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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Dec 05. 2024

조모(JOMO) 소외되는 것의 즐거움

하늘은 어두워지고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시간은 이미 오후 다섯 시를 넘어가고 있다. 종종종 후관과 본관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퇴근 시간을 넘기는 줄도 몰랐다. 연말이 되어갈수록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 해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친해질 만큼 친해졌다. 그래서 사건도 사고도 조금 더 많이 일어난다. 하루 종일 아침부터 방과 후까지 아이들과 일대일로 혹은 다수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날이 조금씩 더 늘어난다. 학교도 연말은 바쁘다. 보통 공공기관들은 12월에 마무리가 되는데 학교는 그 특성상 2월에 마무리가 된다. 이 사이에서 보고와 신청과 마감이 동시에 몰아치니 아이들이 떠난 교실도 분주함은 마찬가지이다.


드디어 모든 것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조용한 교실에 혼자 앉아 퇴근 준비를 하고 있노라니 문득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마이클 르니그의 시. JOMO, 소외되는 것의 즐거움이다. 우리는 소외될 때 두려움을 느낀다. Fear of missing out. 줄여서 포모(FOMO)라고도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마음 쓰는 부분은 바로 친구문제이다. 새 학년 새 반에서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한 해가 지나도 홀로 있는 경우가 있다. 조용히 섬처럼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조금 더 살펴보게 되는데, 의외로 단단하다.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협동 과제도 잘해 내지만 나의 정체성을 버려가면서까지 억지로 굽혀서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속도로 느리게, 천천히 가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우리는 뭔가를 빠르고 굉장하게 성취하기를 원한다. 그것이 성취감을 주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소속감을 주고 또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속도를 내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이 시는 보여준다. 불빛을 향해 달려가는 부나방처럼 뛰어들지 않는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생각해 보고 나와 대화를 한다. 혼자 있다는 외로움은 사실은 아름다운 것이다. 다른 사람과 웃고 떠드는 즐거운 시간도 반짝이는 순간들이지만 조용히 나를 살펴보는 이 순간도 은은한 빛들로 채워진다. 내 안에 얼마나 부끄럽고 부족한 것이 많은가를 생각하고 인정한다. 바쁜 일상을 쫓아가느라, 해야 할 일들을 부지런히 하느라 진짜로 들여다봐야 하는 나의 마음에게서는 시선을 돌렸다. 그것이 사실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드는 것임을 모르고 말이다. 그러니. 일과 사람들로 가득 찬 일상도 좋지만 그저 비워두는 일상도 그대로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Oh the joy of missing out.  

오 소외되는 것의 즐거움이여

When the world begins to shout 

세상이 소리 높이기 시작하고

And rush towards that shining thing; 

반짝이는 것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할 때 

The latest bit of mental bling– 

마음의 마지막 조각까지 더하여 

Trying to have it, see it, do it, 

그것을 소유하려고 보려고 하려고 노력할 때

You simply know you won't go through it; 

당신은 그저 그렇게 애쓰지 않을 것을 안다

The anxious clamoring in need 

필요하다고 아우성치는 불안함과 

This restless hungry thing to feed. 

이 끝없이 먹여달라는 굶주림.

Instead, you feel the loveliness; 

그 대신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The pleasure of your emptiness. 

당신의 비어 있음의 기쁨을 통해서.

You spurn the treasure on the shelf 

선반에 놓여있는 보물을 거절하는 것은

In favor of your peaceful self; 

평화로운 당신의 그 자신을 위한 것이다.

Without regret, without a doubt. 

후회도 없이, 의심도 없이.

Oh the joy of missing out 

아. 소외되는 것의 아름다움이여.


—Michael Leunig 마이클 르니그



시를 읽고 해석하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다시 전투적인 일상으로 뛰어들어가 보자. 오늘 저녁준비부터 부지런히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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