어가는 단어의 수를 늘렸다. 나에게는 아는 단어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처음에는 읽고 소감을 나누는 영원한 읽기처럼 진행을 한 두 번 해 보다가 방향을 확 틀었다. 오디오 파일도 느린 버전으로 다시 녹음을 했고, 문장 하나하나마다 한글 해석을 달아서 오디오 파일을 또 만들었다.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어도 어린 왕자를 보고 오셨다가 막상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신 분들은 다음 책은 하지 않기로 하셨다. 이대로 프로그램의 문을 닫아야 하나 싶었는데 스텔라 작가님이 책 두 권을 끝까지 함께 읽어주셨다. 단 한 분이라도 함께 읽으시겠다고 하는 분이 계시면 그대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사이는 그 덕에 매우 돈독해졌으니 이 또한 예상치 못했던 큰 열매였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하게 읽고 소감이 아니라 중요한 표현이나 헷갈리기 쉬운 의미들을 조금 더 짚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2번, 7개월간 세 권의 책을 진행하면서 프로그램은 차츰 모습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표현은 영작해 보면 좋겠고 이런 표현은 좀 더 확장해서 살펴보면 좋겠다 등등의 생각을 했고 그렇게 다음 프로그램에 적용해 보고 있다.
그리고 네 번째 책인 아름다운 아이, Wonder를 진행하면서 이제 좀 더 형태가 잡혀간다. 책의 매력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시고 그만큼 더 풍성해진다. 책을 준비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운다. 이 책에 이토록 많은 보물이 숨어 있는 줄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다. 덕분에 가르치면서 나도 성장한다. 가르치려고 한 것이 아니고 같이 공부하지만 모임의 리더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어찌 되었건 조금 더 준비하는 사람은 조금 더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짚어드리면서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영어의 초보자라고 생각했는데 5년간 차곡차곡 하나씩 담아 온 것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영어가 두려워 원어민 선생님과의 수업을 최대한 피하던 나는 이제 없다. 여전히 긴장되고 떨리는 것은 당연하다. 못 알아듣는 말도 있고 모르는 단어는 여전히 엄청나다. 어제도 파친코 책을 읽으면서 사전을 몇 번을 뒤적였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대로 가면 되지 라는 속 편한 마음을 가진다. 어차피 평생 할 거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말이다. 안 되는 부분은 방법을 바꿔서 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잠시 미루었다가 다시 해 본다. 지금 안 된다고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5년 간 영어를 해 보면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