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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Apr 19. 2023

아이들과 한자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초학력회복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학교에서 점프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했는데 교사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꽤 호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학습 결손이 심화되면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일을 또 해서 귀찮게 하나'하는 심드렁한 마음도 있었다. 느닷없이 예산이 내려오더니 하라고 들어서 '딱히'라는 달갑진 않았다. 그런데 해 보니 기초학력을 좀 더 보강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 작년에도 이어서 진행했다. 작년에는 영어 교과를 맡아서 영어가 어려운 친구들 4명과 기초 파닉스부터 읽기, 쓰기까지 일 년을 열심히 공부했다. 제대로 읽지 못하던 아이들이 어느 정도 단어를 읽고 쓰고 기초를 잡아서 중학교에 가서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본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는 수학과 한자 및 어휘를 다루기로 했다. 수학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하고 한자 및 어휘는 국어의 일환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고력을 좀 더 키워주고 싶었다. 한자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는 아이도 있었다. 한자가 반응이 좋아서 6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신청을 했고 오늘 처음으로 같이 공부를 했다. 교재는 한자가 포함되어 있지만 어휘에 초점을 맞춘 교재이다. 정말 좋은 교재인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고 또 교재가 아무리 좋아도 집에서 부모님이랑 하기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휘를 파악하고 중심이 되는 한자를 한 글자 잡아서 그 한자가 들어간 다양한 단어를 읽고 써 보고 그리고 외워보았다.


처음이라서 3학년 수준이라고 되어 있는 3단계로 했는데 그렇게 하길 정말 다행이다. 바로 5단계로 갔으면 아이들 머리 쥐 났겠다. 교재 구입도 미리 안 하길 참 잘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읽는 것을 들어보니 소리 내어 또박또박 읽기 연습도 좀 많이 해야겠다 싶어 오늘 돌아가면서 많이 읽게 했다. 정확한 발음으로 읽기, 알맞게 호흡하면서 띄어서 읽기, 문맥의 느낌을 살려서 전달하며 읽기에 대한 부분은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학교를 못 나온 그 결핍이 이렇게 부분 부분 느껴진다. 돌아가면서 읽고 중요한 부분은 확인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한자 쓰는 획순과 이루어진 원리와 이유를 설명하니 거의 2시간이 그냥 훌쩍 지나갔다. 마지막에 간식을 건네니 좋다고 한다.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간식까지 있을 줄은 몰랐나 보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나도 즐겁다. 교학상장.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커 나가기. 시작부터 험난한 올해였지만 역시 나는 학교가 좋고 담임이라서 행복하다.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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