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타 치즈를 참 좋아한다. 친한 동생이 만들어 준 뒤로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을 알고 종종 해 먹었다. 생각보다 불편하기도 했다. 거르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이다. 그때는 우유와 생크림을 같이 섞어서 만들었는데 그래서 더 꾸덕한 것인지 어쩐 것인지 물기가 빠지는데 2시간이 기본으로 걸렸다.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라 만들고 나면 기운도 같이 빠져서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우유가 너무나 많이 생긴 날이 있었는데 6인 가족이 다 먹어서 치우기에도 정말 많은 날이었다. 큰 딸은 유당불내증이라고 잘 마시지 않고 둘째랑 셋째도 딱히. 나는 다이어트 때문에 일반 우유는 마시지 않는다. 우유가 생각보다 당이 높아서 다이어트의 적이다. (그놈의 다이어트) 먹을 수 있는 것은 락토프리우유과 당이 낮은 그릭요거트 정도.
이 우유로 리코타 치즈를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검색을 해 봐도 전부 다 생크림을 넣었다. 간혹 우유로만도 만들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 만드신 분들은 모두 집에 생크림이 있으셨다..... 그냥 만들어 보지 뭐.
그런데 우유를 켜 놓고 그만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그 사이 우유는 펄펄 끓었고 뒤늦게 끄고 식초 (심지어 레몬즙도 없어서)를 넣었는데 반만 건지고 반은 실패다...
두 번째는 살살 끓기 직전에 얼릉 불을 끄고 식초를 적당히 떨어뜨린 후 휙휙 젓지 않고 주걱으로 식초 떨어뜨린 부분을 두세 번 눌러주니 갑자기 자기들끼리 신나게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끗한 면보에 거르니 노란색 유청만 남고 하얀색 치즈가 너무나 예쁘게 잘 나왔다. 치즈에 약간 식초향이 남긴 했지만 뭐 어떠랴. 집에 세 병이나 있는 식초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은 다 리코타 치즈 만들기에 투입되는 덕이다. 생크림이 섞인 것처럼 녹아드는 부드러움은 없지만 살짝 쫄깃한 식감이 있고 기분상 지방이 좀 더 적게 함유되어 있을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맛이랄까. 그리고 생크림이 없어서인지 그냥 휘리릭 물이 빠져서 5분이면 거르기가 끝나니 뒷정리도 훨씬 간편하다.
이 치즈는 샐러드에 살살 뿌려서 먹으면 진짜 딱이다. 내가 만들어서 설탕도 하나도 안 넣어서 달진 않지만 그래서 더 담백하고 좋은 것 같다. 소금만 약간 들어가고 끝. 아무리 맛있어도 적당히 먹는 게 좋으니 딱 세 번만 집어 먹고 내일을 위해 아껴둔다. 우유 2리터 분량을 넣어도 나오는 것은 정말 한 주먹 정도밖에 안 되니 사실 시판 리코타치즈가 비싼 것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생크림까지 들어가면 진짜 더 비쌀 수밖에 없겠다. 다 이게 있는 것으로만 만족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귀차니즘이 아니라 있는 미니멀리즘이다. 음. 그렇다. 내가 바프만 끝나면 생크림 듬뿍 올린 더치베이비에 슈가 파우더까지 팍팍 뿌려서 먹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