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개학이다. 오늘 나가서 아이들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7시까지 추운 교실에서 들들 떨면서 문집 최종작업을 했다. 컴퓨터까지 말썽이라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히터를 틀어도 아이들 없는 교실, 방학 내내 비어 있던 교실은 온기가 감돌지 않는다. 아이들이 쓴 글이 제법 많았다. 작품도 많았다. 크기를 크게 키워주면 좋겠지만 그냥 작게 넣었다. 칼라 인쇄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런. 지난번에 집에서 편집하고 카톡으로 파일을 전송했는데, 편집 전 파일이 전송되어 있었다. 별 수 없이 집으로 와야 한다. 학교에서 다 끝내고 행정실에서 결제까지 하고 가고 싶었다. 행정실 주무관님 두 분도 아직 퇴근 전이시다. 연말 정산 때문에 무지 바쁘신가 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둘째 저녁을 주고 잠시 얼은 몸을 녹였다. 피아노 연습을 갈 마음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몸이 꽁꽁 얼어있었다. 몸이 녹고 나자 그제야 다시 작업을 할 마음이 생겼다. pdf 형식으로 변환하고 표지 작업을 마저 하고 이제 합친다. 두둥! 255페이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애용하는 온라인 업체에서 견적을 내는데 금액이 자꾸자꾸 올라간다. 처음에는 30만 원 초반, 종이 선택하고 표지 코팅 입히고 등등을 하니까 또 금액이 올라가서 40만 원이 훌쩍 넘어버렸다. 안 된다. 나에게 남은 예산은 지금 30만 원 후반 정도이고 문집 출간용으로는 28만 원 정도만 결제를 받아 둔 상태이다. 월요일에 가서 다시 기결 취소하고 다시 결재를 올려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너무 슬프다. 몇 만 원 차이나는 정도는 그냥 사비로 하면 속 편하겠지만 학교 예산은 그렇게 편하게 쓸 수가 없다.
학급비는 올해 좀 올라서 작년 보다 10만 원을 더 준 30만 원이지만 아이들에게 들어간 돈은 물론 훨씬 더 많다. 간식을 사 주고 선물도 사 주고 이런저런 소소한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그냥 사비를 쓰는 게 맘이 편하다. 작년에는 꿈실 예산이 그래도 좀 넉넉한 편이었는데 올해는 겨우 50만 원. 학교에 들어오는 모든 예산이 다 줄었다. 물가는 오르는데 예산이 줄어들다니. 아이들에게 문집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나는 이 꿈실 예산을 아껴두었다.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딱 두 번, 6만 원과 4만 원어치 수업용 재료를 구입하고는 지금까지 아껴두었다. 작년보다 페이지 수를 줄일 예정이었기 때문에 12만 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야심 차게 생각했었다. 내 맘대로...... 사이즈도 줄고 페이지 수도 줄었는데 가격은 별 차이가 없다니. 너무 슬프고 우울했다.
다시 편집에 들어갔다. 좀 빼도 괜찮을 것 같은 글들을 (눈물을 머금고) 과감하게 삭제하고 줄간격도 아주 좀팽이처럼 줄여버리고 글자 크기도 12포인트에서 11포인트로 작게 만들었다. 줄을 넘겨서 살짝 걸친 글자들은 shift+alt+n을 눌러가며 한 줄에 어떻게든 욱여넣었다. 그렇게 해서 무려 40페이지를 줄였다! 사실 돈이 드는 것은 칼라인쇄를 하는 아이들 그림과 사진이 들어간 72페이지 분량이지만 칼라 부분은 어떻게 줄이기가 어려웠다. 다음에는 종이도 고급용지가 아닌 저렴이로, 제일 싼 종이로 했다. 이왕이면 고급 미색 랑데부인지 뭔지 하는 종이로 해 주고 싶고 면지나 간지 같은 것도 넣고 싶은데 다 뺐다. 이것저것 넣다 보면 다시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무려 7만 원이나 줄였다. 30만 원대 중반 가격이다. 우와아아 인간승리인가!!! 여전히 원래 예산을 초과한 금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해 볼만하다. 왜 나는 주말에 새벽까지 이러고 있는가 약간.... 아니 상당한 자괴감도 들었다. 돈 아끼려고 어찌어찌 신규가입을 해서 7퍼센트 쿠폰을 받아 적용한 결과이다.
아이들 도장도 하나씩 만들어서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금액이 너무 모자라서 안 되겠다. 제발..... 내년, 아니 올해구나. 2025년도에는 예산 좀 넉넉하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